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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영 Oct 22. 2023

온기를 전해줄 수 있기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알아가는 일은 늘 설레는 일이다. 어떤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어떤 춤을 추게 될지 기대가 된다. 그룹은 어떤 구성원들이 모이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성격을 갖게 된다. 아무리 적극적인 사람도 자신의 의견을 받아주지 않거나 불만을 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면 그룹의 역동은 깨어지기 십상이다. 반대로 자신을 표현하는데 주저하거나 두려움을 가진 사람도 그룹 전체가 보듬어주고 지지해줄 때 용기를 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어 숨어 있던 자신을 찾기도 한다. 그룹 전체가 서로를 알아가고 신뢰감이 형성되기 시작하면 역동이 일어나고 창의적인 표현들이 표출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그룹에 대한 이런 좋은 감정은 늘 그룹이 헤어질 즈음이 되어서 완성된다. 처음 낯선 그룹을 만나 첫 마디를 건네야 하는 그 차갑게 얼어붙은 순간은 나 역시도 견디기 어렵다. 그들을 편안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강박은 오히려 나를 긴장하게 하고 그들을 자유롭게 춤추게 하고 싶다는 마음은 나에게 조바심을 일으킨다. 어디 그뿐인가? 세션을 진행하며 그룹원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반응에 이곳 저곳에 웅크리고 있는 나의 못난 구석들을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결국 새로운 그룹은 늘 만나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피하고 싶은 존재이다. 지난 여름  ‘나빌레라’라는 이름으로 중년그룹 무용프로그램을 공동 진행하며 새로운 그룹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중이다. 어느새 여름이 가고 가을을 맞으며 막바지 성과공유회 공연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그룹이 안정화 되어가고 서로의 움직임을 받아줄 수 있고 서로의 일상을 공유할 수 있을 정도의 신뢰감이 쌓여지다보니 움직임 후에 나누는 쉐어링도 점점 깊어진다. 

자신의 어려웠던 과거에 대한 이야기도 지금 당장 매일매일 자신의 한계와 만나게 하는 자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춤을 추며 깨닫는 몸에 대한 고백들이 놀랍다. 신체의 각 부분으로 움직임을 쪼개다보니 내 몸에 소홀했던 다양한 부위들에 대한 인지가 생기고 그러면서 자기 스스로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기도 한다. 신체에 대한 것 뿐 아니라 정서적인 부분도 깨닫는다.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스스로를 미워하던 감정, 소중히 대해주지 못하고 늘상 채근하던 자신을 보듬고 위로해본다. 그런 그를 그룹이 함께 격려하는 사이 그룹은 한 번 더 단단히 결속된다.

이것이 그룹의 매력이다. 헤어날 수 없는 매력. 초반의 얼음장 같던 차가움이 따사롭게 서로를 품어줄 수 있을 때 일어나는 놀라운 일들은 매번 어렵고 피하고 싶으면서도 매번 만나고 싶은 이유이다. 어느새 바람이 차가워졌다. 아침 저녁으로는 옷깃을 여미게 할 정도로 스산해졌다. 두꺼운 옷을 입고 본격적으로 추위를 대비할 때보다 아직 괜찮을 것 같아 대비하지 않는 요즘 같을 때 오히려 더 춥게 느껴지기도 한다. 마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내 마음에 이상이 있다고 느껴 대비하기보다 난 아직 괜찮다고 방심하는 사이 마음에 한기가 드는 것은 아닐까? 그럴 땐 누군가와 마음을 비비고 서로의 온기를 나누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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