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30년 간의 뇌과학 연구 결과 중에서 특히 교육학적 함의를 잘 정리한 책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의 저자 스타니슬라스 드안은 배움의 네 가지 “기둥”으로 집중, 적극적 참여/관여, 오류 피드백, 강화(다지기)를 들고 있다. 각각이 한 장chapter을 배분할 만큼 중요한 요인들이다. 이 네 가지 기둥만큼 체계적인 설명이 필요한 요소는 아닌데, 또 중요한 것이 한 가지 더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배움의 원동력the driving force of learning이라고 저자가 표현한 요소다. 무엇인데 체계적인 설명도 하지 않으면서, ‘배움의 원동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건 바로 놀라움surprise이다.
우리의 입시가 왜 교육적이지 못한 지 설명할 수 있는 방식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이 ‘놀라움’이 참 중요한 키워드라고 본다. 우리가 뭔가 잘 되고 있는 교육현장의 풍경을 상상하면 놀라움이라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선생이 제시한 사례, 수업을 시작할 때 던지는 질문, 이런 것들이 아이들에게 놀라움을 주고 또 궁금증을 낳는다. 따라서 학생들도 뭔가를 질문하고, 선생이 답하고, 또 선생님의 제안에 학생들이 이렇게 저렇게 시도해 보고 반 친구들과 함께 힘을 모아보고 토의하고 그러면서 깨치는 과정이 일어난다.
어떤 공부가 이렇게 ‘놀라움’을 주는 것은, 근본적으로 ‘삶과 연계’가 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학생들의 삶에도 연관이 있다relevant는 얘기다. 그와 대조적으로 입시에는 놀라움이 없다. 삶으로부터 괴리된 공부라서 그렇다. 시간과 공을 들여 공부하는 무언가가 삶에서 괴리된 것이든 말든 시험에 나오는 것이면 알아야 하고, 무언가 삶에서 중요한 것이어도 시험에 나오지 않으면 알 필요 없는 공부가 바로 입시다.
결국 이것은 커리큘럼에 대한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21세기에 우리의 아동 청소년은 배워야 할 것들을 배우는가?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21세기의 문맹은 읽고 쓰는 방법을 모르는 이가 아니라, 배우는 방법을 모르는 이라고 했다. 우리의 아이들은 배우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가? 우리 공교육은 학생들의 지적 성장을 위해 존재하는가?
개별화된 커리큘럼과 불필요한 고통이 없는 교육이 요구되고 있다. 공교육이 변하길 기다리다 못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 책은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조명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대안학교를 중심으로 대안교육계가 형성이 되었다. 그 대안교육의 한 축을 맡고 있던 홈스쿨링과, 그 홈스쿨링 중에서도 특히 학습자 중심의 교육철학이자 교육방법인 언스쿨링을 실천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이들의 교육방식은 좀 더 많은 이들이 실천하지도, 공교육에 반영되지도 않았기에 우리 사회의 아직 오지 않은 미래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우리 곁에 있다. 미래의 교육이 이미 도착해 있다. 도착해서 우리 교육이 나아갈 길에 대해서 많은 힌트를 주고 있다. 2장에서는 누가 어떻게 그 시도들을 하고 있는지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