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S Nov 24. 2024

지구열대화 이전과 이후 세계

11.2-11.7

11.2

“오늘 보고 할 내용은 이게 전부입니다.” 이수현경감이 중앙정부와 라이브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하루 일과 보고를 끝냈다. 김준호박사를 만나 지하도시를 갔다 온 것은 보고 하지 않았다. 중앙정부는 오전 내내 케이의 충전에 문제가 생겨서 이수현 경감도 숙소에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수현 경감은 어둠이 깔린 창밖을 내다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손목에 있는 스케줄러에서 라이브메시지 수신을 알리는 녹색 빛이 반짝였다. 이수현경감은 이미 예감을 한 듯 천천히 라이브 메시지를 켰다. 유리창으로 박진 비서의 얼굴이 나왔다. “ 이수현 경감님, 제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나요?” “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역시 경감님은 최고의 첩보원입니다. 김준호 박사가 중앙정부는 속여도 저는 속이지 못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계신 것 같아 제가 더 기다리지 않고 바로 연락드렸습니다.” “이 숙소를 사용하게 한 이유를 알아냈을 뿐입니다. 이 숙소 주변에는 별이 무척 많더군요. 해가 떠도 반짝이는 별이 보이길래 어딘가로 직접 연결되어 있는 위성이 있다고 짐작했습니다. 직접 위성을 띄워서 어디서든 데이터를 받을 수 있는 권한은 총리실 밖에 없으니 김준호박사가 조작한 데이터를 보내 중앙정부가 잘못 알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오늘 오전에 여기 머물지 않았다는 것을 아시는 비서님이 연락을 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김준호 박사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습니까?” “어제 오전에 그를 만나서 보고 들은 것이 전부입니다.” “김준호박사는 새로운 정부를 만들려고 합니다. 경감님은 그의 제안에 동의하지 않기에 지금 저와 대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네, 맞습니다. 그런데 비서님은 김준호박사가 조작한 데이터를 우리에게 심는 것에 대해서 어느 정도까지 파악하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저의 짐작으로는 아마도 상당한 데이터의 변형이 이루어져서 의사결정체계가 이미 변화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김준호박사를 그냥 두시는 건가요? 데이터 조작은 사안에 따라서 최고 형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우리의 의사결정 체계가 그로 인하여 변형되고 있다면 그건 범죄행위입니다." 


"경감님, 잠시 제 말을 들어보세요. 중앙정부의 어느 부처든 직접 위성을 띄워서 중앙정부로 자동으로 수집된 데이터와 실제 조사된 데이터를 확인해 보는 일은 없습니다. 아시겠지만 너무나 많은 데이터 수집 경로가 있고 어딘가에서 잘못된 정보가 흘러 들어온다는 걸 알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의사결정체계는 우리가 원한다면 하양식으로 조건을 수정해서 계속 사용하면 됩니다. 수집된 데이터로 인하여 의사결정 체제가 변화되는 건 막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김준호박사가 하는 일을 그냥 두고 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인가요? 그는 위험한 사람입니다. 새로운 정부를 만들려고 하고 있고 이미 많이 진행되어 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수현 경감이 우려의 목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쉴 새 없이 이야기하는 사이에 박진비서는 물을 마시면서 그를 보고 있었다. “제가 너무 느긋해 보여서 한심하게 느껴집니까? 너무 흥분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 인간은 항상 최적의 사회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모두 노력을 해왔습니다. 결국 큰 흐름으로의 변화는 어느 누구든 막을 수는 없습니다. 만약 지금의 중앙정부가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새로운 정부가 탄생한다면 그건 변화를 극복하지 못한 스스로를 탓해야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김준호박사를 그냥 두고 보겠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일단 다시 그와 협상을 하려고 합니다. 그것에 대해 의논하려고 연락한 것입니다.” “어떤 협상을 하려고 하십니까?” “경감님, 혹시 김준호박사가 인구를 조작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셨나요?” 이수현 경감은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머릿속에 낮에 보았던 덩치 큰 어부의 자손들이 떠올랐다. “혹시 그러면 제가 낮에 본 어부의 자손들이 김준호박사와 연관되어 있는 건가요?” 


박진비서는 잠시 말없이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 이수현 경감과 박진 비서 사이에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제가 알아서는 안될 비밀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김준호 박사와 관련하여 제가 맡아야 할 임무가 있다면 이야기해 주십시오.” 이수현 경감은 자신이 순수한 인간이 아닌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엠휴먼이라는 사실을 떠 올렸다. “3 구역에 인구수가 늘고 있습니다. 열등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사는 3 구역에 인구가 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정부가 생긴 이래 처음입니다. 3 구역 인간들은 생식기능은 그대로지만 각종 질병이나 사고로 그리 오래 살지 못하고 자손을 많이 남기지 못하는데 그게 점차 변형되어 가고 있습니다. 김준호 박사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새로운 인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더 많은 인구가 4 구역이나 그의 지하도시에 있을 겁니다. 그는 현재의 인구체계를 파괴하고 그가 만든 인간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렇게까지 많은 일들이 진행되어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최선의 방법은 그의 도시를 인정하고 더 이상의 확장을 막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수현경감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새로운 인간종의 등장이 지금의 인구체계에 얼마나 위협적인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1급시민 과 2급 시민을 설득시킬 것입니다. 물론 그들 중에서 김준호 박사와 협력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더 이상 김준호 박사에게 협력하지 않도록 만들 것입니다. 경감님께서는 3 구역 사람들 중에 김준호 박사를 돕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사람들은 모두 보고 해 주시면 됩니다.”


이 수현 경감은 박진비서와의 대화를 마치고도 한참 동안 어두운 창밖을 내다보았다. 3급 시민들은 어차피 오래 살 수 있는 운명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들이 김준호박사를 돕는다는 것은 새로운 운명을 얻고 싶기 때문 일 것이다. 이 수현 경감은 김준호 박사가 그들에게 어떤 제안을 했을지 궁금했다. 그리고 박진 비서가 김준호 박사의 지하도시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렇게 거대한 도시와 새로운 인간을 계속 만들어 내는 김준호 박사가 그의 도시를 만드는 것을 언제쯤 멈출 것인가도 궁금했다. 그의 조력자들이 그를 돕지 않는다고 하여도 김준호 박사는 계속 도시를 만들고 마침내 지상과 지하를 모두 정복할 것 같은 눈빛이었다. 문득 박진비서나 총리가 김준호 박사를 이미 다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그렇게 되는 동안에도 막지 못하는 다른 커다란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수현경감은 조금 전의 박진비서와의 대화를 떠 올렸다. 대화 처음부터 박진비서는 계속 이수현경감의 반응을 살피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이수현경감이 김준호박사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는지 시험해 보는 의도가 다분한 대화였다. 박진비서가 뭔가 더 숨기고 있는 게 분명했다. “경감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십니까?” 케이가 다가와서 이수현경감에게 말을 걸었다. 창밖은 어둠이 살짝 가시고 이제 얼마 있으면 해가 뜨려고 하고 있었다. “별거 아니에요. 나는 이제 좀 잠을 자야 할 것 같은데.” “경감님, 얼굴이 몹시 지쳐 보입니다. 오늘은 충분히 휴식을 하세요. 저는 주변을 경계하고 있겠습니다. 오늘은 유흥가 쪽에 가실 거면 저녁 늦게 움직여도 됩니다.” 


11.3

윤이는 누구보다 먼저 출근해서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 앉았다. 대부분 직원들은 아직도 두 시간은 더 있어야 출근할 것이다. 윤이는 남들보다 늦게 일을 시작했지만 한 달도 안 되어서 중요한 책임을 맡아서 하고 있었다. 그의 유전자가 특출 나기도 하지만 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일에 집중하는 그의 태도는 조직 내에서 그를 더 독보적으로 뛰어나 보이게 만들었다. 정보관리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가 일을 하러 온다고 할 때부터 이미 그의 특출한 성과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의 부모가 이룬 성과를 보면 그를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일찍 나왔군요. 일은 잘 돼 가나요?” 윤이의 등 뒤에서 그의 직속 보스인 장기주 정보관리 부국장이 물었다. “오셨습니까? 얼마 전 주신 일은 지금도 어떻게 접근할지 방법론에 대해 고민 중에 있습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생각나는 대로 해보세요. 이곳에 너무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나오지 않는 아이디어가 김윤 씨에게는 나올 수 있다는 게 내가 기대하는 바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윤이는 얼마 전부터 아무도 건드리지 않고 쌓아 두기만 했던 제3 구역 사람들의 데이터를 정리하는 중이었다. 과거 중앙정부가 만들어질 때부터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지 못하고 가장 아래 순위로 밀려나 있었던 일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총리부터 비서까지 그 데이터에 관심을 갖고 관리방법의 혁신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3 구역의 사람들의 데이터라고 해봐야 범죄자들의 행적이나 건강이상자들의 의료 데이터가 전부였다. 어차피 그들은 격리되어 있고 스스로 짧은 생을 마치면서 계속 소멸 되고 있었다.


장기주 부국장은 윤이에게 제3 구역의 데이터 관리체계 혁신에 대해서 모든 책임을 맡겼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일이었고 하려고 하는 지원자도 없었다. 하지만 김윤이 나서서 그 일을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총리실에서 제3 구역의 데이터에 대해서 모두 봉쇄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제까지 쌓인 데이터는 정보국 직원이라도 승인 없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고 새로 쌓이는 데이터는 새로운 경로로 저장하도록 요청했다. 장기주 부국장은 뭔가 제3 구역에 일이 생긴 것으로 짐작했지만 총리실에서는 따로 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지금 제3 구역의 데이터에 접근을 승인받아 일하는 사람은 정보국에서 윤이 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쌓이기만 한 데이터인데 어떤 목적으로 관리할지 요청사항도 없이 그저 관리 체계를 혁신하라고 하니 참 어려운 일입니다. 김윤 씨도 아시겠지만 관리체계의 혁신도 목적이 명확해야 합니다. 아무리 제3 구역이라고 하지만 거의 관리가 안되어 있었고 지금도 그 목적이 불투명한 게 힘든 점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맡으려 하지 않는 걸 맡아주어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장기주박사는 푸념처럼 윤이의 등에 대고 말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제3 구역은 과거 데이터가 쌓인 경로들을 보면 지역별로 쌓여있습니다. 처음 그곳을 만들었을 때 취지를 반영해서 지역관리를 위한 데이터 관리체계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제는 외국인이나 로봇등 제3 구역을 드나드는 인력도 많아졌습니다. 이제는 지역별보다는 개체별로 분류해서 정보를 관리할 수 있도록 정리하라는 요청 같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우선 정확한 인구조사가 필요할 텐데요. 기본이 되는 데이터부터 정확성을 갖추지 않으면 관리체계가 아무리 잘 되어있어도 신뢰성이나 지속성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제3 구역은 인구조사를 매년 실시하지 않고 십 년에 한 번 하는데 그마저도 형식적이었을 겁니다.” 


“일단 몇몇 지역을 샘플링을 해서 개체별 인구구조를 파악해 기존 데이터와의 일치율을 확인해보고 전체 지역에 대한 실제 인구조사를 요청할 생각입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총리실에서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는 일이니 속도를 내주세요. 필요한 게 있으면 요청하고요. 지금 나랑 한 이야기는 간단히 보고서로 보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장기주 부국장이 돌아갔다. 중앙정부에서는 관리되지 않는 인간은 없다고 하지만 3급 시민은 로봇보다 못한 관리를 받고 있는 게 사실이었다. 탄생과 죽음 이외에 병이나 범죄기록으로 관리하는 것 말고는 그들의 활동은 어떤 것도 기록되지 않았다. 기록되지 않는 것은 관리되지 않는다. 하지만 윤이는 공간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그 공간 안에 있는 개체의 정보를 파악하려는 공식을 만들고 있었다. 그는 3 구역이라는 공간에서의 지역별로 전기소모량과 이산화탄소량등의 에너지 관련 변화를 계속 추적하면서 인구의 변화와 연결해서 주목하고 있었다.  


11.4

윤이는 제3 구역에 대한 지리적인 정보를 좀 더 찾아보기 위해서 공공 도서관에 접속했다. 그는 도서관에서 자신을 숨기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도 않았다. 그는 3 구역에서 일했을 때를 생각하면서 바텐더 차림으로 도서관을 들어갔다. 그는 어떤 책을 참고해야 할지 생각해 둔 게 없었다. 또한 모처럼 공공 도서관에 접속했기 때문에 우선은 여유롭게 도서관을 둘러보고 싶었다. 도서관은 평일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붐비지는 않았다. 그는 로비에서 지리 관련 책들이 있는 층을 알아보기 위해서 안내 로봇과 대화를 시도했다. “지리 관련 책들은 몇 층에 있나요?” “지리 관련 책이 있는 곳은 두 구역입니다. 세계 지리를 원하시면 밖으로 나가셔서 2동 건물 지하 1층 가열로 가시고 국내 지리는 이 건물의 5층 마열로 가시면 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최선의 방법은 아닙니다. 저자나 도서의 명을 모른다면 원하시는 주제와 관련된 키워드를 사용해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로봇은 윤이에게 조금 더 다가와서 정지했다. 그리고 그의 가슴에서 윤이 앞으로 키보드가 나왔다. “직접 원하시는 키워드를 더해 입력하시고 결과에 따라 나오는 책들을 줌 해서 보시면 자세한 위치정보도 볼 수 있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일단 국내지리 도서가 있는 층으로 가서 둘러보면서 찾아도 될 것 같습니다. 특정한 책을 찾으러 온 것이 아니라 그냥 지리학 전반에 대해서 보고 싶어서 온 것이니까요.” 윤이는 로봇의 권유를 마다하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가 바텐더 차림을 해서 그런지 그는 주변 사람들 눈에 띄었다. 윤이는 반대편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자신을 힐끗 쳐다보는 것을 몇 번 눈치채고 그제야 자기 모습이 너무 과장되어 시선을 끌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5층 마열은 모두 국내 지리 서적이 있는 게 아니었다. 삼등분으로 나눠서 국내 지리서적들이 가운데 있고 양쪽에는 언어와 문화 관련 책들이 있었다. 윤이는 지리학 책이 꽂혀 있는 서가를 죽 둘러보며 걷기 시작했다. 제목만 봐서는 무슨 책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는 지리학에 문외한이었는데 책의 제목들은 생각한 것보다 더 생소해서 내용을 쉽게 유추하기 힘들었다. 다시 안내 로봇의 도움을 받을까 잠시 망설이며 책장 사이를 걷고 있었다. “손에 차고 있는 팔찌가 눈에 띄는군요.” 뒤에서 그에게 다가오며 하는 말소리에 놀라서 돌아보자 농구복을 입은 여자가 서있었다. 윤이는 그 여자와 눈이 마주치자 재영이가 생각났다. 커다란 키에 밝은 색의 금발 머리를 하고 헐렁한 농구복을 입은 여자였다. 그 겉모습은 재영이와는 닮은 점이 하나도 없었다. “친구가 준 팔찌입니다.” “처음 보는 분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상하지만 그 팔찌를 제가 잠시 차 볼 수 있을까요?” “이건 친구가 만들어 준 것이라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제가 책을 찾고 있는 중인데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윤이는 농구복을 입은 여자를 뒤로하고 책장들 사이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도서관에 사람들은 점점 사라져 가고 창밖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윤이는 자리를 떠 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도서관에서 국내 지리에 대한 책들을 계속 꺼내 보면서 지리적인 특성에 대해서 지식을 쌓고 있었다. “지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아직까지 한 명도 없었는데 오늘 처음 봅니다.” 그의 앞자리에 누군가 앉으면서 그에게 말을 시켰다. 윤이가 고개를 들어 쳐다보자 하얀 가운을 입은 수염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이곳에서 일하시는 분입니까?” “네,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원하는 자료가 있으면 나에게 물어보세요. 안내 로봇보다는 현실적인 도움이 될 겁니다.” “현실적인 도움이요?” “네, 가령 우리나라의 지리에 관해서 알고 싶으면 지도 책을 보는 것으로 시작해서 지리 경제학과 역사학을 먼저 보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지금 보시는 책은 순수하게 지리적인 특성을 나타내고 있지만 사람들과 연계한 그 땅의 스토리를 다 알아내지 못할 겁니다.” “그런 책들은 여기 없나요?” “경제나 역사 분야에 가서 찾으시면 됩니다. 여긴 순수 지리학 책들이 대부분인데 반나절 정도 보셨으면 충분한 지식은 습득했을 겁니다.” “혹시 저를 아십니까?” 윤이는 노인이 뭔가 자신을 다 알고 찾아와서 이야기를 시키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까부터 책을 읽는 것을 보고 있었으니 당신의 관심사를 조금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른다고 할 수 있죠.” “혹시 우리나라 지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경제나 역사 분야의 추천해 주실 만한 책이 있나요?” “내가 읽은 책을 추천해 줄 수 있어요. 나를 따라와 보세요.”    


11.5

“만약 누군가 개인의 정보를 본인의 허가 없이 사용하고 있다면 어떻게 됩니까?” “그건 불법입니다. 개인의 정보는 모두 본인의 소유이며 그것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는 본인에게 있습니다. 본인의 허가 없이 누구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예외가 있다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정보를 수사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뿐입니다. 불법으로 개인 정보를 사용한 자는 즉시 사회에서 격리되고 모든 권리가 박탈될 것입니다.” “실제 그렇게 된 사례가 있나요?” “전 세계의 표준 국가 체제인 중앙정부 체제가 탄생한 이후 그런 일은 아직까지 단 한건도 없습니다.” 이수현 경감은 주사장의 클럽으로 가는 에어카 안에서 케이에게 질문을 계속 던졌다. “해외에도 그런 사례가 없나요?” “아직까지는 단 한건도 없습니다. 아시겠지만 중앙정부 체제는 모든 시스템이 메이트릭스 체제로 종횡으로 검증됩니다. 누구 하나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누군가 개인 정보를 불법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그 방법은 어떤 것이 될까요? 가능성이 높은 방법부터 알려주세요.” “어려운 질문입니다.” 케이는 리서치에 과부하가 걸렸는지 잠시 아무 말도 안 하고 조용히 있었다. “현재로서는 중앙정부에 수집된 데이터를 해킹해서 사용하는 것보다 직접 데이터를 수집해서 쓰는 게 더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예를 들어 원하는 개인정보를 위해 그 사람의 주변에 사람을 보내거나 로봇을 보내서 정보를 얻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수현 경감은 주클럽으로 가는 동안 그의 생각과 케이의 생각이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저도 들어갈 수 있나요?” 케이는 주클럽 앞에서 스크린에 나오는 온리휴먼이라는 문구를 보고 조심스럽게 이수형경감의 귀에 대고 물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있으니까. 그리고 여기 사장은 나와 잘 아는 사람입니다. “ 잠시 후 클럽의 문이 열렸다. 이수현 경감은 당당하게 먼저 걸음을 옮겼지만 케이는 다른 때와는 다르게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갔다. “오랜만에 다시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새로운 친구와 동행하셨네요?” 입구에 들어서자 리셉션 데스크 안쪽에 서있던 제니스가 이수현 경감 일행을 맞아 주었다. “그런데 경감님, 여긴 로봇은 들어 올 수가 없습니다.” “제 친구입니다. 예외로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희는 괜찮지만 여기 드나드는 손님들이 로봇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시겠지만 여기 손님들은 로봇때문에 곤란을 겪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저 얌전함 로봇 신사분에게 어떤 행패를 부릴지 모릅니다.” “그 점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케이는 뒤에서 조용히 제니스와 이수현 경감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케이는 유흥지역에 와 본 것도 처음이지만 말로만 듣던 술과 마약에 취한 인간을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저는 차에 가있어도 됩니다.” “아니에요. 내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따라오세요.” 이수현 경감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려고 하는 케이의 등을 안으로 살짝 밀었다.


이수현 경감과 케이는 제니스의 안내로 사람들이 가득 찬 바의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케이는 계속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바에 손님이 많이 늘었군요?” “네, 요즘 그럭저럭 장사가 잘 되고 있습니다. 술은 어떤 것으로 가져다 드릴까요?” “술은 괜찮습니다. 여기 사람들하고 인터뷰를 좀 하고 싶은데 혹시 그럴만한 친구가 있을까요?” “다들 술에 취한 사람들인데 어떤 인터뷰를 하시려고 하는지 제가 여쭤봐도 될까요?” “이곳에 사는 이야기지 별거 없습니다.” “바쁘신 경감님께서 여기 사람들 사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니 의외군요. 저기 보이는 저 창가 쪽 테이블의 사람들은 그래도 온순한 사람들이니 직접 이야기를 시켜보시기 바랍니다. 나머지는 보시면 아시겠지만 중독이 심해서 자기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알겠습니다.” 제니스가 돌아가자 케이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술에 취하거나 마약에 취한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쪽 테이블 사람들이 제니스 말대로 가장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나머지는 지금 모두 전두엽이 흥분한 상태의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게 어쩐지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습니까? 왠지 저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하라고 환경을 조성해 놓은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수현 경감은 선뜻 제니스가 알려준 사람들의 테이블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는 이제 모든 것이 의심스럽게 보이기 시작했고 그러므로 그에게 보이는 모든 것이 진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11.6

윤이가 공공도서관에서 만난 흰 가운을 입고 있는 노인은 자신이 알고 있는 책을 여러 권 추천해 주었다. 그중에는 도서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책도 있었다. 처음에는 책의 저자나 제목을 잘못 가르쳐 주었는지 의심했지만 여러 번 리서치를 해봐도 공공 도서관에서 그 책을 찾을 수는 없었다. 윤이는 그 후 며칠 동안 공공 도서관을 들락거리면서 흰 가운을 입은 노인을 다시 만나기를 바랐지만 노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어느 날 저녁 갑자기 윤이의 친구인 재영이 그의 집으로 찾아왔다. “잘 지내고 있지?” “그럼, 나는 잘 지내고 있어. 아참, 네가 보내준 선물은 잘 받았어. 고마워.” 윤이는 왼팔을 들어 올려서 손목에 채워진 팔찌를 보여주며 말했다. “나는 요즘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느라고 많이 바빴어.” “어떤 프로젝트인데?” “우리가 항상 하는 일이야. 소멸된 단어를 가르치려면 가상공간에 그 단어가 쓰이던 과거를 만들어 놓아야 하거든. 요즘은 기후에 대한 단어들을 가르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어.” “이를테면 지구 열대화 이전 시대에 있었던 다양한 기후 현상들에 대한 단어들 말이니?” “응, 그런 거지. 지금은 없어진 기후 현상들이 빈번히 일어났던 때를 경험할 수 있게 하고 거기서 자연스럽게 단어를 이해하고 익힐 수 있게 하는 거지.” “그럼 그런 과거를 재현하려면 어떤 걸 참고하니?” “현실처럼 만들기 위해서는 책이나 영화를 보고 참고하지만 과거 뉴스도 많이보고 직접 경험한 사람들도 인터뷰하지.” “너는 공공도서관 말고 다른 데서 자료를 찾는 노하우가 있을 것 같은데?” “대부분 공공도서관에서 자료를 찾고 있지만 가끔은 개인적으로 자료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기도 해. 어떤 주제냐에 따라 달라지지.”   


“혹시 공공 도서관에 없는 책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접근하고 다루는 부서에 일하는 사람이 나같이 평범한 언어 학자한테 물어볼 질문은 아닌 것 같다.” 재영은 정말 한심 하다는 듯이 윤이를 쳐다보았다. “내가 찾고 있는 책이 있는데 공공 도서관에 없어서 그래. 만약 개인이 보관하고 있다면 그걸 찾아낼 방법이 없을까?” “책의 제목과 저자를 알고 있다면 도서관에 없다고 못 찾을 일은 없지. 대부분 공공 도서관에 없는 책들은 필요 없어서 보관되지 않았거나 아니면 디지털 정부 이전의 오래된 책들이야. 너의 말대로 개인이 소장하고 있을 수도 있어. 공공도서관에 책구함 공고를 내보기는 했니?” “아니, 처음 들어 보는 방법인데. 난 도서관에서 그런 공고를 본 적이 없는데.” “도서관에 들어가면 중간에 두 개의 건물이 이어져 있는 사이에 정원이 있잖아. 거기는 책을 찾는 사람들의 만남의 광장 같은 곳이지. 우선 네가 찾는 책을 중앙 정원에 있는 책 구함 게시판에 올리는 게 중요해. 책을 구하지 못하더라도 도서관에 드나드는 책 마니아들한테 그 책을 찾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얻을 수 있어. 아니면 그 책을 가진 사람이 그걸 보고 책을 볼 수 있게 도와줄 수도 있어.” “나는 이런 방법이 있는 줄 전혀 몰랐어.” “공공 도서관에 돌아다니는 사람들 중에는 책이나 자료에 대해서 많은 지식과 리서치 노하우를 가진 사람들이 꽤 많아. 디지털 자아를 소멸시키지 않고 거기 수백 년 동안 살아가게 남겨둔 이유가 있지. 내 생각에 미래에는 실존했던 자아보다 더 오랜 세월을 남아서 진화한 디지털 자아들이 우리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될 수도 있어. 지식이 쌓이는 곳은 우리의 머리가 아니라 이제 디지털 저장소이지. 그리고 언젠가 디지털 자아들이 우리의 실제 자아를 가르치고 우리의 시야를 넓혀 줄 중요한 키가 될 수도 있을 거야. ” 


“내가 도서관에 들어가서 네가 알려준 책구함 광고를 지금 해볼 테니 같이 도와줄래?” 윤이는 재영이 보는 앞에서 공공도서관에 접속했다. “잠깐, 이 차림은 모야. 이게 너구나.” “왜, 재미있어 보이지 않아?” “내가 며칠 전에 너를 본 것 같아서.” “그럼, 혹시 네가 농구복을 입은 여자였니?” “맞아, 내 눈에 익숙한 팔찌를 하고 있는 사람이 보이길래 혹시 너인가 싶어서 말을 시켰는데. 근데 그게 정말 너였다니.” 윤이는 재영과의 인연을 무심히 넘기면서 도서관 사이의 정원으로 가고 있었다. “자, 여기가 중앙 정원이구나. 게시판은 저기 가운데 사람들이 몇몇 서서 지켜보는 벽 쪽에 있는 게 맞니?” “맞아, 저 게시판에 너도 책을 구하는 글을 올릴 수 있어.” 윤이가 게시판 앞쪽으로 다가갔다. 유리로 된 겉 표면 안에는 종이에 적은 여러 가지 사연들이 붙어 있었다. 오래된 도서관을 상징하듯이 게시판도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윤이는 안에 있는 구함이나 드림이 적혀 있는 쪽지들을 훑어 보았다. 쪽지는 시간 순서대로 최근 것이 위쪽에 진열되어 있었다. 내용은 대부분 구함이었고 구하는 책의 제목과 저자 이름 그리고 드물게는 출판 연도나 에디션이 상세히 적혀 있는 것도 있었다. 특이한 것은 연락처에는 자신이 주로 다니는 도서관의 통로나 책장 쪽 지명과 자신의 인상착의가 적혀있는 게 다였다. “대부분 디지털 자아가 활동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저렇게 연락하는 방법이 일반적이야.” 재영이 게시판을 들여다보는 윤이에게 설명을 해줬다. “저쪽에 쪽지를 가져다가 쓰고 옆에 통에 넣어. 내일쯤이면 너의 쪽지도 게시판에 붙어 있을 거야. 보통 쪽지가 많으면 일주일정도 게시하고 그렇지 않으면 이삼주도 게시돼 있을 수 있어.” “너는 많이 해본 것 같구나.” “난 없어진 자료들을 찾아서 많이 이용해 봤어. 여기 게시판만큼 반응이 즉각 오는 곳도 없지.” 윤이는 재영이 알려 준 대로 쪽지를 쓰고 옆에 있는 통에 넣었다. 

 

“너는 어떻게 그렇게 도서관 이용에 대해서 잘 아는지 참 부럽구나. 오늘 너의 도움이 크네. 앞으로 책이나 자료를 찾다가 모르겠으면 너에게 연락해야겠다. 고마워.” 윤이는 진심으로 재영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친구끼리 이 정도 도움은 줄 수도 있지. 그런데 나도 너한테 도움을 받고 싶은 게 있는데 말이지.” “내가 너에게 도움 줄 수 있는 게 있을까? 말해봐. 가능한 거면 얼마든지 도와주지.” “나랑 같이 3 구역에 취재가 주지 않을래?” “취재? 어떤 취재인데?” “내가 하는 일은 항상 소멸되어 가는 언어나 연관된 문화를 찾아다니는 건데. 이번에는 3 구역에 있는 유흥문화를 취재하려고 중앙정보국의 허가도 받았어.” “내가 도움이 될까?” “네가 그 지역에 익숙한 것은 알고 있어. 같이 가기 싫으면 그곳에 있는 아는 사람을 소개해줘도 좋고.”    


11.7 

이수현 경감과 어부의 자손들과의 대화는 중앙 정부의 생존위원회 위원들 간의 격렬한 토론을 일으켰다. “지구의 열대화 이전과 이후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열대화 이후에는 모든 컴퓨터와 저장 장치는 해저도시로 옮겨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타 죽지 않고 살아 있게 된 것이죠. 그런 해저도시의 건설에 어부의 자손들의 희생이 컸습니다. 전체 어부 인구의 반 이상이 그 기간에 공사를 돕다가 죽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은 보상은커녕 아직도 험한 노동에 시달리는 3급 시민으로 있습니다. 그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제한된 자원을 활용해서 최적의 인구를 유지하며 살기 위해서 취한 방법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제3 구역을 좀 더 세분화하여 사람들을 격리시키도록 하고 있으니 다음 세대부터는 그들의 불만도 사라 질 것입니다.” “그 방법은 효과가 없을 겁니다. 이미 그들이 지금 자신들의 등급이 부당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들의 개체수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해외 인력으로 대처하고 최대한 빨리 정리하는 게 나을 겁니다.” “그들은 아직 쓸모가 있습니다. 다른 일반적인 노동자들과 달리 그들은 깊은 바닷속에 적응된 폐를 가지고 있고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잠수 본능이 있습니다. 해외인력으로 대체하더라도 일부는 남겨서 DNA를 보존하는 게 좋을 겁니다. 다양성을 가진 유전자 풀을 확보하는 게 생존 경쟁력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자, 문제점을 알았으니 하나하나 해결하도록 합시다. 일단 그들에게 좀 더 나은 보상을 주고 한편으로는 유전자 보존을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으로 판단됩니다. 의결에 붙여서 실행하도록 합시다.” 박진비서의 중재로 어부의 자손은 소멸을 면했다. 


박진비서는 어부의 자손뿐 아니라 3 구역의 시민구조에 대해서 커다란 위협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하지만 다른 위원들은 어부의 자손의 예를 들면서 3 구역 시민구조에 불완전함을 느끼고 있었다. “ 지금 3 구역 시민들의 지난달 리플리케이션 지수가 1이 넘어간 것을 아십니까? 직전 3개월 동안 계속 1을 넘어가면서 인구 증가 추세에 오른 것으로 확인됩니다. 계속 이렇게 증가 추세를 타면 우리가 생각한 이상적인 인구구조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이 문제를 총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생존 위원회에 정보국의 대표로 장기주부국장과 참석하고 있던 윤이가 질문을 했다. “아직은 증가 추세라고 말하기 곤란합니다. 아시겠지만 1.3 이상은 넘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시겠지만 그들의 생존율이 그리 높지 않아서 과거에도 인구가 늘었다가 급격히 줄어드는 일이 빈번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추세는 과거와는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여기 표를 보시면 우선 최근 3 구역의 자살이나 테러로 인한 사망률도 급격히 줄고 있고 알코올이나 마약 관련 사망률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출생신고 되는 인구 이외에 더 많은 출생 인구가 있을 수 있으니 실제 조사를 해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3 구역은 사각지대가 너무 많으니 실제 조사가 필요합니다. 되도록 빨리 조치를 취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3 구역을 컨트롤하지 못하면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올지 모릅니다.” 윤이의 의견에 다른 위원들도 동의의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장기주 부국장이 재빨리 의견을 제시했다. “정보국에서는 일단 샘플링을 통해서 기존 인구 조사의 오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즉, 개선된 인구 조사 방법을 수립하고 난 뒤에 실제 조사를 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3 구역의 인구조사를 위한 실사를 허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 장기주 부국장의 설명에 위원들이 일단 동의했고 윤이는 3 구역의 인구조사 실사 허가를 받았다. 

이전 26화 떠다니는 지하도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