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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by 캐리소


아무도

시를 읽지 않는

오후에 앉아

시는 저 혼자 동그마니

온몸을 만다


저수지 섶* 길 위에

사지를 쭉 뻗고

푸른 허공을 향해

몸을 던진다


넓고 푸릇한 한가운데

아름아름 시를 받아 든

저수지는

오늘도


풀썩거리는 기침을

뱉어내고

바람 편에 부탁한

노란 도장을

옆구리에 꾹 찍어낸다


미처 숨지 못한

젖은 발자국

숲길 위에

길게

길게

놓여있다







시는 여러 얼굴을 하고 있지만 제 시는 외롭습니다.

언젠가 영글 날을 기다리는 중이거든요.




* 섶 : 잎나무, 풋나무, 물거리 따위의 땔나무를 통틀어 이르는 말 - 네이버 어학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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