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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와 사회가 기초가 되는 감각

by 캐리소

일요일 저녁 우리는 벽돌책을 읽는다!


벽돌책이란 두꺼운 양장본의 책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벽돌처럼 딱딱하고 어려워서 혼자서는 앞으로 밀고 나가기 어려운 책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린 함께 밀고 나간다.


읽고 토론을 나눈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에서 나를 콕콕 찌른 단어는 조심성과 신중함이었다.

내가 가장 취약한 조심성과 신중함.





결과로는 누구의 피해도 없지만 처벌을 받아야 마땅한 부주의한 행동이 있다. 예를 들면,

담 너머로 사람들이 다니는 큰길에 돌을 던지는 행위!

이런 터무니없는 행동에는 반드시 처벌이 따라오게 되어 있다. 그런 사람은 타인의 행복과 안전을 거만하게 경멸한 것이다.


그의 행동에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부정의가 존재한다. 그는 무모하게 자기 이웃들을 제정신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도 자기 스스로를 노출시키려 하지 않을 그러한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자신의 동료들을 대할 때 마땅히 가져야 할 감각이 결여되어 있는데, 정의와 사회의 기초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감각인 것이다.
- p. 195


정의와 사회의 기초가 되는 이런 감각을 예민하게 가져야 한다면 '정신에는 이런 감각이 필요치 않을까?'

지담 작가님의 질문에 모두의 머리 위에 느낌표가 떠오른다.


타인의 마음과 정신에 던진 돌에 대해서는 어떤 법률적 처벌도 행해지고 있지 않은 현상에 대해 의문을 갖고 질문해야 한다.

그 행위의 어리석음과 비인간성은 부주의하게 거리에 돌을 던지는 것보다 더 큰 처벌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제는 한국 사회도 이 돌던짐에 대해서 정당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과거에 내가 놓쳤던 조심성과 신중함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다.


지금도 짓궂은 고3이지만 초딩때는 동네가 알아주는 말썽쟁이였던 아들이 사고를 치고 왔던 날이었다.

함께 학원차를 탔던 동급생 여자아이와 장난을 치다가 얼굴을 가격해 코피가 터져 혼비백산했던 일이 있었다. 그 아이 엄마에게 병원진료를 보게 하고 아들을 데리고 나가 함께 사죄를 하고 치료비 일습을 배상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아이 엄마가 하루도 안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이 일을 떠벌린 것이다.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었다가 뒤통수를 가격 당한 것 같은 심정이 된 나는 심술 맞은 마음으로 보상을 미루었다.

그녀의 행동은 그녀의 몫이고 나는 나의 몫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결국 마음을 고쳐먹고 보상을 했지만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그 손해를 즉시 보상해 주었어야 하는데 시일이 지나서 행해졌기 때문에 주고도 눈흘김을 받았던 일이었다.


그가 어떤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피해자의 손해를 배상하고, 피해자의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그 동물적 분개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자 한다. 사죄하지 않는 행위, 어떤 보상도 하지 않는 행위는 가장 야만적인 행위로 간주될 것이다.
- p. 198


아, 부끄럽다.

가끔 동네에서 마주치는 그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 한가득이다.


책을 읽는 이유는 단순히 교양을 쌓는 게 목적이 아니다. 그 교양을 삶에 들여와 그렇게 살아가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독서는 옳은 방향으로 가는 이정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뜻에서는 이 지루하고 딱딱한 벽돌책이 나를 잘 데리고 가는 중이다.



일요일엔 정말 딱 냄비받침하고 싶은 '도덕감정론'에 이어 월요일엔 몽테뉴의 '나는 무엇을 아는가'에서는 습관의 묵직함을 삶에 들여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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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inued next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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