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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숙제를 받고

by 캐리소



한 계단씩 시간을 밟고 왔더니 여기까지 왔다. 과거라는 보따리 속 기억을 뒤적거리며 10대부터 50대까지의 내 모습을 글 안에다 녹여내느라 참 많이 부끄러웠다.


부끄러움도 건너뛰고

민망함도 견뎌내고

열없음도 참아내야만

완성할 수 있는 숙제라면 얼마든지 다시 해볼 용의가 있다.


이 브런치북을 시작할 때 '가장 빛나는 50대'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은 빛나지 않으므로 진심 빛나고 싶었던 내 본심이 그런 말을 툭 내비친 것이리라.

사실 50대가 그리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보낸 10대는 10대라서 푸릇했고, 20대는 20대 만의 고민과 좌충우돌로 정신없이 지나갔고. 30대는 불안의 중심축을 걸어왔다. 40대는 롤러코스터 같이 정신도 뭣도 없이 그저 하루를 겨우 살아냈다고 할 수 있다.


억지로 떠밀려 수동적으로 도착한 50대가 아니라 50대라서 느끼는 삶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인문학에 기대어 살짝 이야기해 보려고 했지만 그리 잘 되지 않았다.


너무 아는 게 없고, 나 자신에 대한 믿음도 적었고, 고정관념과 남루한 인식만 가득한 고루한 50대라서 그랬다. 내 소중한 독자님들께 허접한 글만 읽게 한 건 아닌가 싶어 숨고만 싶은 때도 있었다.


이 브런치북을 쓰면서 그런 내 모습을 낱낱이 만났던 시간이다. 글을 쓰면서 문장 속에서 커가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너무 무지해서 이런 나를 데리고 여기까지 오기가 쉽지는 않았다.


오래 산 부부처럼 지지고 볶는 글을 쓰면서 즐겁고 기뻤던 순간도 많았다. 그렇게 브런치가 조금씩 커나가면서 나도 새싹처럼 자랐다.


나 혼자였다면 힘들었을 거다. 무릎이 꺾일 때, 포기하고 싶을 때, 여러 브런치 작가님들과 함께 울고 웃고 독려하며 여기까지 왔다. 많은 분들이 내 글 앞에 등대가 되어 주었고 기댈 언덕이 되었다. 비록 글 속에서지만, 서로 맞댄 손과 마주친 눈에서 감싸안는 기운을 주고받았다.


우주가 내게 부여한 일 앞에서, 내가 써 내려가는 글은 진정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깨달아간다.


진심이어야 한다는 것과 소통을 놓치면 안 된다는 것과 말한 대로 쓴 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무거운 숙제를 받았다.

그저 어디에나 있을법한 평범한 내가 소박하지만 비범한 판을 짜는 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어떤 50대로 마무리할지, 어떤 새로운 60대로 진입할지 깊은 고민을 하면서 써 내려간 글에선 나처럼 평범한 중년이라도 새로운 나로 빚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드린 기분이다.


그동안 가슴에 품었던 꼬깃꼬깃한 꿈이지만 이제라도 완성으로의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쓴 이 브런치북이 30편이라는 결말을 완성했듯이 그동안의 나는 가장 나다운 방법으로 50대의 비범함을 그려냈다.

나도 하니 여러분도 할 수 있다.






아침에 잠에서 깨면 어제의 나는 사라지고 새로운 내가 되었음을 봅니다. 그런 해사한 모습을 닮은 새로운 브런치북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12월 6일 엄마의 유산이 출간되었습니다.

평범한 제가 비범한 한 점이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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