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발까마귀 Oct 23. 2021

옷장 문을 닫으며

어릴 때 판타지 소설 <나니아 연대기>를 좋아했습니다. 그 책에서는 옷장 뒤에 눈발이 흩날리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고 나옵니다. 저는 옷장문을 갑자기 확 열어젖히기도, 아니면 아주 천천히 조심스레 열어보기도 하면서 저에게도 그런 세계가 다가오길 바랐습니다. 물론 모두 상상으로 끝났지만요.


그랬던 제가 어느 날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서 아이유 님이 입은 드레스를 보고, 십 년 넘게 그리지 않았던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당시 그렸던 그림.

내가 살 수 없고, 나에게 어울리지 않고, 내가 입을 일이 없는 옷도, 그림으로 그리면 내 것이 되니까요. 저는 핀터레스트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들을 마구 수집하다가, 그걸 연도별로 정리하면서 시대에 따라 옷에 어떤 특징과 변화가 있었다는 걸 깨닫고, 인터넷을 검색해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 논문을 찾아보았습니다.


자라고 나니 재미의 대상이 옷장 너머가 아니라, 옷장 안이 된 겁니다. 유행 지난 코트에도, 평범해 보이는 원피스에도 하나의 세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그래서 알리고 싶었습니다. 옷장 안이 이렇게나 반짝반짝하고 아름답다고요. 어느 시대의 옷이 이래서 참 예쁘다는 얘기를,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모쪼록 여러분께서 이 글을 즐겁게 읽으셨기를 바랍니다.


다음에는 또 다른 흥미로운 복식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옷장은 넓고, 우리에게는 아직 나누지 못한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으니까요.


그럼, 안녕!

이전 09화 1990년대, 불안과 희망으로 가득 찬 세기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