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발까마귀 Oct 23. 2021

1980년대, 부와 권력의 과시

옷장 안에서 새 옷을 꺼내서 입어봅니다. 웬걸, 가게 주인 등쌀에 입어보지도 못하고 사온 옷인데 너무 안 어울리는 겁니다. 환불을 하러 가야겠는데, 주인 인상을 생각하니 등에 식은땀이 나네요. '환불룩'이라도 입고 가야겠습니다. 스모키 메이크업에, 어깨 깡패를 만들어주는 재킷을 걸칩니다. 이 재킷이 바로 1980년대의 상징입니다.



권력의 상징, 파워 슈트


1960년대의 여성해방운동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그리고 1980년대, 다양한 직종에서 고위직에 올라간 여성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20년대와 40년대, 60년대의 여성복이 일하는 여성을 위한 것이었다면, 80년대의 여성복은 성공한 여성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여성들은 자신이 남성들과 동등한 존재임을 드러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일하기에 편안한 옷을 원했고, 그 욕망은 과장된 어깨의 파워 슈트(power suit)로 발현됩니다.


어깨를 강조한 파워 슈트. 코트를 걸치면 어깨는 더더 넓어졌다.

파워 슈트가 만들어진 데에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주를 이루던 당시 철학 사조의 영향도 있었습니다. 동양과 서양,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허물어지고, 전통적인 복식을 해체하여 재구성하는 디자인들이 인기를 끈 거죠. 여성용 바지와 남성용 치마가 등장하고, 성별이나 체형에 구애받지 않고 입을 수 있는 크고 헐렁한 빅 룩이 인기를 끌게 됩니다.


80년대에는 미의 정의도 바뀝니다. 마른 신체가 아름답게 여겨진 60년대와 달리, 건강미 넘치는 몸이 이상적으로 받아들여진 겁니다. 당대의 패셔니스타였던 다이애나 왕세자비만 봐도 전자보다는 후자의 체형에 가깝죠. 자연스럽게 신체를 밀착하며 감싸는 옷이나 시스루 소재가 유행하게 되었습니다.



물질주의의 대변인, 여피의 등장


80년대에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 나타났는데, 바로 '젊고(young)' '뉴욕 근교에 살면서(urban)' '전문직(professional)'에 종사하는 고소득층인 여피(yuppie)들이었습니다. 성공과 부를 거머쥔 이들은 고가의 명품을 과시적으로 착용하며 패션 트렌드를 주도했습니다. 당연히, 딱 봐도 어느 브랜드인지 알 수 있도록 브랜드 로고가 크고 선명한 디자인이 유행했죠.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를 보면 월가에서 일하는 주인공이 친구들과 서로 명함을 자랑하며, 자신보다 더 고급스러운 명함을 가진 친구에 대해 적대감과 열등감을 느끼는 장면이 나옵니다. 남에게 보이는 것을 중시하는 여피를 풍자한 장면입니다. 경제적인 번영에 맞추어 크고 과시적인 형태를 띠며 부흥하던 패션은, 1987년 주식시장이 붕괴되면서 세계 경제와 함께 내리막길을 걷게 됩니다. 

이전 07화 1970년대, 행진이 끝난 뒤에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