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발까마귀 Oct 23. 2021

1970년대, 행진이 끝난 뒤에는

가을 하면 어떤 옷이 생각나시나요? 트렌치코트? 라이더 재킷? 가볍게 걸치는 옷들도 좋지만, 따뜻한 커피 한 잔에 어울리는 포근한 감성의 옷이 있죠. 옷장 안에 잘 개켜둔 니트 한 벌을 꺼내봅시다. 아, 그런데 옷에 달린 텍을 안 떼고 넣어뒀었네요. 딸깍, 옷핀을 눌러 텍을 빼냅니다.



열기가 식고 찾아온 이성


제4차 중동 전쟁(1973)으로부터 비롯된 오일 쇼크는 물가 상승과 실업률 급등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따라서 낙천적이고 정열이 넘쳤던 60년대에 비해 차분한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사회의 부조리에 집단적으로 저항하기보다는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청년층이 늘어난 겁니다.


자연스럽게 다원주의가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고, 대중문화의 확산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존 트라볼타 같은 영화배우나, 데이비드 보위, 마돈나, 마이클 잭슨 같은 팝 가수들이 다양한 패션을 주도하게 됩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여가와 건강이겠죠. 자연스럽게 운동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며 스포츠웨어 분야가 성장합니다. 소비문화 역시 합리적으로 변합니다. 적은 옷으로도 다양한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 여러 옷을 겹쳐 입는 레이어드 룩이 시도되었습니다.



또한 실용적이고 가성비가 좋은 의복이 선호되면서 옷은 점점 더 캐주얼해지고, 남녀 의복의 차이가 줄어들며, 니트와 청바지가 대중화됩니다. 랄프 로렌이나 캘빈 클라인이 등장한 것도 이때입니다. 청바지가 60년대의 아이콘이긴 했지만, 사람들이 유행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계속된 소수의 반항


60년대에 탄생했던 히피들의 패션은 70년대에도 이어지며, 70년대 후반에 나타난 펑크 룩의 탄생에도 기여합니다. 펑크(punk)의 사전적 의미는 '불량한, 쓸모없는, 풋내기' 등인데, 당시 런던에 나타난 록밴드들의 무대 의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펑크는 히피보다 한층 과격화되어, 반항적이고 공격적인 반사회적 성향을 띱니다. 이들은 검은색 가죽 의상을 즐겨 입었고, 옷에 급진적인 문구를 쓰거나, 옷을 찢고 구멍을 내기도 했습니다. 진한 화장에 머리를 화려하게 염색하고 액세서리로는 체인, 지퍼, 옷핀 등을 달았습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크루엘라>의 주인공 크루엘라의 스타일 역시 펑크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70년대 중반 이후 세계 경제는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갔고, 새로운 호황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80년대의 풍요는 60년대가 보여준 열정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