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갈 때 슬랙스를 입는 분들 많으시죠? 금요일에 집으로 돌아와 정장 바지를 옷장에 걸고 나면, 주말에는 뭘 입고 나들이를 갈까 고민하시기도 할 겁니다. 색이 예쁘게 빠진 청바지? 산뜻한 미니 스커트? 양손에 들린 두 옷은 모두 1960년대를 대표하는 옷들입니다. 아, 앞서 말한 슬랙스 까지도요.
1960년대는 전후 베이비 붐 세대가 청년층으로 성장하며 인구의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시기였습니다. 이들은 단지 수적으로 다수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의 풍요를 바탕으로 높은 경제적 자립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사회의 주요 계층으로 부상하면서 패션과 문화를 주도하게 됩니다. 영화 <헬프>에서 보이듯, 자유분방한 청년들에 의해 흑인 인권 운동과 여성 해방 운동이 전개되었고, 베트남 전쟁(1960-1975)에 대한 반발로 히피(hippies) 문화가 확산됩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덕분에 1960년대는 우아했던 1950년대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파격 그 자체였습니다. 팝아트와 미니멀리즘이 새로운 예술 사조로 대두되면서 강렬한 색감과 추상적, 기하학적 무늬가 사용되었고, 미니스커트와 핫팬츠가 탄생하게 됩니다. 당대 패션의 아이콘이었던 모델 트위기는 이러한 시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죠.
전쟁과 물질주의를 반대했던 히피들은 평화의 상징인 꽃과 수공예를 활용한 자연스러운 옷차림을 추구했고, 인종차별에 대해 저항하고자 민속 복식을 자주 차용했습니다. 찰랑이는 생머리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도 히피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그전까지 여성의 머리란 당연히 공들여 꾸미고, 구부리고, 틀어 올리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청바지가 자유와 젊음의 상징으로 떠오르는 상황 속에서도, 바지를 입은 여성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적대적이었습니다. 특히 프랑스나 미국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여성이 바지를 입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의 트레이닝복이나 레깅스가 가진 위상보다 더 나쁜 취급을 받았던 겁니다.
이런 상황에 반기를 든 디자이너가 바로 이브 생 로랑이었습니다. 그는 여성을 위한 최초의 턱시도 '르 스모킹(le smoking)'을 만들었고, 비로소 여성의 바지는 회사와 학교에도 퍼져나가게 되었습니다.
1960년대, 인류는 놀랍도록 번영하고 있었습니다. 생활수준은 높아졌고, 1969년에는 처음으로 달에 발을 딛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기도 했죠. 그러나 호황은 영원할 수 없었고, 길어지는 전쟁으로 사람들은 점차 지쳐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