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불가 경쟁력이 이니셔티브다
전쟁은 흑백지대, 외교는 회색지대라고 한다. 거기엔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으나, 전쟁에서는 피아 구별이 명확하고, 너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고, 그리고 빼앗은 만큼 내 것이 된다. 그러나 외교에서는 피아 구별이 명확하지 않다. 희뿌연 연막 안에서 죄다 웃는 얼굴의 가면을 쓰고 있다. 그래서 누굴 죽이고 누굴 살려야 하는지 판단이 쉽지 않고, 내가 얼마나 차지했는지는 태양이 떠오르고 안개가 걷힌 뒤에야 비로소 알 수 있다. 그럼 회색지대의 전쟁에서 살아남고 승자가 되고 그리고 가장 많은 땅을 차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이다. 누구와도 싸우지 않고 누구와도 손을 잡지 않는다. 사실상 가장 소극적인 외교라 할 수 있는데, 자의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지정학적인 위치, 경제적 상황 등 자국이 가진 조건들과 다른 나라들, 특히 강대국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둘째 모두와 친구가 되는 것이다. 즉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내가 가진 게 있어야 한다. 크고 강력하기까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내가 내민 손을 적이 잡게 만들 수는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모두와 친구가 되면 절친을 갖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셋째 아무도 나를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것, 즉 제일 강한 자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할 수 있는지는 전적으로 내 안에 있다. 내가 내미는 손을 거부할 수 없도록 만들 어떤 것, 더 나아가 적들이 친구가 되기를 청하며 스스로 찾아오게 만들 어떤 것을 내가 갖고 있을 때만 가능하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는 영토분쟁지역으로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다. 2010년 9월 일본의 해상보안청은 센카쿠열도 주변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을 나포하고 중국인 선장을 구속했다. 중국은 석방을 요구했고 일본은 거부했지만,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자 일본은 바로 선장을 석방했다.
하지만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며 위세를 떨치던 희토류가 예전 같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희토류의 무기화를 목도한 나라들이 자체 생산, 수입처 다변화, 대체 기술 개발 등의 자구책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대체불가 경쟁력은 없다. 대체불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또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방법뿐이다.
우리가 가진 지정학적 특수성은 상수다. 바꿀 수 없다. 그래서 누구와도 손을 잡지 않고 누구와도 싸우지 않는 스위스나 오스트리아와 같은 중립국이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도는 인구 대국임을 내세워 물건을 사줄 잠재적 시장이라는 가능성으로 모든 적들을 친구로 만들 수 있다. 또한 튼튼한 내수 자립으로 일정 부분 배짱을 부려도 된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상호 적대적인 강대국들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만 하는 숙명이다.
그렇다면 길은 제일 강한 자가 되는 방법뿐이다. 중국이 대체불가 경쟁력으로 적을 단숨에 무릎 꿇린 바로 그 방법이다. 대체불가 경쟁력만 손에 쥘 수 있다면 약점이었던 지정학적 위치는 강점이 된다. 문제는 어떤 경쟁력을 가질 것인가와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은 진부하지만 진리다. 우리에겐 자원이 없다. 좋은 인력과 좋은 기술력은 있다. 성공해 본 경험과 자신감, 그 과정에서 구축한 인프라도 있다. 대통령인 나는 대만의 반도체를 생각하고, AI와 SMR(소형 모듈 원자로)을 생각한다. 나는 우리나라를 대체불가 경쟁력을 가진, 그리고 그것을 계속 유지하는 나라로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