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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Dec 13. 2020

우리를 변하게 하는 것, 오직 사랑뿐

우동 한그릇과 과자 바나나킥



 찬바람이 불고 하늘이 빨리 어둑어둑해지는 겨울, 한 해를 보내는 이맘때가 되면 언제나 문득 떠오르는 ‘우동 한그릇’(구리 료헤이)이란 일본 단편소설이 생각난다. 섣달 그믐날, 북해도의 한 우동집에 허름한 차림의 부인이 두 아들과 같이 와서 우동 1인분을 시키자, 가게 주인이 이들 모자 몰래 1.5인분을 담아주는 배려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너무나 잘 알려진 짧은 얘기인지라 굳이 그 소설을 다시 소개하기보단, 최근에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어머니의 한 없는 사랑을 되돌아보게 하는 가슴 따뜻한 사연을 소개하고자 한다.



어느 날 부대로 신병이 한 명 들어왔다. 싹싹한 성격에 맡은 일을 곧잘 하던 이등병은 모두의 예쁨을 받았고 그 덕분에 내부반의 분위기는 활기차 졌다.


이등병이 부대에 들어온 지 한 달쯤 되던 때, 이등병의 홀어머니가 면회를 오기로 했다.

선임이 칼각으로 다려준 군복을 입은 이등병은 분대장과 함께 어머니가 계신 위병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감격스러운 모자 상봉의 순간, 옆에 있던 분대장은 붉어지는 눈시울을 참을 수 없었다.


얼굴의 반쪽에 화상으로 인한 흉터가 있던 어머니가 아들을 보자마자 "내 아들... 내 아들..."이라는 말을 되뇌며 굵은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그런 어머니의 손에 들린 검은 비닐봉지에는 통닭도 김밥도 아닌, 과자 '바나나킥' 한 봉지가 담겨있었다.
집이 워낙 가난해 흔한 통닭 하나 사줄 수 없던 어머니는 어릴 적 그 이등병 아들이 좋아했던 바나나킥을 고민 끝에 사 온 것이다.

어머니는 "차비를 생각하면 통닭을 사 올 수가 없었다"라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이등병은 차오르는 눈물을 견디며 "엄마 봤으니 됐어"라는 말로 어머니를 위로했다.

면회 선물로 과자 바나나킥을 챙겨 올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

안쓰러운 이등병의 사연을 전해 들은 부대원들은 돈을 각출해 외박과 외식비를 지원해줬다. 분대장은 "그때 외박을 가던 이등병의 서글픈 표정이 아직도 가끔 생각난다"라고 회상했다.




출처, 인사이트(@insight.co.kr)



 군대 간 아들의 첫 면회에 돈이 없어 과자 한 봉지밖에 사 올 수 없었던 어머니의 마음과 그런 어머니를 위로해준 이등병 아들, 그리고 부대원들의 따뜻한 배려가 담긴 이 사연은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재조명되며 많은 사람들을 눈물짓게 만들고 따뜻한 감동을 전해주었다고 한다.


낙산공원


 한 해를 마감하는 계절의 모퉁이에서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코로나 재확산 소식과 호환마마보다도 더 무섭다는 진영논리에 갇혀서 옳고 그름을 떠나 매사에 악다구니를 쓰는 모습들을 지켜봐야 하는 현실에서 이탈해, 가끔은 우리들의 선한 본성을 찾아줄 수 있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이 상처 받은 우리의 영혼을, 우리의 삶을 치유해 줄 수 있다고 믿는다.


 되돌아보면 우리를 변하게 하는 것은 어떤 지식이나 경험, 삶의 지혜도 아니다. 그렇다고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저절로 변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변하기 쉬운 것도 사람이고, 가장 변하기 어려운 것도 사람이라고 누군가는 말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희망은 오직 사랑뿐, 사랑만이 우리를 변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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