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y for Ukraine
러시아가 결국 이웃나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조금만 관심 있게 뉴스를 보면 알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같은 슬라브 민족이지만 1930년대 초 삼백만 명이 굻어 죽은 대기근 때도 스탈린의 러시아로부터 도움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핍박받았고, 또한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독일의 히틀러가 침공해 온 국민을 유린했고, 다시 1944년, 스탈린이 해방한 후 또 이용만 당하는 과거가 되풀이되었다.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해산하면서 독립국이 된 후 1994년 미국, 러시아, 영국 등의 안전보장 각서와 함께 세계 3위인 1천800여 개의 핵탄두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모두 러시아로 반출해 폐기했고 유엔 안보리가 그 안전보장 이행을 보증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소련의 곡창지대로서, 핵 창고로서의 역할뿐,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보여주듯 철저하게 이용만 당했지만, 그 불행했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고 아무런 준비 없이 시간을 낭비한 결과 유럽의 최빈국으로서 다시 과거를 되풀이하고 있다.
2019년, 부패하고 무능한 기성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염증에 기대어 돌풍을 일으키며 정권교체를 했다. 정치에 문외한인 젊은 코미디언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 후, 2014년에 러시아의 침공과 함께 합병된 크림반도의 교훈을 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 미국과 나토의 이익에 부합하는 나토 가입에 대한 변죽만 울리다가 위협을 느낀 러시아를 자극해 그 국민들은 피난행렬에 줄을 서는 오늘의 사태를 맞고 있다.
미국과 서방,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새로운 냉전시대가 시작되었음을 말로만이 아닌 증거로 보여주는 대사건이 우크라이나 사태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 대행동의 원칙적인 대응보다는 경제제재의 목소리만 높이다가, 부분적인 경제제재를 하나둘씩 발표하는 순간에도 우크라이나의 국토와 국민은 침략당하고 있다. 그 우크라이나의 비핵화를 설득하고 안전을 보장했던 그들 중 러시아는 침공하고, 유엔 및 미국은 다 함께 기도하자고 한다. 우리는 당연히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도할 거니, 그들은 부다페스트 각서의 약속만 지키면 된다.
지정학적으로 우리와 거의 판박이인 우크라이나의 현 사태에서 교훈을 얻고자 한다. 거듭 말하지만, 과거를 잊은 민족은 그 과거를 되풀이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달리, 대한민국은 오늘날의 경제 10 대국에 진입하기까지 과거를 잊지 않았고, 국방력에 힘을 쏟은 결과 세계 6위의 군사강국이 되었으며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물론 전투기, 이지스함, 잠수함까지 만들고 심지어 항공모함 건조를 계획하고 있다. 문제는 신냉전시대가 시작된 지금부터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교훈을 삼을 필요가 있다.
첫째, 아무도 우리를 대신해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직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질 때만, 우리 주변의 강대국들에게 우리의 존재 또한 소중해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지킬 수 없을 때는, 우리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우크라이나처럼 주변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이익과 방어를 위해 당근과 채찍을 들고 이용만 하려고 할 뿐이다.
둘째, 이제 북한에 대한 앵무새 같은 비핵화 전략도 수정되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때가 되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고도 북한이 지금까지의 최악의 경제제재를 받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핵무기를 순순히 내놓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가 왜 북한을 그나마 대접해주고 있는지는 북한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우리에게는 남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국제질서가 한번 무너지기 시작한 이상, 레드라인을 넘는다면 1994년 북핵위기 때 미국의 영변 핵시설 선제타격 시도 때와는 달리, 미국은 누구와도 협의 없이 즉시 행동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북한도, 우리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셋째, 신냉전의 시대에 기존의 외교전략을 보완하고, 주변 강대국들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밀고 당기는 주도면밀한 외교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처럼 자신의 지정학적인 처지를 무시하고 나토 가입과 같은 중대한 이슈를 공개적으로 저울질한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정치와 외교에 무지하고, 무능한 지도자를 뽑은 죄로 추운 겨울밤에 끝이 안 보이는 피난차량에 몸을 싣고 있다. 그나마 우리는 보트피플이 아니면 도망갈 곳도 없고 배수진을 친 형국이다.
마지막으로, 평화는 돈을 주고라도 사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 말만큼이나 평화는 소중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거나, 전쟁의 경험이 없는 사람들일수록 평화보단 전쟁을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한국전쟁에서도 개전하자마자 가짜 뉴스를 남발하다 유일한 인도교인 한강 다리를 끊어놓고 제일 먼저 도망갔던 사람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역시 정치인들과 돈 많은 기업인들이 제일 먼저 줄행랑을 쳤다. 우크라이나를 위한 기도와 함께, 그 참혹한 전쟁 뉴스를 지켜보고 깨달음이 있었으면 좋겠다. 유리의 운명은 깨지는 것에 있다. 지금까지 북한의 잦은 휴전협정 위반도 있었지만, 우리의 휴전협정 또한 평화협정으로 대체되든, 깨지는 것에 그 운명이 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유리의 운명을 잘 알기에 우리는 늘 조심조심 지혜롭게 다루는 법을 이미 터득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