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과 관점
대관령 여름 음악제에 가기 위해 차를 몰고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토요일 오전이라 교통흐름이 원활하지 않았다. 평창까지 세 시간이 넘게 가는 동안 아내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ENA)에 대해 그 에피소드부터 많은 트위터리안들이 언급한 내용을 내게 소개했다.
시청률 0.9%에서 시작해 입소문을 타고 시청률이 고공행진을 하고 이주만에 10.2%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평과 응원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내는 이제 호텔의 회전문은 당연하고 생수병의 뚜껑을 열 때도 우영우를 생각한다.
주말 교통체증 때문에 오후에 시작되었던 음악회 프로그램은 겨우 관람할 수 있었다. 그날 초저녁엔 투숙한 호텔 1층 로비라운지에 앉아 그곳에서 진행하는 작은 음악회를 기다리며 간단한 피자와 커피로 저녁을 대신하고 있었다. 아내는 예의 그 우영우 관련 유튜브 내용을 내게 설명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신입 변호사, “내 이름은 우영우.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그리고 역삼역”, 아내의 얘기를 들으며 잠깐 라운지 창밖을 내다보며 조금 전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담소하고 있는 가족들을 바라보며 참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얘기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느꼈는지 아내는 나의 시선을 따라 창밖의 야외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여보, 아내들이 왜 부모님들과 가족 여행 가기를 싫어하는지 알아요? 창밖 모습처럼 한 테이블에는 부모님과 두 아들, 또 다른 테이블에는 두 며느리와 아이들만 앉아 있는 거 보이죠. 딸들이라도 저렇게 앉았을까요?” 아내는 여행까지 와서 꼭 저런 포맷으로 자리를 나누어 앉아야 하느냐고 내게 반문했다.
아내의 말을 듣고 보니 며느리들끼리 앉은 테이블은 아이들만 즐거워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 부모님들이 며느리들을 배려한 게 아닐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세상에는 어떤 한 사안에 대해 많은 다양한 관점들이 존재하고, 누구나 대개 그 관점은 자신이 살아온 삶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또한 대부분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관점일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 어느 트위터의 글에서 읽은 에피소드 하나가 떠올랐다. 일본 단편소설 ‘우동 한 그릇’( 구리 료헤이)을 패러디해 지금의 사회 현실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어느 남매가 우동 집에 와서 우동을 한 그릇만 시키는 걸 본 주인장이 한 그릇에 면을 듬뿍 담아 주었다. 그것을 본 다른 손님이 “왜 나는 저렇게 안주냐”며 클레임을 걸었고, 리뷰에 사람을 차별해서 음식을 주는 ‘공정’ 하지 못한 음식점이라는 리뷰를 남겼다.”는 글이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장애인의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함께 장애인들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관심과 인식 개선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봄날의 햇살 같은 드라마다. 하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는 장애인을 상업성에 이용한 드라마라고 비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그동안 장애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일관된 무관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어떤 한 사안을 두고 많은 다양한 관점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자신의 이익보다는 따뜻한 시선과 함께 오직 진실만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배우는 것은 표현하는 수단으로만 써야 한다. ‘공평과 공정’도 구별 못하면서 착한 가게, 우동집에 대한 리뷰를 썼던 그 손님이 새겨야 할 사자성어는 불안돈목 ( 佛眼豚目 ), 부처님의 눈과 돼지의 눈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