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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유감

디지털 노매드(SNS)

by 봄날


2000년대 초부터 SNS란 사생활 노출 서비스의 원조였던 싸이월드가 며칠 전 뉴스에서 사용자들에게 고지 없이 일방적인 폐업을 했다고 한다. 그동안 2천만 명이 사용하며 그들의 삶과 생활 현장의 희로애락을 노출하고 표현하며 세상과 소통했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모든 노출과 표현의 개인 아카이브는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싸이월드는 한때 큰 인기를 끌었지만 2010년대로 들어서면서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하는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새로운 글로벌 에스엔에스(SNS) 서비스에 밀려나고 말았다.


SNS의 원조로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그 영화는 화무십일홍, 결국 겨우 10년을 누리고 쇠락의 길을 걷고 말았다.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꾼 게임 체인저인 스마트폰 환경과 글로벌 시대의 환경에 민첩하게 적응하지 못한 결과였으며 그 후 사용자들은 페이스북으로 이동하고 다시 인스타그램으로 옮겨 갔다. 사용자들의 NEEDS와 WANTS를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싸이월드 스스로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사용자들의 업데이트였지만, 아이러니칼 하게도 그들은 스스로 사용자들의 변화하는 필요와 욕구에 업데이트되지 못하고 몇 번의 부활을 시도했지만 이미 양력을 잃은 비행기처럼 추락하고 말았다.



싸이월드 초창기 때부터 나는 시간이 여유롭거나 일에 치여 힘들 때, 세상과 또는 함께 일상을 공유하던 일촌들과 삶의 희로애락을 공유하며 힐링하고 위로받던 공간이 이제 영영 세상에서 사라지고 말았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황당함과 더불어 디지털 미아가 된 기분이 든다. 지금까지도 가끔 아이들이 자라던 모습이 그리워지고 추억하고 싶을 때 그때로의 시간여행을 하며 싸이월드에 저장된 사진들을 돌아보고 추억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내 삶의 기록인 사진들과 표현들이 모두 함께 사라진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이 대세가 되면서 또 주변 지인들을 둘러보면 예전처럼 페이스북을 많이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나는 싸이월드가 시들해지던 2010년대부터 페이스북으로 옮겨와 거의 십 년을 세상과 소통해 왔지만 인스타그램이 대세가 되면서 SNS를 찾아다니는 디지털 노매드의 삶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페이스북마저 활동을 중단하고 SNS를 보기만 할 뿐 현실에서 참여하고 활동은 하지 않는다. 아마도 싸이월드로부터 경험한 SNS가 나의 디지털 아카이브가 될 수 없다는 불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페이스북의 이슈들을 들어 보면 그들 또한 새로운 경쟁자와의 싸움에서 패배하고 싸이월드의 뒤를 따르지 말란 법이 없다. 생각만 해도 두렵고 걱정이 앞선다. 지금도 매일 페이스북이 과거의 오늘을 소환해주는 것을 추억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 갑자기 브런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상상해 본다. 브런치에서 작가로 활동하시는 분들은 모두 뼈를 갈아서 넣은 글을 매일 쓰고 발행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브런치가 무한한 세월 승승장구하기를 바라마지 않지만 브런치 또한 사용자들의 NEEDS와 WANTS를 발 빠르게 파악하고 연구, 발전시키는데 게을리하지 말란 보장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나, 아니면 또 현재 최강인 브런치와 대적할 만한 새로운 글 쓰는 공간의 강자가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는가 하고 생각하다가 너무 두려워 그냥 잊어버리기로 한다.


새로운 의미의 SNS 디지털 노매드, 양들을 데리고 새로운 목초지를 찾아 돌아다니는 목동이 아니라 내가 양이되어 스스로 좋은 양질의 푸른 초지를 찾아다니는 그런 순한 양이 되어야 하는 건가. 세상 일이 원하고 욕망한다고 모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그냥 봄날이 가고 여름이 오듯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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