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먹는 것은 돼지보다 적지만 일은 소보다 많이 해야한다

Global view, Local touch

by 봄날



중국 관련 비즈니스를 할 때 중국 농민공이 공장 벽에 새겨 놓았다는 이 글이 늘 마음속에 남아 있다.



"먹는 것은 돼지보다 적지만 일은 소보다 많이 해야 하고, 잠은 개보다 늦게 자지만 닭보다 먼저 일어나야 한다"

이글이 어떤 지역을 대표하거나 길에서 이정표가 되는 랜드마크처럼 동남아시아 최빈국 혜택을 받는 나라들에 의류 제조 공장을 가지고 있는 한국 회사와 일할 때 늘 마인드마크가 되었다. 생산 원가를 낮추기 위해 요즘은 중국을 벗어나 패션 임가공 회사들은 동남아시아로 많이들 진출해 있다. 중국의 임금이 경쟁력을 잃고 나서는 베트남, 인도네시아로 진출해있던 그 공장들이 지금은 그들의 공임 또한 경쟁력을 잃으면서 점점 더 서쪽으로 캄보디아, 미얀마,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70,80년대 우리나라가 패션 임가공 시장의 경쟁력 있는 저임금으로 매력이 있을 때 우리나라 또한 지금의 그 나라들처럼 우리 노동자들도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일했다. 산업역군이라는 이름으로 개인과 국가의 발전이 하나로 연결되는 이데올로기 속에서 산업화의 이면에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중국 또한 그들 인민대중의 희생 속에 오늘날 G2라는 이름으로 마국과 함께 세계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모두가 한 나라의 산업 발전 단계에 따른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가 거쳤던 그 모델을 또 동남아시아 및 서남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이 거쳐가야 할 그 과정에 있는 것이다.


지금도 북한은 대북 전단 살포 문제로 개성공단을 완전 철거한다고 위협을 하고는 있지만, 지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는 완충지역으로서의 안보적 측면이나 북한의 개혁, 개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개성공단 기업인들에게는 이래 저래 무척이나 아쉽고 무책임한 결정이었다. 이 지구 상 어디에도 그 최저 임금, 품질과 소통, 딜리버리 기간을 맞출 수 있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며칠 전 뉴스를 보니 한국에서 고기잡이 배를 타고 근해에서, 또는 우리 원양 어선을 타고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선원만도 2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들의 취약한 근로조건과 저임금, 비인간적 대우를 고발하는 뉴스 내용은 어려운 말 그대로 목불인견의 상황이었다. 부끄러워 일일이 예를 들 수가 없다. 인터뷰에 응한 인도네시아 선원의 말로는 부선장은 악마라고 표현했으니 상상에 맡긴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우리나라에 대한 애국심과 선진국이라는 자부심에 깊은 그늘이 생겼다. 우리가 늘 나쁘게 표현하는 말 중에서 ‘ 아는 놈이 더 한다.’는 말처럼 동남아시아에 앞서 그 산업화 과정을 먼저 경험한 우리가 똑같이 이주노동자들에게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등 그들이 우리를 부러워하고 좋아하는 한류를 생각하면 너무 부끄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이제는 선진국으로서 세계 속에서 당당해지고 자긍심을 갖고 싶으면 그에 걸맞은 국격을 가져야만 할 것이다. 다행히 이제라도 나라가 나서서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이 땅의 산업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에 대해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제도를 정비해 나간다 한다. 제도가 정비될 때까지 어떻게 그들의 인권 보호와 그들이 인간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 된다. 아직 우리나라의 산업현장 조차도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걱정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과 인권 보호가 후순위로 밀려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은 한국도 제대로 된 기업들에서는 해외에서 직접 소싱할 때 제일 먼저 그 공장이나 회사의 기업윤리 규정, 즉 컴퍼니 컴플라이언스를 최고의 가치로 두고 선정한다. 원가 경쟁력이 있다 하더라도 기업의 윤리 규정이 없거나 준수치 않을 때는 과감하게 업체 선정을 지양해야 더 큰 사고가 없으며 기업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 결정권자는 업체 선정을 하기 전에 미리 미성년, 아동의 노동 금지 규정이라든지 기업이 규정한 윤리 규정을 확인하고 직접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십 년 전쯤 협력업체가 중국에서 만들어오는 최저 원가 3.5달러짜리 청바지를 어떻게 생산하는지 나의 상상력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되질 않았다. 현지 데님 생산 공장을 찾아가서 데님 생산 과정을 점검했다. 공장 환경은 폐수처리 등 두말할 것도 없고 작업 환경 또한 말이 아니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얼굴이 인디고 연료에 오염되어 마치 야수와 미녀의 슈렉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연례행사로 이루어지는 데님의 생산과 공급, 판매를 중지하겠다고 회사에 보고하고, 그 청바지를 판매하는 유통회사를 설득했다. 다행히 두 회사 모두 엄청난 매출과 이익을 과감하게 포기할 정도로 기업윤리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좋은 회사였다. 그런 작업 환경에서 데님을 만들어서도 안되고, 만든다 해도 일부 SPA 브랜드의 싸구려 상품처럼 환경보호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이제는 기업들도 해외 선진국들의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따라 글로벌 스탠더드를 기업 활동에서 도입 운영해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또한 그들의 상품을 수입할 때도 선진국의 기준이나 규정을 우리나라의 현실과 소비자의 요구와 기준에 맞게 손보고 더해서 제대로 적용할 때 기업이 바라는 매출과 이익을 실현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의 규정이나 제도가 정비되어야 하고 입법화해야 할 것이다.

하나마나 한 소리 같지만 우리도 이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주변 이웃 나라도 좀 둘러보며 살 일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