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제에 대한 단상
북한 문제를 바라볼 때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북한을 대하는 마음이 늘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한다. 문득문득 어쩌면 별 문제가 아닌 것을 가지고 트집을 잡고 그들의 계획된 통일전선 전술에 따라 대외 선전 매체를 통해 단계별로 압박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소위 막말을 하는 그들의 지도자들이나 대외 선전 매체를 보고 있으면 만정이 떨어지기도 한다. 분단된 국가지만 품격이나 언어 사용이 거의 조폭 집단 수준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다. 도저히 국제적인 상식과 국가적인 품격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북한도 시대와 국제 관계 흐름에 맞게 변해야 한다. 이미 수백 번 되풀이되어 노림수가 뻔한 대남 전략과 함께 아직도 최고 존엄 따위를 따지는 꼰대 국가의 모습으로는 그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하루빨리 깨달았으면 한다.
며칠 전 6.15 공동선언 기념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유진벨 재단에서 인도적인 목적으로 북한의 다제성내성균을 가진 결핵 환자들을 돕는 과정을 촬영한 내용이었다. 환자들의 앙상하고 핏빛 없는 얼굴과 웃음기 없는 행색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한편으로는 재단과 협력해서 함께 결핵 퇴치에 정성을 다하는 북한의 의사들과 간호사들을 보면 남한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이 생활하고 있는 배경과 환경을 보면 남한의 1960년대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고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결핵이 낫질 않고 대북 제재로 인해 의약품 부족과 함께 결핵으로 죽어가는 그들을 보면 우리가 진정 21세기의 현대 사회에 살고 있는 게 맞는가 싶다.
지금은 기존의 극우를 넘어서 북한에 가족을 남겨두고 목숨을 걸고 탈북해서 남한에 정착하고 있는 일부 북한 이탈주민들까지 나서서 북한 위정자들의 부패와 악행을 고발하고 대북전단을 뿌리면서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맞고 틀리고, 옳고 그르고를 따질 문제가 아닌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존에 관한 문제다.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줄 만큼 쉽고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서 역대 어느 정부라도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단지 큰 방향은 그때나 지금이나 평화 정착과 상호 협력, 그리고 민족 통일을 지향할 뿐이다. 그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 정치 지도자들, 특히 이슈가 생길 때마다 TV 화면에 비치는 평양에 살고 있는 선택된 시민들이 모진 말로 인터뷰하는 모습, 김정은 위원장과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지도자들의 모습 또는 미사일과 탱크를 앞세우고 행진하는 군인들을 반복적으로 보면서 우리들의 인식 속에는 북한이 곧 그들이라고 은연중에 착각하고 있지는 않는지 궁금하다. 그들만을 북한으로 인식한다면 문제는 오히려 간단할지도 모른다. 그들 외에 나머지 99%의 북한 주민들, 다시 말해 대북 제재로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 의약품이 부족해 죽어가는 죄 없는 북한 사람들, 눈만 쾡한 헐벗고 굶주린 북한 어린이들이 곧 레알 북한이고 그들을 생각하면 한시가 급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가 북한을 제압할 충분한 힘을 가졌다고 해서 극한 대결과 동족 간의 참혹한 전쟁으로 무사히 북한 주민들을 구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우리 모두는 그렇게 할 것이다.
어릴 때 동화 속에서 바람과 태양이 힘자랑을 하며 싸울 때 나그네의 두꺼운 외투를 벗길 때 조차도 바람이 몰고 온 비바람 치는 폭풍우도 그 나그네의 외투를 벗길 수 없었지만 따뜻한 햇볕은 조용하고 평화롭게 나그네가 스스로 그 두꺼운 외투를 벗게 만들었다. 무서운 폭풍과 비바람이 치면 칠수록 날아가지 않도록 꼭 끌어안고 버티면서 폭풍과 비바람이 지나가길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유엔의 대북제재로 인해 실제 피해를 겪고 있는 대다수의 선량한 북한 주민들의 가혹한 현실을 생각하면 나는 개인적으로 대북제재의 효과에 대해 매우 회의적일 뿐이다.
우리가 북한 문제를 인식할 때 북한의 정치지도자들과 대다수의 선량한 북한 주민들은 분명히 구분해서 인식하고 문제 해결의 전제로 삼아야만 첫 단추를 제대로 낄 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과 위안부 문제 해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개 중심을 잃고 어느 한쪽의 극단에 서게 되면 그들 모두를 동일시하며 싸워야 할, 또는 제거해야 할 적으로만 생각하게 되는 어리석음을 노출하게 되고 옳지 못한 의사결정이 따를 뿐이다. 그렇게 쉬운 문제라면 반세기가 넘게 보수든 진보든 정치 지도자들이나 그 문제 해결에 일생을 헌신하고 있는 시민 단체들이 지금까지 끌고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또한 한편으로는 대북 전단 살포의 중심에 있는 북한 이탈 주민들도 북한에서 고통받고 있는 그들의 가족들을 생각하면 조급한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무엇이든 도가 지나치면 일반 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 있을 뿐이다. 국내 여론을 무시하는 소수 이탈 주민들의 분수에 넘치는 행동으로 인해서 꿈과 희망을 안고 자유 대한을 찾아온 대다수의 선량한 북한 이탈 주민들까지 인심을 잃고 관심과 사랑에서 멀어져 가게 될까 걱정이 앞선다.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결국 개성에 있는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몰상식한 만행을 저질렀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이해 강대국들은 아무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짓에 동의하지 않는다. 또한 그들은 아무도 한반도가 통일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바라지도 않는다. 남북문제 해결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