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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양c Mar 31. 2022

Ep1. 바야흐로 대 퇴사의 시대? (+작품소개)

그렇게는 못살겠어서..

바야흐로 대 퇴사의 시대?




"그렇게는 못살겠어서.."

아인이 말했다.


예소는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거대 항공사에 근무하던 아인. 1년여 만에 나타난 그는 공무원이 되었다고 본인을 소개했다.

이유가 궁금한 예소는 물었고,

아인은 답했다.


그렇게는 못살겠어서..

바야흐로 대 퇴사의 시대!!

누구나 이직을 꿈꾼다.

누구나 각자의 이유를 백가지 천가지 댈 수 있겠지만 어찌 보면 이유는 단순한 듯 하다.

현실적인 이유인 "그 사람이 싫어서" "월급이 개차반",  "업무가 거지", "출퇴근이 힘들잖아"


좀 더 철학적으로 가자면

"이렇게 살다가는 내가 내가 아닌 게 될 것 같아서"그렇게,

더이상  인격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아인도 위 이유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다만 전염병이라는 현실 앞에 좀 더 적나라한 현실을 매일 매 순간 너무 강렬하게 마주해야 했을 뿐.


예를 들면 그런 거다.

어제까지 웃으며 같이 커피를 즐기던 오 차장님이 오늘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준비한다 했다.(물론 이건 나중에 뻥으로 밝혀졌지만. 망할.)

내 옆에 앉아 나른한 오후 시간 높은 파티션을 방패 삼아 꾸벅꾸벅 졸던 사대리는 제빵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언제 짤릴지 모른다나. 아침마다 창가에 따스한 햇볕을 얼굴에 쐬던 능력 있는 후배는 해외취업을 알아본다 했다.

또 위 층 이름 모를 누군가는 주식투자에 뛰어들었고, 누군가는 공무원 시험은 에도윌, 공인중개사 시험도 에!도!윌! 외치는 광고를 따라 공인중개사를 준비하고, 누군가는 예상보다 이른 강제 은퇴준비를. 누군가는 죽어보 못보내~를 생각하며 절대 이 회사에 붙어있을 다짐을.


그런 대화가 일상이 되던 날들이었고, 그렇게 한 명씩 사라지는.. 이건 사실 마법이었던 것임의 마법 같은(?) 현실을 매일 적나라하게 마주해야 했던 날들.

마스크나 좀 쓰면 되지-하며 웃어넘겼던 전염병이 우리 회사, 우리 항공 업계에 몰아친 후폭풍은 너무도 직접적이어서..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믿기지가 않았다.

어릴 적 전설처럼만 들어왔던 98년 IMF 실직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 우리 업계만 쓰레기지..? 전염병은 우리 회사만 노린 건가 망할.." 이렇게 말하는 아인은 그래도 운이 좋은가보다 했다. 그의 자리는 매일 아침 그에게 앉을 수 있는 온전한 하루를 선사했으므로.

아인은 생각했다. "이게..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근데 이 먹다 식어버린 커피 같은 씁쓸함은 뭘까.."


그렇게 회사 내 자리에 앉아있노라면 남은 이도 죄인, 떠난 이도 죄인, 서로 그렇게 미안한 감정만을 갖고 눈빛을 피한다. 그 정도면 그래도 나쁘지 않다 생각했다. 아니 조금 건방지게도

"회사가 나를 왜 자르지 않을까?"

예전 예소가 했던 말이다.

그때 내가 뭐라고 답했더라..

"값은 싼데 젊고 업무는 웬만큼 하는 소위..  팔리는 대리, 과장이어서..?" 아니면..

"그냥 회사가 너란 존재 자체에 관심이 없는 거지.. 그냥 예소 너는 회사가 갖고 있는 수많은 예비 부품 중 하나인 부품1인 거지" 했었던 가벼운 혓바닥의 기억. 그리고 그 말은 정확히 지금의 아인에게 돌아와 비수로 꽂힌다.


피할  없는 자본주의의 창백한 진실.

그래 우리는 그저 그런 부품 1일뿐.


설 팀장이 들어온다.

오늘도 그는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인다. 왜일까?

웃으며 출근하면 본인의 자리가 오늘 당장 댕강. 날아갈 수 있다는 걸 정확히 아는 걸까.

아인은 일어난다. 그리고 무심한 무감각의 눈을 꿈뻑이며 팀장 앞에 선다.

그리고 말한다.


"팀장님, 죄송하지만 저 그만두려고요.."


입안에 쓴맛이 난다. 자책의 쓴맛.

내가 내 발로 그만두겠다는데 왜 나는 이 순간에도 회사에 "죄송하지만"을 덧붙이는 게 당연하다는듯 튀어나올까.


한심하다.


팀장은 말한다.

"나중에 얘기하지 흠흠"  


아인은 자리로 간다.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예소가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야! 아인!! 뭐해!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갑자기 연락 와선 공무원?"

아인은 아직은 창백하지만 따뜻한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 그렇게는 못살겠더라고..  그렇지 않을까? 지금의 우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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