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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샤할머니 May 10. 2020

쉿! 동생이 깨면 우리의 평화도 깨져

3월이면 둘째도 어린이집에 가는 거였는데...

대단한 것을 하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능한 한 결단이나 선택에 에너지를 쓰지 않고 담담하게 일을 진행한다.

야망을 불태우기 전 확실하게 절차를 정해서 담담하게 진행해 나가자.

늘 같은 패턴으로 일을 하는 구조를 만들고 하나하나 루틴을 반복하며 실행해 나가면 시간과 생각에도 여유가 생긴다.

남들이 하지 않은 획기적인 일, 대단한 성과는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일의 목적을 이루었을 때 따라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확실하게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또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일의 진행 절차를 갖춰야 한다.

-길벗 <일 잘하는 사람들이 절대 놓치지 않는 5가지 기술중에서




세 달 가까이 글을 썼다.

초반에는 조회수나 라이킷에 내 기분이 좌지우지되어 글을 쓰는 것이 즐겁기만 하진 않았다.

아이들을 재우며 같이 뻗어버리지 않는 날에만 틈틈이 쓸 수 있었고 집에서 계속 아이들과 같이 지내며 글 쓰는 시간을 낸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글의 반응이 내 맘 같지 않구나 싶을 땐 실망스러운 게 당연했다.

나도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게 그리고 그게 내 생활에 활력이 되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어느새 안 좋은 영향도 미치고 있었던 거다.

글 쓰는 게 즐겁지 않고 부담으로 느껴지면 안 되는데...

처음에 글을 쓰기 시작하며 생각했던 '내가 글을 쓰는 의미'는 이미 잊은 지 오래인 것 같다.

 사실을 알아차리곤 며칠 더 힘들었다. 그때 마침 나에게 필요한 글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계속 글을 쓰고 있다.





첫째에게 통 보여주지 않았던 티브이를 보여주는 시간은 둘째가 버티고 버티다 낮잠을 자야만 하는 시간이다.

코로나로 세 달 가까이 다섯 살 첫째와 세 살 둘째가 함께 집에 있으면서 가장 어려웠던 게 둘의 생활 리듬이 다르다는 것이다.

작년 가을부터 낮잠을 자기 싫어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했던 첫째는 집에 있으면서부터는 아예 낮잠을 자지 않는다. 더군다나 낮잠을 자지 않고도 잤을 때와 비교해 컨디션이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낮잠을 자지 않으니 밤에 자는 게 더 수월하기에 굳이 낮잠을 재우려 실랑이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에 반해 둘째는 아직 낮잠을 꼭 자야 하는 시기라 첫째가 집에 있는데 둘째만 잠을 재운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쉿! 동생이 깨면 지금 우리의 평화도 깨져!


얼마나 재미가 있는지 한껏 업이 되어 한 번씩 쉬가 마렵다며 첫째가 티브이를 보던 방에서 나와 화장실을 갈 때면 여지없이 목소리 톤이 높다.

어느 순간부터는 티브이 방문이 열리는 거 같으면 난 자동으로 검지 손가락부터 입에 갖다 붙이며 쉿! 한다.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보는 건 물론이고 티브이도 잘 보여주지 않았었는데 둘째가 낮잠을 자러 들어가면 어느덧 첫째는 티브이 방에 들어가 전원을 켜고 리모컨으로 1과 3을 차례로 누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간 나는 아이들이 놀았던 흔적부터 후다닥 정리한 후에 노트북을 잠에서 깨워 글을 쓴다.

그렇게 우리 셋 각자 갖는 시간이 있는 일상이 되면서 비로소 나만의 루틴을 만들 수 있었다.

그전에는 무리해서 시간을 내는 것부터 처음에 너무 힘을 줘서 힘이 달리는 기분이 들었었다. (아님 난 끈기가 부족한 사람이 맞는 것일 수도.)

지금 나에겐 담담하게 진행하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힘을 빼고 가볍게 쓴 글이 반응도 더 좋은 것 같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꾸준히.... 부담 갖지 말고 그. 냥. 하자.

눈 앞의 목표부터 달성을 해야 일의 목적도 이룰 수 있는 것이기에 무엇보다 일단 해야 하는 거다! 아이들 잘 돌보고 그 와중에도 글 쓰는 것만은 놓지 않고, 틈나면 읽고, 무언가를 계속 만들고,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자고 다시금 맘을 다 잡아본다.




공기가 정말 좋았던 지난 목요일.

불쑥 핫도그가 먹고 싶다는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핫도그를 사 먹으러 가는 길에 첫째가 가지 못하고 있는 유치원에 들러서 잠깐 놀게 했다.



첫째가 생각하는 교실과 봐오던 놀이터랑은 달리 밧줄과 통나무들이 거의 전부인 숲 한가운데 있는 숲교실이 첫째는 익숙하지 않은지 호기심도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계속 노는 흐름이 끊겼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친숙해졌으면 그걸로 됐다 싶었다.

우선 날이 너무 좋았고 집에만 있다가 이 좋은 곳에 나와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엄마인 내가 일단 만족스러웠다.

뭐하고 놀지 어떻게 하는 건지 계속 질문하는 첫째에게 다 너에게 달려있다고, 네가 생각하는 대로 하면 되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그게 정답이라고 대답해줘도 한 번씩 머뭇거리는 게 보였다.

하지만 난 이 숲 속에서 친구들과 함께라면 계속 멋진 생각들이 떠오르고 얘기하다 보면 재밌는 놀이들이 생기고 넘쳐날 거라고 믿는다.

멀리서 다가오는 긴급 보육 애들을 피해 나오는데 마침 담임 선생님을 만났다.

둘째가 졸려서 보채는 바람에 긴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담주 월요일부터 첫째는 유치원에 가게 되었다.

맞벌이 부모가 아니어도 긴급 보육은 보낼 수 있지만 여러 이유로 망설였는데 적지 않은 아이들이 이미 나오고 있다고 선생님도 흔쾌히 보내라 해주셔서 그 짧은 순간에도 맘을 쉽게 정할 수 있었다.

코로나로 모두 유치원에 갈 수 없는 거라 생각했던 첫째가 긴급 보육하는 애들을 보고 속상해하던 차에 선생님을 만나 순차적으로 아이들이 들어오게 되면 적응하는 기간에 더 신경 써서 아이를 알아갈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말씀해주셔서 맘이  홀가분해질 수 있었다.


이제 내일부터 애들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가면 생기는 두 시간 정도 안정적으로 글을 쓸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일과가 생기고 반복하고 익숙해질수록 일의 질도 높아지겠지?

이제야 좀 편한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게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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