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를 위해 떠나다.
오랫동안 휴가를 맞아 넷플릭스에서 여러 영화를 보며 힐링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모두가 느끼듯이 넷플릭스엔 볼 만한 영화가 많지 않다.
결국 오래된 영화를 뒤적이다 늘 보던 영화를 다시 보게 된다.
나에게 그런 영화는 '김종욱 찾기'다.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 배우 공유와 임수정이 주연을 맡았고, 로맨틱 코미디 장르 그리고 인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는 점이다.
이 영화를 볼 때마다, 2013년에 1년 동안 인도를 여행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사실 어학연수를 결심한 계기 중 하나가 바로 '김종욱 찾기'였다.
영화 속 주인공은 김종욱을 찾아 인도로 떠났지만, 나는 이 영화를 통해 남들과 다른 나만의 특별함을 찾고자 인도로 떠났다. 그 당시 영어연수는 필리핀에서 영국, 호주, 미국등 코스가 대부분이다.
영화 속에서 김종욱을 만나는 인도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하지만 실제로 인도의 매력을 느끼기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2013년, 1년간의 준비 끝에 나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카드, 노트북, 그리고 몇 벌의 옷만 캐리어에 담아 홀로 인도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 당시 해외 경험이 몇 번 있었기에 비행기 자체는 낯설지 않았다.
그러나 인도로 가는 비행기 안의 분위기는 다소 달랐다.
특히 내 옆자리에 앉은 소녀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힙하고 철학적인 느낌이 있었다.
그녀는 분명히 영어를 배우러 가는 나와는 다른 목적을 가진 듯했다.
8시간의 비행 동안 나는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겼다.
첫날이었기에 해야 할 준비가 많았고, 여러 가지 두려움과 걱정이 많았다.
뒤늦은 도전과 낯선 나라의 두려움 때문이다. 늦은 나이에 1년의 시간을 걸고 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내 옆 어린 소녀는 방황하지 않고 자신만의 목적지로 멀리 떠났다.
그녀의 당당한 모습이 부러웠고, 나도 언젠가 저런 모습이 되기를 상상했다.
영화 속 '김종욱 찾기' 장면과 달리 나는 두 번 다시 그녀를 보지는 못했다.
공항에서 사전에 연락받은 학원 관계자분들을 만나 숙소를 향해 차를 탔다.
한참을 달린 후,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과 아이들의 모습이 내 머릿속에 깊이 남았다.
그곳은 인도의 수도 뉴델리다.
소와 자동차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분주하게 도로를 오가고 있었다. 가끔 차가 멈추면 아이들이 다가와 돈을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이것이 내가 처음 마주한 인도의 모습이었다.
쉽지 않은 여행이 될 것임을 상상하게 됐다.
대부분 짧은 여행이었다면 아마 실망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인도 여행은 호불호가 많다.
나 역시 인도 생활 2개월이 지나서야 인도의 다양한 문화를 사랑하게 됐다.
40대가 된 지금, 인도에서의 경험은 추억으로 남았다.
이제야 그때의 느낌과 경험을 글로 풀어내고 싶어졌다.
누구나 인생에서 생각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순간이 있다.
스티브 잡스가 19살에 인도에서 내면의 자기 발견을 추구하며 단순함과 본질적인 가치를 찾았던 것처럼, 나에게도 인도는 그런 의미를 지닌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