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수입 반토막의 현실에 부딪히다

[그렇게 나는 프리랜서가 되었다.] 다섯 번째 이야기

by 레메디오스

아파트 관리비 평균 20만원, 가스비 별도 10만원 내외, 통신비 10만원, 등원도우미 40만원, 기타 예•적금 및 보험료, 기부금 등. 하나하나 내역들을 정리해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동안 내 한 달 평균 고정지출비가 무려 200만원에 달하는 것이 아닌가.


결혼 당시 남편과 나는 각자 고정수입이 있는 만큼, 가계 재정에서의 역할을 나누기로 했다. 나보다 훨씬 수입이 많은 남편은 재산 증식을 담당하고, 나는 우리 가족의 생활비 전반을 맡기로 한 것이다. 당시 우리 부부가 생각하기에 이 역할 분담은 꽤 합리적이었다. 우리 부부 중 누구도 내가 회사를 그만 두고, 프리랜서라는 길로 뛰어들 줄은 몰랐으니 말이다.


이전 직장에서는 꽤 괜찮은 수준의 월급에 달마다 성과급까지 별도로 지급됐다. 고정지출비에 뮤지컬, 영화, 도서 등 문화비, 외식, 스트레스를 받으면 즉흥적으로 지르고 마는 ‘시발 비용’까지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프리랜서 전환 후 수입이 반 토막, 혹은 그 이하가 되며 나는 깨달았다. 이제 현실을 자각하고,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만 한다는 것을.


지출 내역을 하나하나 보며, 내가 포기해야 할 것들을 골라냈다. 일단 문화비와 외식비다. 삶의 질보다는 기본적인 생활을 생각하며, 앞으로의 지출에서 없는 셈 쳐보기로 했다. 보고 싶던 상영 및 출간 예정작들, 캘린더에 빼곡하게 적어두었던 공연 목록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 울컥하는 심정 또한 애써 무시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문명인으로서, 문화생활을 완전히 포기할 수도 없는 법. 지출을 줄이는 대신 주말마다 인근 도서관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건강하게 도보 나들이도 할 겸, 주말 아침 도서관 방문을 고정 일정으로 삼았다. 영화, 공연 또한 통신비 할인, 이벤트, 그리고 케이블 채널 등을 최대한 활용해보기로 했다. ‘절약형 문화생활의 방법을 하나하나 터득해 보기’. 허리띠 졸라매기에서 파생된 번외 생활 목표였다.


그 다음은 통신비였다. 나는 간간이 유튜브를 즐겨 보던 터라, 통신비 설정 기준은 무조건 데이터 무제한이었다. 와이파이가 터질 리 없는 오지 산간 지역에서도 반드시 인터넷은 되어야만 한다는 내 철칙에 따라, 매월 10만원 이상의 금액을 납부하고 있었다. 이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차례. 지금 내게 무제한 요금제가 딱히 필요한가. 하루 종일 인터넷을 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집에서는 초고속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데이터를 비축해놓을 수 있지 않은가. 알아보니, 5만원 대의 요금만 납부하고도 얼마든지 무제한 버금가는 수준으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었다. 과감히 절반으로 줄였다.


출근 준비를 위해 매일 오전 1시간 30분씩 고용했던 등원도우미도 정리하기로 했다. 복귀 후 매일 성실하게 일해 주셨던 분인데다, 내 아이가 무척 잘 따랐기에 아쉽고 죄송했지만 프리랜서가 된 목적 중 하나, 내 아이와 조금이라도 더 있어주리라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대뇌이며 마음을 다잡았다. 새벽에 일하지 않기로 한 대신 조금 더 일찍 자고, 조금 더 일찍 일어나 내 아이의 아침을 맞이해주리라 다짐했다.


매월 총 20만원씩 나가던 기부금들도 각각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내 지갑 사정이 좋아지기 전까지만, 꾸준함을 잃지 않는 정도로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기부금을 줄여야겠다는 연락을 하기가 어찌나 민망한지, 기부처 홈페이지들을 뒤져가며 기부금 설정 메뉴를 찾았지만 허사였다. 아무리 살펴봐도 해당 메뉴가 없어, 직접 전화해야만 했다. 괜한 죄책감에 수화기 너머 담당자에게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사정이 좋아지면 꼭 다시 금액을 늘리겠다고 공연(空然)한 약속을 늘어놓았다.


아파트 관리비, 가스비, 적금 등 줄일 수 없는 것들을 포함하여, 앞으로 고정지출비 목표는 절반 수준인 100만원 이내.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그 동안 누려왔던 편의를 포기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떤 상황이든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것들을 더 보기로 다짐하고, 결심하지 않았던가. 앞으로 내가 프리랜서로서 살아가며 부딪히는 모든 상황들을 통해, 그 동안 몰랐던 다른 삶의 방식들을 배우고, 나의 세계를 점점 더 넓혀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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