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프리랜서의 자유로움에 대한 고찰

[그렇게 나는 프리랜서가 되었다.] 여섯 번째 이야기

by 레메디오스

프리랜서란 1인 기업이다. 업무 시간부터 매출까지 경영 전반을 모두 프리랜서 당사자가 원하는 대로 주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자유로움이란, 정규직들이 가장 원하는 업무 형태이며 프리랜서에 대한 로망일지도 모른다. 나 또한 그러했기 때문이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아니, 적어도 내가 실감하기에, 맞고 틀림의 비율은 2대 8로 자유보다는 부자유의 영역이 더 크다. 여러 가지 요소 중 이를 가장 좌우하는 것은 업종이 아닐까 싶다.


나의 주요 업무는 강의이다. 내가 직접 운영하는 강의라면 최대한 내가 원하는 대로, 장소부터 시간까지 구성하겠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그럴 수 없다. 센터이든 학원이든 강사를 구하는 곳에서 그들이 원하는 업무 시간과 내용에 맞춰 면접을 봐야 한다. 고용주가 나를 긍정적으로 본다면 업무 조건을 조금이라도 협의할 수 있겠지만, 아직 이 구역의 햇병아리인 나에게 이는 가능보다는 불가능에 가깝다. 고용주 입장에서야 조금은 아쉽더라도,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이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각종 업무 복지들도 마찬가지이다. 무엇보다 보장된 연차가 없다. 이런 근무 형태가 모든 프리랜서들에게 일반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내 경우 정규직들은 쉬도록 보장되어 있는 공휴일과 주말, 휴일에 더욱 일거리가 몰려들고는 한다. 강의 대상이 주로 학생들이다 보니, 학교에 가야 하는 평일보다야 휴일이 사교육을 받기 훨씬 편한 탓이다. 경조사 등 어찌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경우 고용주 또는 동료 강사와 협의하여 일부 조정할 수는 있지만, 고용의 지속성이 전적으로 보장된 상태가 아니다보니, 일을 쉬면서도 마음이 영 편치 않다.


그렇다고 하여 정규직을 걷어찬 것이 후회될 만큼, 프리랜서로서의 내 삶이 부정적인가. 분명히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시간 사용의 자유, 연차를 자유롭게 쓸 자유, 회사의 복지를 누릴 자유가 없는 반면, 내가 프리랜서로서 최대한 누릴 수 있는 자유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무엇보다 여유 있는 아침이 보장된다는 것이 내게는 모든 단점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큰 메리트이다. 10년 넘게 나를 괴롭히는 기립성 저혈압 덕분에 아침마다 고역이었던 내가 적어도 8시 30분여까지-내 딸 아이도 엄마를 닮았는지, 이제 막 돌이 지났는데도 9시가 다 되어 일어나고는 한다-‘꿀잠’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 얼마나 축복인가.


야근과 철야가 없다는 점도 참 좋은 일이다. 물론 강의 준비를 위한 일정 시간 할애는 필요하다. 그러나 팀원들과의 협업 등에서 파생되는 추가 업무, 팀장, 부장, 이사 라인으로 이어지는 결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업무 지연, 과도한 수정 지시로 인한 시간 외 근무는 더 이상 없다. 내가 해야 할 일, 내가 하도록 계약서상에 명시된 일만 제대로 해 내면 내 역할은 끝이다. 이 얼마나 명확하고 합리적인지.


무엇보다 행복한 것은, 더 이상 사내 정치싸움에 끼어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전에 근무하던 회사는 부서 대 부서의 반목(反目)이 극에 달해 있었다. 특히 HR 교육 운영팀과 마케팅 부서 사이의 갈등은 사내에서도 유명할 정도였는데, 업무 특성상 매일 부딪힐 수밖에 없는 탓에 하루에도 서너 번씩 큰 소리가 나고는 했다. 사장이 참석한 주간회의에서 의견 충돌이라도 일어난 날이면 이를 위로하기 위한 회식-사실은 회식을 빙자한 편 가르기의 장-이 열렸고, 팀장과 과장의 눈물 섞인 한탄을 들어주느라 내 귀한 퇴근 시간을 몽땅 할애해야만 했다. 이제 프리랜서로서 나는 더 이상 사내 정치싸움에 끌어들 필요도, 혹여나 나를 끌어들일 명분도 없다. 나는 이제 반드시 싸움판에 뛰어들어야 하는 내부인이 아니다. 기껏해야 관망꾼에 불과하다.


프리랜서이든 정규직이든, 내가 일을 계속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고용이라는 형태로 매여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내 입맛에 맞춰 일을 ‘고를 수 있는’ 능력자나 유명인도 아닌 이상 고용주와 피고용인이라는 관계 또한 피할 수 없다. 정규직을 그만 두고 프리랜서로 전환할 때 내가 막연히 꿈꿨던 ‘완연(完然)한 자유로움'이란 아직은 요원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듯이,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어느 쪽을 더 높게 평가하고 선택할지는 완전히 나에게 주어진 자유이자 권리이다. 정규직과 프리랜서, 두 가지 경우를 모두 겪고 있는 내가 얻은 단 하나의 교훈이 있다면 바로 ‘합리화의 정신’이다. 장점은 더 크게, 단점은 최대한 작게 생각하자는 것이다. 어떤 자리에 있더라도 내가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정신 건강이 아니겠는가. 남의 식탁과 내 식탁을 밥부터 반찬, 소스까지 하나하나 비교하며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은 어리석다. 그보다는 먼저 차려진 밥상에 감사하고, 앞으로 내가 내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꾸려가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보다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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