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나는 프리랜서가 되었다.] 여덟 번째 이야기
메이크업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친구가 있다. 수천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본인의 유튜브 및 인스타그램 채널에서, 친구는 한국 여성들의 메이크업 방법과 트렌드에 대하여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한다.
영어회화 실력이 무척 뛰어난 친구다. 영어 아나운서를 거쳐 국제부 기자, 국제협상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출산 후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퇴사해야만 했다. 친구 역시 나처럼, 일을 통해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육아를 하던 중에도 여기 저기 이력서를 뿌리며 다음 일을 구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깨달았다. ‘직장’이라는 형태에 끌려 다니며 스스로와 직장이라는 조직을 동일시하는 한, 자신의 가치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는 절대로 찾을 수 없으리라는 것을. 찾아야하는 것은 ‘직장’이 아니라 ‘일’이라는 것을. 자신을 직접 브랜드화 함으로써, 자신이 일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일이 자신을 찾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이른바 Personal Branding이 필요하다는 것을.
친구는 자신이 가진 ‘무기’가 무엇인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열렬히 생각했다. 또한 지금 무엇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고민했다. 영어를 잘 한다는 것,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즐겁다는 것, 메이크업과 패션을 즐긴다는 것,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활동하는 것이 재미있다는 것, 그러나 육아 등 여러 가지 사정상 당분간 외국으로 나가기는 어렵다는 것. 여러 요소들을 고려한 끝에 친구가 찾은 답은 인터넷이었다.
시작부터 쉽지는 않았다. 영상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스스로 해야만 했다. 영상을 업로드하고 나면, 아무도 봐주지 않으면 어쩌지 걱정에 수십 번이고 새로고침을 했다. 간혹 악의적인 댓글이 달리면 가슴앓이도 했다. 과정과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본인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는 것은, 예상보다도 훨씬 크고 무거웠다.
그래도 꾸준히, 묵묵히 해 나갔다. 영상 서너 건 만에 조회 수백만을 돌파하는 기적도, 일부러 자극적인 제목이나 내용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요행도 바라지 않았다고 했다. 꾸준함과 성실함이 가진 힘, 그리고 스스로의 역량만을 믿었다.
친구의 판단은 옳았다. 친구의 콘텐츠를 꾸준히 찾는 사람들이 하루마다 늘어났다. 조회 수도 꾸준히 상승세를 탔다. 며칠 전, 처음으로 영상에 광고도 삽입됐다는 친구의 연락에 나도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다시금 생각했다. 사회인으로서 나의 ‘직장과 일’에 대하여.
평소 Personal Branding이라는 개념을 생각해본 일이 없었다. 나는 단순하게도, 내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은 새로운 직장을 얻는 것뿐이라고 생각해왔다. 항상 누군가가 나를 써주기만을 기다렸고, 일할 곳이 없으면 초초했다. 직장에서도 그랬다. 살아남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조직에 나를 무조건 맞춰야한다고만 강요 받았으며,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나 스스로를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고 있었다.
각종 유튜브나 블로그를 보며 독특한 시각과 풍부한 지식, 아이디어로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각 분야에서 전문성과 인지도를 인정받은 이들로 보였다. 자유롭게 자신의 콘텐츠를 배포하고 수많은 구독자들과 소통 하는 것, 나와 다른 세계의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겼다. 출판, 사업 등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내 친구가 당당히 도전하고, 성과를 내다니. 내 친구의 도전이 나에게도 새로운 사고를 열어준 것이다.
나도 나 자신을 브랜딩할 수 있을까. 내가 10여 년 간 각종 직업들을 거치며 쌓아온 여러 가지 지식, 경험들이 전문인의 것으로서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나라는 브랜드를 맨몸으로 내놓는다고 하여 과연 사회에서 통용될 수 있을까. 의심과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소속감에 기대어오던 내가, 그 안정감을 버린다는 것은 불안만을 야기했다. 열심히 타고 오른 사다리가 나도 모르는 사이 사라지는 기분, 오도 가도 못한 채 손톱만 물어뜯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 모든 어려움과 고통에도 회사라는 사다리를 꽉 붙잡을 것인가, 사다리가 없이도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찾아낼 것인가.
고민하는 내게, 친구가 말했다.
“어려워하지 마. 내가 봐 온 너는 너 자체로 항상 필요한 사람이야.”
‘나는 나 자체로 항상 필요한 사람’이라는 이 말이, 활활 타오르던 내 불안을 꺼뜨렸다. 내 친구를 통해 보지 않았는가. 시작할 수 있는 용기, 지속할 수 있는 꾸준함과 성실함, 그리고 내 역량의 강화. 이것이 바로 Personal Branding을 위한 최강의 무기임을.
프리랜서로서 다시 사회에 발을 내딛은 지금, 나는 아직도 나의 자질을 탐색중이다. 직장인이 아니라도 직업인으로서,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리는 처지가 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초조해하지는 않는다. 아주 조금씩, 나는 일의 주도권을 타인에게서 나 자신에게로 옮겨오는 중이다. 금세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생각보다 더욱 지난(至難)한 과정일지라도 내가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믿고, 꾸준히 나아가는 것. 성실함의 합으로 이루어진 성공의 정도(正度)를 믿는 것. 그것이 프리랜서로서, 내가 선택한 Personal Branding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