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나의 무지를 깨닫고 말다.

[그렇게 나는 프리랜서가 되었다.] 네 번째 이야기

by 레메디오스

작든 크든, 회사는 대개 각 부서들의 분업 형태로 운영된다. 회계, 인사 등을 주관하는 경영부서가 있고, 회사의 상품을 판촉·판매하는 마케팅 부서가 있으며, 사내 전산 관련 업무를 도맡는 IT 부서도 있다. 이렇게 적게는 서너 개, 많게는 십여 개 이상의 팀이 회사라는 조직을 구성하며, 각 팀에 배속된 구성원들은 각자의 특기를 살려 조직의 운영에 기여한다.


그러나 프리랜서는 1인 기업이다. 나라는 사람을 경영하는 데 업무를 분담해줄 직원이나 부서는 없다. 나를 경영하는 데부터 나라는 브랜드를 판촉하고, 운영하기까지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해내야 한다.


정규직을 그만 두고 프리랜서로 전향하면서 부딪힌 첫 번째 난관은 의외로 4대 보험이었다. 회사에 소속되어 일할 당시 4대 보험 가입은 내가 세세한 것을 신경 쓸 필요 없이, 사내 경영지원팀의 주도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오죽하면 회사를 그만 둘 때까지도 상세한 절차나 납입 내역도 모를 정도였으니, 그 동안 얼마나 무지했던가.


퇴직금까지 처리되며 이전 회사와의 연결 고리가 완전히 끊어지고 나니, 이제 더 이상 4대 보험 대상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프리랜서는 대개 특정 사업장 소속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으므로, 그간 회사 경영지원팀이 ‘알아서’ 처리해주던 4대 보험은 온전히 내 몫이 된 것이다. 인터넷에서 여러 정보들을 검색해 본 결과, 프리랜서도 4대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말도 있었다. 혹시 하는 마음에 내가 강의를 진행하기로 한 기관에 문의했지만 4대 보험 혜택은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으로 구성된 4대 보험 중, 프리랜서로서 앞으로 내가 주로 부담하게 될 부문은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이다. 프리랜서도 엄연히 일하는 사람인데,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니 입맛이 썼지만 일단 어쩌겠는가. 회계법인들이 운영하는 각종 블로그들과 퇴직자들의 게시물들을 통해 5월 종합 소득세 신고가 어쩌고, 산정 기준이 어떻고 눈이 빠져라 읽으며 그간 대체 나는 왜 이리도, 나의 세금 문제에 무심하고 무지했는가 하는 마음에 자괴감이 밀려왔다.


그 다음 문제는 아이 어린이집이었다. 앞으로 내 시간들을 육아에도 보다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지만, 어찌 되었든 일을 해야 하기에 어린이집의 도움은 불가피했다. 종일만 등원 자격 기준을 찾아보니, 프리랜서의 경우 고용 기관의 위촉증명서 또는 재직증명서를 거주 지역 주민센터에 제출하면 된다고 했다. 주민센터 담당부서에 직접 연락해서 확답을 듣고 나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이전 회사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었던 연차와 마치 사례금처럼 주어지던 명절 상여금, 각종 복지 혜택들도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프리랜서로서 일을 해 나가면서, 앞으로 연차 하나를 쓸 때도 아쉬울 상황이 많겠구나 생각하니 벌써부터 고단한 느낌이었다. 매달 마지막 날마다 마치 선물처럼 통장에 찍혀왔던 성과급도 더 이상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쉬워졌다. 정작 회사에 다닐 때는 보이지 않던 각종 장점과 혜택들이 완전히 떠난 후에야 하나 둘 눈에 들어왔다.


지나간 것에는 미련을 두지 말자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무언가를 희생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대개 없지 않은가. 아쉬운 것은 아쉬운 대로 뒤에 남겨두고, 선택한 길을 용감하게 나아가야 했다.


지금까지 항상 그랬듯이, 앞으로도 내 인생은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 것이다. 누구보다도 승진과 성과를 원하며 불도저마냥 각종 업무에 뛰어들던 내가 결국 회사에 백기를 들지 않았던가. 프리랜서로서 걸어갈 내 인생은 지금까지의 내 삶에 비추어보건대, 아마 꽃길보다는 가시밭길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내 무지를 보완해줄 다른 이들이나 부서들의 존재도 없이, 나 혼자 오롯이 걸어가야 할 것이다.


그 대신 나는 프리랜서가 됨으로써 삶에 기회를 얻었다고 여기기로 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업무를 꾸려나갈 수 있는 기회를. 그리고 좀 더 해방감을 누리기로 했다. 더 이상 새벽 3~4시까지 제안서를 쓰지 않아도 되고, 하기 싫은 업무나 내 능력을 벗어나는 일들은 억지로 떠맡지 않아도 되는 자유, 내 아이를 위한 시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확보할 수 있는 자유만을 온전히 생각하기로 했다.


스칼렛 오하라가 말하지 않았던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는 법(Tomorrow is another day). 과거의 무지는 반성하고, 현재는 열심히 나아가며,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 따위 넣어둘 일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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