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공부를 시작하며 1년 동안 공식적으로 백수가 되었다. 그런데 집에서 공부만 하자니 좀이 쑤셨다. 체력적으로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공부에 방해는 안 되고 그러면서 또 재밌는 그런 일 없을까? 취미로 뭔가를 배우자니 백수 주제에 학원비를 쓰는 게 부담스러웠고, 아르바이트를 하자니 돈을 받고 하는 일인 이상 신경을 많이 쓸 것 같아서 공부가 걱정이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돈을 쓰지도 않고 벌지도 않으면 되잖아! 여기에 딱 맞는 게 바로 봉사활동이었다. 이렇게 난생 처음 자발적인 봉사활동에 발을 들였다.
1365에 들어가 자원봉사자 모집글을 쭉 훑어보았다. 고르기 어려워서 무조건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찾았다. 지역아동센터였다. 지역아동센터가 정확히 어떤 곳인지는 모르지만 초등학생 놀이지도와 학습지도를 하면 된다고 나와 있었다. 아무리 학교를 졸업한지 오래 되었어도 초등학교 과정이야 할 만 하겠지 싶어서 과감히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첫 날 찾아갔을 때 얼마나 어색하던지, 내가 못 올 곳을 온 것 같았다. 그래서 센터 선생님께서 얼마나 하실 거냐고 물어봤을 때 일단 오늘 해보고 결정해보겠다고 했다. 정말이지 아니다 싶으면 하루 만에 도망갈 생각이었다. (이제 보니 나도 참, 애초에 봉사할 자세가 잘못되었다.)
그러다 집에 갈 때쯤 생각이 바뀌었다. 별다른 계기가 있던 건 아니었다. 아이들도 나에게 낯을 가렸고 나도 낯을 가려서 제대로 뭘 하지도 못했다. 그런데도 더 하고 싶었다. 나는 센터 선생님에게 “좀 더 나올게요.”라고 했다. 그게 벌써 한 해 전이다.
이제 아동센터는 내 일상이 되어버렸다. 센터에 오시는 대학생 분들은 내가 일반 봉사로 다니고 있다고 하면 다들 놀라신다. 대단하다는 과분한 말도 해주신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내가 뭔가 베풀고 있다고 느낀 적이 없다. 오히려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내가 배우는 게 더 많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동센터에 계속 다닐 수는 없을 것이다. 나도 언젠가 직장을 구해야 할 테니까. 그래서 하루하루 더 아쉬운 순간들을 여기 기록으로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