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처럼 기도를 하는데 최지용 오빠가 생각났다. 그 형제는 내가 20대 초반부터 나를 짝사랑 해오던 형제였다. 그래서 아버지한테 전화를 걸어 혹시 그 사람 결혼했냐고 물었다. 그 형제는 나보다 한 살 위로 예전부터 사법고시를 준비해온 고시생이었다.
옛날부터 그러니까 14년 되었다. 나를 한결같이 변함없이 좋아해주었다. 내가 싫어하는 것을 아니 아버지와 자주 연락하며 소식을 주고 받았다. 그는 예전부터 어디 있다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시면 그게 어디라도 날 보러 오곤 했다. 공연에도 찾아와 꽃다발을 주었고 같이 사진도 찍었다. 그는 편지를 써서 너를 보면 항상 발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너를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거야! 난 우리가 인연이라는 걸 확신해..기도하러 가도 너밖에 안 떠올라.“ 진지하게 자기를 위해 기도를 해보라고 권유했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너에게 어떻게 해줄 수 없지만 우리 둘이 어떻게 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서로 좋아하는 상태여서 이런 프로포즈를 받아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혼자 짝사랑하면서 너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자신 있다고 해도 싫어할 판에
서로 좋아하지도 않고 혼자 좋아하면서 둘이서 어떻게 해보면 되지 않겠냐는 말도 안 되는 그의 철없고 어리석은 판단에 가여운 남자라는 생각밖에는 안 들었다.
예전에 내가 결혼한다는 소문을 듣고 아버지한테 전화해 “저 이제 어떡해요~~율은 저를 왜 싫어할까요?” 3일 동안 아무것도 안 먹어 3키로 빠졌다고 했던 사람이다.
아버지께서 전화하셔서 안부를 물으셨고 그와 나는 양재동 시민의 숲에서 만남을 가졌다. 식사를 하고 무알콜 맥주가 있다며 맥주를 권해서 마셨다. 왠지 맥주를 마시고 얼굴이 빨개지는 것 같은 취기가 올라오는 것 같아 물어 보았는데 다시 한 번 살펴보더니 진짜 무알코올 이라며 기분이 그런 거라고 했다. 그는 “우리 자주 만날까? 아직도 너를 보면 떨려...”라고 했다. 나는 변호사인 그가 인천에 발령 나서 그곳에 있다는 걸 알기에 “근데 너무 멀다..!”했다. 미스코리아 나갈 사람들 특기로 무용을 가르치고 있다고 하니까 “그런 것은 누가 하나 했는데 너 같은 사람이 하는 거구나..네가 더 미스코리아 나갈 사람으로 생각하겠다!
너는 정말 20대 중반밖에 안 보인다..절대 30대로 보이지 않아..나도 그렇지?..(가만있으니)
그렇게 안보이나?..“했다.
그와 나는 우리집을 지나 근처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다음 주 그에게 전화가 왔다. “율아 나 서울로 발령났어!!..잘 되려고 하니까 이렇게 발령이 나네!!”
나는 너무 깜짝 놀래 “하루아침에 그렇게 발령이 날 수가 있구나~!”하며 같이 기뻐해주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회사 임원한테 졸라서 “저 결혼해야해요!!! 서울로 보내주세요!!!” 사정해서 바로 됐다고 했다.
그는 결혼할 사람이 있다고 지금 당장은 못 헤어지고 한달은 기다려달라고 하며 다시 내려가서 정리 하고 온다고 했다. 혹시 그 여자에게 잡혀서 휘둘려 못나오면 어떡하지 생각 했지만 그는 가끔 전화하며 나를 안심시켜 주었고 시간이 지나 해결하고 왔다.
강남역에서 만남을 가졌다. 내가 회전롤집을 좋아하니까 그곳에서 만났다.만나고 얼마 안 있어 난 예전처럼 그가 너무 싫어졌다. 그래서 속으로 “이건 아니야..정말 싫다..빨리 집에 갔으면 좋겠다..”생각했지만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눈 후 집으로 돌아 와서 그의 전화를 계속 안 받았다. 부모님은 싫은 사람과는 결혼은 못하는 거라며 솔직한 너의 마음을 형제에게 말하라고 하셨다. 그는 아무래도 이상하게 느꼈는지 “너의 감정을 솔직히 말해줘..”라는 문자가 왔다. 나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자 하고 전화를 해서 그와 통화했다. “아무래도 오빠와 나는 인연이 아닌 것 같아..인연이라면 벌써 되었겠지.. 더 이상은 못 만날 것 같아..오빠 말대로 노력도 많이 해보고 기도도 해보았는데 정말 아닌 것 같아..정말 미안해..하며 울면서 말을 이어갔다. 오빠한테 상처 줄 마음은 전혀 없었는데..이게 마지막 상처라고 생각해.. 이제 더 이상은 나에게 상처받지 말고 이제 그만 날 잊고 좋은 여자를 만나서 행복하게 살기를 진심으로 바래.. 오빠는 좋은 사람이잖아..오빠 같이 좋은 사람을 만나 분명히 행복하게 살 거야.. 예전에, 아닌데 계속 만나다가 상처를 크게 받은 경험이 있어서 더 이상은 안 만나고 싶어.. 정말 미안해 오빠..오빠가 행복하길 기도할게..“
그는 힘없이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그 주 목사님께 말씀드렸다. 그 형제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했더니 “혼자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건데 미안할 필요 전혀 없으세요” 라고 하셨다. 그리고 다음 주 평온한 주말 오후를 보내고 있는데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 어떡해요~율과 만난 후 부모님께 말씀 드려서 ”그거 참 잘됐다~“하시면서 결혼을 서두르라고 너무 좋아하신다고 하셨다고 한다. “저 이번엔 정말 힘들 것 같아요!”
“전 정말 아버님께 잘해 드릴 자신 있는데..저는 정말 아버님을 모시고 싶어요..!”
엄청 적극적인 그의 말에 아버지는 감동을 받으셨다. “그렇게 율이 싫다고 하는데도 14년동안이나 변함없이 율 하나만을 바라보고 좋아하다니..이런 사람 없다..이 사람은 확실히 네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분명해!“ 가족 모임 자리에서 말씀하셨다. 나는 다시 한번 나에게 기회를 주기로 하고 “이번에도 싫으면 절대 생각하지 말자! 냉정하게 돌아 서자!“ 란 굳은 마음으로 만났다. 사람은 좋은 사람인데 워낙에 텁텁하여 매력을 못 느낄 수 있으니 둘이서 만나면 또 싫어질지도 모르고 해서 내동생과 어머니와 같이 고기집에서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만남을 가져보자고 하셨다. 양재동 갈비집에서 한창 고기를 굽는 중에 늦게 들어 왔다. “율이 오니까 바로 고기를 굽는 구나!”하며 어머니가 말씀하시니 그는 웃으면서 “율이 와서 그런게 아니라 원래 구울려고 했었어요!”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 사람을 옆에서 보고 느낀 건 굉장히 선하고 바른 순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카페에 가서 디저트를 먹으면서 서로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었다. 하나님이 자기의 기도를 들어주셨다고 했다. 그렇다 하나님이 열심히 기도하는 그에게도 기회를 주셨다. 몇 차례 더 만남을 가진 후 어차피 할 거 빨리 결혼을 하기로 했다.
우리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카페에서 담소를 나누고 결혼을 준비했다.그는 우리 어머니를 붙잡고 “이게 다 어머님 덕분이에요~~ 율의 마음을 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생 이 은혜 잊지 않고 어머님을 잘 모시겠습니다~” 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