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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가난하든 부자든

못생기든 잘생기든

by belong 빌롱

교회 새벽기도를 처음 봉사하러 간 날이었다.

나는 교회의 총 책임을 맡고 있는 지도자 즉 교회장의 아내인 J와 그곳에서 행해야 할 일들에 대해 나와 일대일로 면담을 했다. 교회지도자 부인은 다르구나 생각할 정도로 참 품위 있고 고상하게 말했다. 나의 신상을 물어 보신 후 놀라운 반응으로 적극적으로 관심 갖고 갑자기 팔짱을 끼더니 나를 다른 사람들에게 데리고 다니며 "영화배우보다 훨씬 예쁘지" 하며 외모와 직업에 대해 칭찬을 늘어놓았다.

다음주 교회에 방문했는데 시작 전 회의 시간에 지도자님이 나와 발표를 했다.

지도자 부부는 항상 신도들이 잘 보일 수 있도록 객석 앞 높은 층과 의자에 앉는다.

“교회에서는 비즈니스에 관해서 일체 얘기하지 않아야 합니다. 교회는 오로지 주님을 순수하게 만나는 곳입니다.”

지난주 나한테 크게 관심을 보이며 데리고 다니면서 나를 소개한 것을 다른 신도가 보고 성전에 전화해 지적한 것이다. 누가 봐도 나를 데리고 다닌 J를 보고 지적한 것임을 알 수가 있었다. 본인만 모르고 다 아는 사실인데 지도자 아내라는 사람이 규칙을 어기다니.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한 남자와 소개팅을 했는데 J 부부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이었다. 그 사실을 소개시켜 주신 분도 몰랐었다. 암튼 나는 그 말에 크게 놀랐지만 IMF시절 어려웠던 우리 집 사정을 이야기하며 동조해주었고 그 자리를 잘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분과의 만남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런데 그 남자를 아는 J가 남편에게 나를 가리키며 저 자매가 맞냐고 한참을 귓속말로 속닥대더니 남편이 고개를 끄덕인 후 인상이 확 변했다. 나의 관해 귓속말로 한다는 것 자체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지난주 집에 가서 이런 자매가 있다고 남편한테 내 얘기를 하면서 소개팅한 사실까지 알게 된 것이다.

그 남성과 만남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 ‘저 자매 별거 아니네.’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을 무시하고, 그를 만났다는 이유로 나도 단박에 무시하는 모습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먼발치에서 내가 크게 인사하는데 오던 걸음을 멈추고 못 볼 걸 봤다는 듯이 기분 나쁘게 고개를 푹 숙였다. 몇 번이고 웃으면서 큰소리로 인사했는데 고개를 재빨리 다른 데로 돌리며 반갑게 인사하는 나를 무시했다. 좌석에 앉을 때도 옆자리에 앉았더니 자리를 피했다. 기분이 몹시 나빴다. J가 참으로 어리석고 수준 낮게 보였다. 어떻게 하루아침에 저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그녀는 무슨 생각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을까?

마치 고급차 타고 온 손님이 부자인 걸 알고 잘해주다가 알고 보니 가난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무시하는 것과 같다. 교회 신도들이 하나님을 만나고 기도하러 오는 신성한 교회에서 그런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 벌어지다니 참으로 실망이 커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교회지도자로서 목에 힘주며 위대한 척하고 싶은 걸까? 오죽하면 매일 교회에서 하나님에게서 기름 부음 받은 자 즉 지도자를 욕하지 말라고 권고할까.... 하도 상처 주는 일을 잘하니까 그런 말이 생겨난 것인데.... 존경받고 싶다면 지위에 합당한 자질을 갖추고,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충실하게 해나가야 한다. 지도자를 욕하지 않고 오히려 존경만 하는 사람이 신앙 좋은 사람이라고 강요하는 사람은 본인이 그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나는 마음속으로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하마터면 품위 있고 고상한 사람인 줄 착각할 뻔했습니다.”라고 외쳤다.

사람의 말투는 피상적으로는 바꿀 수 있어도 습관은 함부로 고쳐지기가 어렵다. 품위 있게 행동하면 그 사람의 능력이 돋보이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

그 이후 교회에서 누군가 나한테 크게 관심 갖고 칭찬하면, 무례하지 않을 정도로 살며시 미소만 짓고 무표정으로 자리를 피하곤 했다. 당신이 나한테 특별대우를 해주어도 거기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행동했다. 마치 계급을 정하고 잘난 사람끼리 어울리며 놀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차별 대우하는 그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

부름을 받으면 마치 신이라도 된 듯 거만해지는 게 사람 본성이기에 부름 받은 자는 많으나 신께 선택받은 자는 적다는 말이 있는 거다.

가난하든 부자든 못생기든 잘생기든 주께서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하시는 것처럼 어떤 이웃이든지 똑같은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그를 닮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흔히들 신앙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지도자가 교회 들어 온지 얼마 안되는 신도에게 자기가 취업을 시켜준다고 '누구누구도 내가 추천해서 들어 간 거다' 하며 여러 모임에 참석하라는 등 지시를 했는데 하루는 원서접수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던 걸, 예배 시간에 상대쪽으로 삿대질하며 자기 말 순종 안했다고 지적했다. 기분 상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취업 준비했다.

자기가 뭐라도 되는 냥 회장 역할 하며 합격한다고 큰 소리 치더니 지망생은 결국 충분한 자격조건이 되는 데도 입사를 못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마태복음 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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