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평소 친근하게 잘 수다 떨고 지냈던 50대 아주머니가 어느 날 나를 보더니 째려보며 고개를 홱 돌리고 지나갔다. 순간 놀라서 “나한테 왜 저러시지?” 했는데 다음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계속 엄청 무례하게 행동했다. 심지어 주보를 나눠주려 그분 자리에 가서 건네는 데 날 보더니 갑자기 고개를 홱 돌려 다른 데를 쳐다보아서 옆에 있는 딸한테 건네주었다.
어느 날은 2층 계단에서 내려오는데 1층에 서 있는 나를 보더니 눈이 동그래지며 겁에 질린 냥 “헉!”하는 소리와 함께 뒤돌아 다시 2층으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또 어떤 날은 교회 가는 길에 그분이 앞에 가셨고 나는 한참 뒤에 가고 있었는데 무심코 뒤돌아, 내가 오고 있는 걸 보더니 갑자기 빠른 걸음으로 앞에 가시는 분에게 가서 열심히 수다를 떠는 것이었다. 나는 수다에 집중하는 척하는 그분을 신경도 안 쓰면서 지나가 교회에 도착했다.
한번은 동네 쇼핑몰에서 그 부부랑 우연히 마주쳤다. 그분의 남편분은 “어떻게 여기서 만나냐?” 하며 반가움을 표시했는데 그녀는 인사는커녕 못마땅한 표정으로 남편의 팔을 잡아끌면서 “빨리 가자” 해서 남편은 못 이기는 척하고 갔다. 무슨 일이지 영문을 모르지만, 상당히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잘못한 건 전혀 없는데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시지?” 마치 내가 그분에게 큰 잘못을 한 냥 사람을 왕따 시키는 그분이 참으로 어리석어 보였다. 무슨 일인가 궁금은 했지만 날 보자마자 마치 악마를 본 듯 바로 피하는 그녀를 상대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하루는 친한 언니가 나에게로 와 그분에 대해 말하며 자기가 바로 앞에서 인사했는데 잡아 먹을 것처럼 무서운 눈으로 아래 위로 갈구면서 지나가더라고 황당해하며 기분 나쁨을 표시했다 그래서 나도 나에게 한 무례한 태도들에 관한 얘기를 해보았다. 그 언니가 하는 말이 예전에도 복도에서 그분과 마주쳤는데 째려 보면서 오더니 바로 앞에서 엄청 무례하게 홱 돌리며 다른 방향으로 갔다고 한다. 언니도 깜짝 놀라 자기가 무엇을 잘못한 게 있나 생각하는 동시에 어떻게 사람을 저렇게 몰상식하게 대하냐면서 욕 나왔다고 했다. 한동안 계속 그러길래 다른 사람들처럼 그분에게 상처받고 교회를 관둘까도 생각해 보았는데 그 하찮은 사람이 무서워서 다니던 교회를 그만둔다면 본인이 손해라서 피해 다녔다고 한다.
여러 사람이 똑같은 일로 그분에게 상처받고 교회를 끊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서 그분께 대화 요청을 했다.
평소 내가 앉아 있는 자리로 와 나를 붙잡고 이런저런 이야기 하는 걸 좋아했던 그녀가
어느 날부터 갑자기 태도가 변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확신했기에 물어보았다. 내가 겪은 이야기를 하니 그분은 자기는 나한테 그런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나를 그렇게 쳐다 본 적도 없고 피한 적도 없고 오히려 자기가 왜 나한테 무슨 이유로 그러느냐고 되물었다. 자기는 절대 나를 그렇게 대한 적이 없다고 하면서 다음날도 전화와 자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내가 혼자 오해한 거라고 내 탓을 했다. 자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나한테 그런 적이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 네가 감성적이라서 그래, 나는 누구와 친하게 지내지도 않고 잘해주지도 않아, 나를 잘 몰라서 그러는데, 난 원래가 그런 사람이야, 그걸 오해했나 본데, 난 원래가 그런 사람이야.”라고 하면서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계속 강조했다.
영화 ‘테이큰’이 생각난다. 납치당한 딸을 구하려고 온 아빠가 악당에게 붙잡혔다.
그 악당은 딸의 아빠를 죽이기 전에 하는 말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 였다. 이 세상에 원래 그런 사람이 어디 있나. 그로 인해 다른 사람이 피해입고 상처 입었다 하면 자신을 되돌아보고 고쳐야 한다. 그렇게 살아왔다면 분명 상처받은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닐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네가 감성적이라서 그래” “네가 예민해서 그래”라는 말은 무시하자.
영화 '서울의 봄'에서도 대반역죄를 저지른 전두환이 정우성을 사살하려고 하면서 하는 뻔뻔한 말은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였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라는 말 보다는 차라리 "나는 원래 몰상식한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편이 이해가 쉽겠다.
그런 행동을 한 게 명백하고 그로 인해 피해받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지만 더 이상 말 길어져봤자 그런 적이 없다고 주장할 거 뻔해서 한마디 했다. “본인을 깊이 생각해 보셔야겠네요”라고 하면서 마무리 지었다. 그랬더니 연장자한테 무례하다면서 본인 혼자서 오해한 거니 자기가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사람은 본인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는 거다. 이럴 경우에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자신을 뒤돌아보아야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신중한 자세를 지니고 산다. 신중한 자세란 자기 자신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자신을 아는 것에서 자신을 개선하는 것이 시작된다.
사람은 자신을 모를 때가 종종 있다. 자신이 한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모를 수도 있다. 사람들이 혐오할 만한 반테러적인 행위를 서슴없이 하면서 자신이 그런 짓을 했는지조차 모르는 그녀. 여태 인생을 그 나이 먹도록 헛살았다는 게 참으로 불쌍해 보였다.
누가 오해하게 만들었을까? 모두가 똑같은 일로 상처받고 아파한다면 오해하게 만든 사람이 잘못인 거다.
본인은 사람같이 행동했는 데 상대가 혼자 소설 쓰며 가슴 아파하는 걸까?
분명 오해 하는 데는 그만한 확실한 이유가 있다.
어떤 이유로든 그런 행동을 하는 건 참으로 비판 받아 마땅하다.
나는 원래가 그런 사람이라는 건 말이 안 되는 표현이다. 나는 원래가 그런 사람이니 다른 사람이 상처받든 말든 그건 그 사람들이 오해한 본인들 몫이고 “나는 원래가 그런 사람이니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다”라는 건 엄연한 갑질 행위이다.
마치 위대한 존재라서 모두가 자기 스타일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는 건 참으로 자기와 주위 사람들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연장자라고 다 존중해야 하는 가를, 다시 일깨워 주는 일이었다.
사람도 인간관계도 ‘원래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 지금 안 고치면 여태 그랬듯 평생을 욕 먹고 살거다!” 라고 누군가 목소리를 낸다면 자신을 되돌아볼까?
다 같이 사는 이 세상에 ‘원래 그렇다’ 는 이유로 남들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를 용납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