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산책 나가고픈 생각이 꿈틀거린다. 참으로 오랜만에 별 볼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다른 때 같으면 별을 아무리 찾아봐도 두세 개가 고작이다. 그것도 떠있는 별 중에 인공위성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저 별이 혹시 그렇지는 않은지 유심히 바라보곤 한다. 밤하늘에 별은 없고 인공위성만 떠있다고 생각하면 순간적으로 가슴이 서늘해진다. 점점 별 볼일이 없어진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까지 허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며칠 전 밤에 가벼운 마음으로 걷다가 뭐에 이끌리듯 하늘을 바라보았더니 순간 별들이 좀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고개를 뒤로 90도 가까이 젖히고 별을 한쪽부터 세어 봤더니 꼭 18개였다. 혹시 내가 별 하나라도 빠뜨리기라도 했을까 봐 다시 한번 거꾸로 세어 보아도 똑같이 18개였다. 유일하게 알고 있는 별자리인 북두칠성과도 실로 오랜만에 조우할 수 있었다. 어렸을 때 바라본 밤하늘에는 별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서 자칫 바람만 불어도 곧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아 언제나 마음이 설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별 볼일이 없어지는 참에 밤하늘에 별이 무려 18개씩이나 빛나고 있어서 그런지 그중에 인공위성이 하나쯤은 있어도 서운하지 않고 괜찮을 것 같았다.
어려서부터 그려온 별은 꼭짓점이 다섯 개였다. 하지만 커가면서 별의 실체가 여태껏 내가 그려왔던 모양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꽤나 큰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꼭짓점이 다섯 개가 달렸다고 알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을 때 세상 일을 쉽게 믿어서는 안 되고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속으로 의문 투성이었지만 그냥 대수롭지 않은 척하고 넘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른이 되어서도 밤하늘에 총총한 별을 볼 때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촬영한 별의 삭막한 실체보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것처럼 별을 지키는 이가 해가지면 별에 불을 밝힌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은 훨씬 따뜻하고 풍요롭다.
언젠가 밤하늘에 풍성히 빛나는 별을 볼 때 어느 한 별이 내 초롱초롱한 눈동자에 들어와 빛나기 시작하더니 아련히 떠오르는 얼굴이 있어 눈은 이내 촉촉해지고 말았다. 그때 나는 다음의 시를 지었다.
그대의 하늘과 나의 하늘이 만나는 곳에
그대의 하늘과 나의 하늘이 만나는 곳에
내가 그대 위해 그린 별 하나 있을 테니
혹여 내가 그립거든 그 별을 찾아 바라보오
그대가 바라보는 그 별에 내 하루를 담아
그대에게 빛으로 전하오니
혹여 내가 궁금하거든 그 별을 찾아 바라보오
한 계절이 가고 또 다른 계절이 오더라도
그대의 하늘과 나의 하늘이 만나는 곳에
그 별은 변함없이 그대만을 비추리다
내가 바라고 바라는 그대의 평화로운 하루가 지면
그대의 하늘과 나의 하늘이 만나는 곳에
그 별은 그대의 편안한 밤을 비추며 새벽을 맞으리다
-시집 <희망이 없어도 살아지더라> 중에서-
내가 그러했듯이 밤이면 별을 보며 가슴속에 깃든 애틋한 그리움을 띄웠던 사람들이 어디 너와 나뿐이었을까. 익명의 수많은 그리움이 별을 저리도 찬란하게 빛나게 했을 것이다. 그래서 별은 그리움의 총체인 것이다.
빛나는 별을 보고 있노라면 차츰 그 별이 내 마음에도 떠올라 은은하게 빛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러면 서서히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어 아무리 차가운 날씨라도 전혀 추운 줄 모른다. 점점 퍽퍽해지는 생활만큼이나 마음까지 휑해지는 요즘에 사람의 마음에 저처럼 빛나는 별이 있다면 혼자여도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 또한 사람의 마음에 별을 띄운다는 것은 그 사람이 이 세상에 별과 같은 존재임을 넌지시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살이가 아무리 녹록지 않다 할지라도 마음속에 별을 품고 있는 한 끝까지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오늘따라 별이 참으로 따뜻하게 느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