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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날의 단상(2)

#새해 결심 #가슴으로 하는 공감

by 이광

#새해 결심


보통 한 해가 시작할 때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일들을 계획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실천에 옮기려고 마음먹는다. 그래서 새해 첫날은 하루 전날인 한 해의 마지막 날에 비해서 매우 역동적인 날이 되곤 한다. 하지만 구체적 실행 내용은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양하겠지만 첫날의 장엄하고 자못 비장하기까지 했던 굳은 결심은 첫 달이 채 가기도 전에 실행의 행방이 판가름 나고 만다. 다시 말해서 계획한 대로 꾸준하게 실행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작심삼일이 되고 마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실행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뭔가를 포기하지 않고 해내고 있다는 데서 느끼는 성취감과 함께 자아존중감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에 반해 작심삼일을 경험한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합리화를 하게 되는 데 자신이 하려고 했던 계획에 부여했던 의미를 거두어들이는 사람들이 있고, 심기일전해서 다시 실행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비록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일 년 내내 꾸준히 도전하는 것이 한 번의 실패로 포기를 선언하는 것보다 더 훨씬 의미 있는 일이자 자신의 자아존중감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뭔가를 꾸준히 하는 사람들을 보면 진심 어린 환호와 함께 박수를 열렬히 쳐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뭔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꽤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꾸준함이라는 말에는 왠지 모를 평온함이 느껴진다. 평온함이란 어떠한 갈등이나 문제도 없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그 평온함이 느껴지는 꾸준함에 이르기 위해서는 갈등과 고민으로 점철된 역동적인 의지의 시험대를 거쳐야 한다. 수면 위에서 우아하고 고귀한 몸짓으로 평화롭게 떠 있는 백조를 보라. 수면 위의 평화로운 모습과는 달리 백조의 두 발은 수면 아래서 쉼 없이 휘젓고 있다. 뭔가를 꾸준히 하는 사람은 수면 위에 떠 있는 백조와 같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뭔가를 꾸준히 하는 사람을 보면 나와는 다르게 왠지 수월하게 해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도 또한 그 상태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번민에 휩싸였고 갈등과 마주해야 했음을 인정해 줘야 한다. ‘내가 무슨 영광을 얻으려고 이 일을 꾸준히 해야 하나?’부터 시작해서 ‘오늘만 모른 척하고 넘어가자’ 등의 회유와 유혹에 이르기까지 역동의 한 장(場)을 경험해야 했을 것이다. 그들은 이른바 뇌 속에서 펼쳐지는 작은 전쟁 같은 상황을 이겨 내고 마침내 꾸준함의 단계에 한 발 내딛게 된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뭔가를 꾸준히 하고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또는 타인으로부터 박수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나도 역시 새해에 해야 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 해야 할 일들은 한걸음 한걸음 걷는 것과 같아서 자칫 멀게 느껴질 수 있으나 하나씩 하나씩 하다 보면 목표한 곳에 이르러 웃을 날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일들은 길을 걷다가 잠시 멈춰 햇살의 따사로움과 길가에 핀 들꽃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일과 같아서 생각하고 있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다. 하고 싶은 일을 의식하고 있다가 기회가 생기면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낚아채야 한다. 그래서 늘 마음의 창문을 열어두어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란 것은 마음의 창문으로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으로 ‘역동적인 삶’을 올해의 모토로 정했다. 뭐든지 그렇지만 생각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는 일이 될 수 있어서 자칫 부지불식간에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 그래서 일상에서 비록 작은 일일지라도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저축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활발하게 움직이며 살다 보면 한 해도 그렇게 되리라 생각한다.


활동적인 삶을 실천하는 한 가지 예로써 ‘갈까 말까?’란 생각이 들면 나의 답은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가는 것이다. 답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관해 망설이는 것은 시간 낭비와 같다. 이렇게 생각하면 나 자신을 움직이는 데 한결 수월하다. 내 몸은 하나이나 시시각각 존재감을 드러내는 생각과 마음은 수만 가지라서 선택하고 조절하는 데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대개는 목소리가 큰 놈이나 게으름과 나태를 즐기는 놈이 이기는 경향이 있어서 아예 답을 정해두어 그놈들이 득세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답을 정해두고 생활하면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는 일이 많아지고 역동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다.


# 가슴으로 하는 공감


공감(共感)이란 함께 느낀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방이 느끼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느끼는 것이 공감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공감을 말로 표현하기를 요구받고 대개는 그렇게 하며 살아간다. 공감은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하는 공감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가슴으로 하는 일은 재촉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어찌 보면 공감은 발효의 과정과 같다고 하겠다. 하지만 가끔 가슴속에서 충분히 발효되지 않는 상태에서 공감을 말로 표현하기를 요구받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흔히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공사 중’이란 푯말처럼 ‘충분히 공감 중’이라는 푯말을 내걸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설익은 상태에서 말로 공감을 표현하기는 하나 돌아설 때면 한참 발효되는 가운데 찬물을 끼얹어서 몽글몽글 뭉치기 시작한 공감의 알갱이들이 순식간에 산화해버린 느낌이 들어 남는 것은 아쉬움과 허무함뿐이다. 공감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다. 가슴으로 하는 공감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그 사람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그 사람의 느끼는 방식대로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말로 하는 공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느끼는 방식대로 충분히 느끼면서 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지는 숙성된 공감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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