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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펜을 들고 씁니다

by 이광

지난 금요일 홈택스로 부가가치세를 신고하려고 했지만 모르는 것이 있어 제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월요일에 정리한 자료를 들고 세무서에 직접 가서 직원의 도움을 받아 신고하기로 했습니다. 생각한 대로 월요일 오후에 관할 세무서에 갔습니다. 세무서는 주차 공간이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라 입구에 있는 전광판에서 주차 가능한 차량 수를 알려 줍니다. 그 표시를 보고 주차가 가능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그렇지 않으면 열리지 않습니다. 내가 입구에 도착했을 때 주차 가능한 차량 수가 2대라고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예전에 세무서에 일이 있어 올 때면 주위를 몇 바퀴 돌거나 조금 떨어진 사설 주차장에 주차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감사하게도 주차를 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자료와 볼펜을 들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는데 홀 입구에서 부가가치세 신고를 도와주는 직원이 나와 있었습니다. 그 직원에게 내가 준비한 자료를 보여주며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때 그 직원이 나에게 온전히 경청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것을 직원의 당연한 자세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일단 그 직원은 단순히 듣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질문을 하면서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자신이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내 설명이 다 끝나자 직원은 신고 서류를 몇 장 골라 주면서 기록해야 할 곳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왜 그곳에 기록을 해야 하는지도 알려주더군요. 직원에게는 그것까지 알려줄 의무가 없었는데도 친절하게 알려주는 직원이 참 고마웠습니다. 나는 그 직원 덕분에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홀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작성할 수 없다고 해서 주차된 차 안에서 직원이 알려준 대로 수월하게 작성한 후 제출하고 돌아왔습니다.


소중한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몰랐던 것에 대한 배움도 있었지만, 내게는 사람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배움이 더 크게 와닿았습니다. 그러면서 일상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몸과 마음을 온전히 기울이며 대하는지 생각해봤습니다. 어떤 사람이든지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사람이 어떠한 태도로 자신을 대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는 것이 당연한 데도 실생활에서는 그것에 미치지 못함을 반성하게 됩니다.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순간순간을 경험하며 사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고 한다면 결국 우리의 삶에 초점은 사람에 두어야 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삶’이란 글자를 보면 ‘사람’이 들어 있습니다. ‘삶’이라는 글자를 쓸 때 ‘사람’을 생각하고 쓰면 ‘삶’이 됩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한동안 들지 않았던 붓펜을 꺼내 들고 명상을 한다는 마음으로 삶이란 글자를 반복해서 써봤습니다. 내 삶에 늘 사람이 우선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그런 생각이 내 안에 스며들어 내 사고의 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썼습니다. 아울러 이 글을 읽는 모든 이가 행복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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