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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nzlerin Aug 09. 2020

독일의 여성 간부의 절반은 왜 이민자 출신일까?

실력의 차이일까, 환경의 차이일까

이민자, 혹은 이민자 자녀로 자라오고 사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삶의 기반이 어느 정도 잡히기 전에는 불편한 점이 좀 더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 차곡히 쌓아온 포인트 은행처럼 장점이 압도적으로 많다. 앞으로 더 많이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를 포함한 이민자 출신 친구들을 생각해본다. 동창 중에서 가장 국제적인 커리어를 쌓는 친구가 기억다. 그녀는 독일인이 잘 가지 않는 미국 유학을 간 후, 내로라하는 회사를 꽤 높은 자리에서 다니고 있다. 그녀가 말해줬던 어린이 시절 일화가 있다. 공산국가 살던 시절 엄마와 공원에 있었는데, 낯선 이가 다가와서 올림픽 선수로 양성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때는 재능 있어 보이는 어린이를 국력 자산으로 포섭했기에 엄마가 새파랗게 질려서 그 자리를 도망쳐 왔다고 한다. 이렇듯 이민자 자녀는 몇 배로 다채로운 경험을 한다. 그녀만큼이나 국제적으로 활발한 동창이 나다. 어쩌면 이민자 배경이 우리의 목표 설정에 한몫을 했을 것이다. 좀 더 넒은 세상을 알고 좀 더 다양한 어려움에 익숙하니까.


이런 배경 때문인지 흥미로워 보이는 기사가 있다. 독일의 상장 기업 중 여성 이사진의 거의 절반이 외국인이거나 이민자 출신이라는 기사다. 나도 몰랐던 사실이고 이유가 궁금하다. 아래에 발췌, 번역한다.


독일 철도 (Deutsche Bahn) 이사진의 일원인 니쿠나 씨는 자녀 양육과 본인의 경력을 항상 좀 급진적으로 병행했다. "수많은 총회, 야간 미팅, 심지어 호두까기 인형 발레 공연까지 제 아이들을 데려갔어요."


예를 들어, 베를린시 교통 기관 이사진 총회 모임 때 다섯째 자녀를 데려갔을 때도 문제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심각한 기획토론 중에 갓난아이가 배고파 하자, 나머지 이사진을 30분이나 기다리게 하는 것은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선포했다: "여러분, 모두 자녀가 있는 분들이시니, 결례가 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그러고서 모유를 주기 시작한 것이다. 회의는 계속되었다. 스카프 아래에 잘 가렸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특이한 사례였기 때문인지 온 베를린에 순식간에 소문이 났다.


이 반응만 보아도 짐작이 된다. 30개의 독일 상장 기업의 190명 이사진 중 27명만이 여성이라는 사실이. 그중 12명, 즉 거의 절반이 외국에서 태어나거나 외국에서 영입되었다. 그들의 배경을 조사하니 두 가지의 양상이 발견되었다. 어린 시절에 가족과 함께 이민을 와서 외국의 가정교육과 독일의 공공교육을 받은 여성들과, 전체 경력을 외국에서 쌓다가 독일로 영입된 여성들로 나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북유럽, 네덜란드, 프랑스의 경영진 여성 비율은 독일보다 훨씬 높은 지 오래다. 그들의 실력과 역량은 독일 여성들과 같지만, 그들은 외국에서 더 쉽게 승진할 수 있었다.


여성 간부가 늘어나는 이유는 헤드헌터 때문이기도 하다. 기업들이 받는 정치적 압력 때문에 지난 몇 년간 후보군 선정에 여성을 적어도 한 명은 포함해야 했다. 하지만 덧붙여지는 조건이 묘하다. 이미 간부로서 보증된 여성만을 추천하랜다. 그 이유는 아마, 영입한 여성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간부들이 자신에게 돌아올 화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미 독일에서 그만큼 성공한 여성이 적으니, 독일 출신 후보도 적다. 그래서 사실은 기업 내부에서 재능 양성을 해서 후보군을 늘려야 한다.


그때까지는 외국에서 영입해올 수밖에 없다. 그러면 여성도 늘리고, 국제화도 높이고 하니 일석이조 일수밖에 없다. 만약 국내 후보가 외국 후보와 경합하게 된다면 외국 후보가 유리하다. 그들은 남성의 행동양식을 당연하게 이해하고 기에 눌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더 남성적이고 소리도 크다고 한다.


예를 들어 많은 프랑스 여성들은 여전사 같아서, 절대 뒷걸음치지 않고 갈등에 끄떡도 안 해서 놀랐다고, 한 여성 작가는 말한다. 그녀는 나라 간 여성 경력의 차이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출판했다.


한 독일 기업의 간부인 고빌 씨도 절대 싸움에서 지지 않는다. 그녀는 인도 태생의 영국인이며 아이 들을 슬하에 두었다. 미국, 중동, 영국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승승장구한 후 독일의 제약회사로 영입되었다.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녀를 화나게 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정확하게 선을 그어주죠." 어려운 환경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대립을 무서워하지 않고, 직책에 휘둘리는 것이 덜하다.


니쿠타 씨도, 자신의 이민자 배경을 주원인으로 꼽는다. 그녀는 생후 8주 때 가족과 폴란드에서 독일로 이민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자동차를 수리하고, 오빠는 베이킹과 뜨개질을 배웠다.


불가리아 출신인 보다폰 독일지사 금융 간부인 디미트로바 씨도 비슷하게 생각한다. 불가리아 여성들은 트럭을 몰거나 물리학자, 엔지니어가 된다. 경영진의 여성 비율은 독일처럼 낮지만, 적어도 진입하기에는 쉽다고 한다. 직종과 성별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의 부모는 맞벌이를 했고, 그녀 친구들의 부모님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오스트리아 주제원이었다가 귀국한 후 사회주의가 몰락하면서 실직했다. 그는 위기를 기회 삼아 사업가가 되었다. 이런 가정교육이 자신의 경력에 도움이 되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이민을 가는 사람은 맨땅에서 시작하고, 새로운 사회에 조화롭게 적응하고, 매우 융통적이어야 한다. 본국을 떠나는 것 자체를 망설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다음 스텝으로 타지에서 인정받는 과정은 더 힘들다. 디미트로바 씨는 경영을 전공하며 독일 학우들보다 더 많이 공부했다고 한다. "출신이 다르기 때문에요. 인턴십 면접 초대를 받기 위해서라면 1등이어야 가망이 있었어요"


터키 이민자이자 컨설턴트인 부르크하르트 씨도 동의한다. "이민자 출신 여성이 독일에서 성공하고자 한다면 두 배로 어려워요. 그 벽을 넘기 위해서 자신감과 당당함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의지력과 경쟁 욕구가 뛰어나야 해요." 기업을 한번 들어가기만 한다면 오히려 약점이 강점이 된다고 한다. 타인이 보기에는 그만큼 뛰어나서 장벽을 넘은 여성들이라고 짐작하기 마련이니까. 마지막으로, 오랜 기간 차별을 겪어온 여성 경영진은 후에 크나큰 장점을 얻게 된다. 그들은 차별에 익숙하기 때문에 두려움을 내버린 지 오래다. 그녀에 대한 험담이 돌아도 전혀 상관 안 한다. 오히려 스트레스와 압박에 무던해지는 것이다.


디미트로바 씨는 딸을 출산하고 4개월이 지나서 다시 복귀했다. 그때 동료들은 그녀가 나쁜 엄마라고 흉보기 바빴다. 이렇듯, 좋은 엄마는 아이들과 집에 남는다고 독일 사람들은 생각하기 때문에 승진하는 여성들이 적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경력은 파트타임으로 쌓는 것이 아니기에. 그래서 그런지 현지의 사회와 다른 시야를 가진 여성들이 더 부각되는 것이다. 외국에서 왔다는 사실이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디미트로바 씨는 험담을 듣고서 이해하지 못했다. "불가리아에서는 출산하고 일 년 내에 복귀하지 않으면 욕먹어요." 아이들도, 엄마도 일하는 것에 대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 안 된다고 그녀는 말한다.


독일 철도회사 간부 니쿠타 씨의 아이들은 그야말로 모유를 먹을 때부터 이 사실을 배우는 셈이다.


왜 여성 간부 중에서 독일인이 적을까? 독일 여성이 결코 순응적인 느낌은 아니다. 독일 여성 간부가 적은 이유는 그 이상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독일에서 대기업의 간부는 당연히 인정받지만 한국에 비해서 사회적 선망이 적은 편이다. 사회가 성공의 모습을 굳이 정해놓지 않는 것은 한 국가의 사회가 이뤄낸 성과이기도 하다. 좁은 문의 성공에 들려고 힘들게 노력하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한 삶이 가능하다면 좋은 나라일 것이다.


확실한 건, 실력보다는 환경의 차이가 이민자 여성 간부들을 좀 더 담대하게 만들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민자 출신 여성 간부는 총회가 모인 자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모유를 줄 수 있었다. 타인에게 발상의 전환인 것이 자신에게는 당연하게 느껴진다면 오히려 기세를 이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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