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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뉴 Aug 21. 2023

운동 강박? 운동 습관이라고 불러주세요

강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강박을 버리다

새벽 4시 30분의 기상은 체계적이다


매일 저녁, 다음날 새벽 빠르고 신속하게 운동에 돌입하기 위한 루틴이 있다.

첫째, 준비운동을 하는 빈 방에 새 운동복과 풀 충전한 블루투스 이어폰 넣어두기.

둘째, 빠르고 신속하게 준비운동 유튜브 영상을 틀기 위한 휴대폰 거치대 세팅하기.

셋째, 물을 가득 채운 텀블러와 이온음료 한 병 식탁 위에 올려두기.

이렇게 세 가지를 준비해 두고 하룻밤 깊이 자고 나면,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5분 만에 운동복을 갖추어 입은 뒤 운동에 돌입할 수 있다.

나의 새벽은, 그렇게 1분 1초를 세심히 배려한 나의 준비로 인해 시작된다. 조금만 시간을 지체하면 운동을 끝내는 시간이 늦어지기 때문에, 더 이상의 기상 시간을 당기기 어려운 나는 간단한 동작도 허투루 쓰지 않고 기민하게 움직인다.


주 6일의 새벽 기상, 주 6일의 운동


내 새벽 기상의 근본적 목표는 '새벽 운동'이다. 나에게 있어 언제나 '하고 싶지만 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는 운동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새벽 4시 30분의 기상도 매우 즐겁다. 모든 새벽 기상 자기 계발서가 강조하는 것 중 하나인 동기 부여는 확실하게 되고 있는 셈이다. 앗싸! 오늘도 운동할 수 있어! 내 인생은 애니메이션이 아니지만, 누군가가 나를 촬영하고 있다면 내가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의 내레이션은 꼭 이걸로 해 주시길 부탁한다.

출근을 해야 하는 평일에는 집에서 운동하고, 휴일에는 가급적 밖에 나가서 운동을 하려고 한다. 매일 같은 시간 일어나고, 같은 시간에 운동을 하니, 종료되는 시간 또한 같다. 나에게는 그 시간이 마치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시간 같다. '운동 상자'. 평일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가 '회사 상자'에 들어 있는 것처럼. 회사도 주 5일을 다니는데, 새벽 기상과 함께 주 6일 운동을 결심하게 되다니.


루틴에 대한 욕심, 좌절에 대한 위로는 신포도 같은 루틴 지상주의였다


월요일은 근력운동, 화요일은 유산소 운동, 수요일은 휴식. 새벽 기상을 꾀하기 전 나는 요일 별 다른 저녁 운동 루틴을 짜기도 하고, 또는 아예 한 달을 열흘씩 통으로 끊은 뒤 열흘 안에 유산소 운동을 몇 번, 근력운동을 몇 번, 달리기를 몇 번... 횟수를 정해두고 채우는 방식으로 루틴을 짜기도 했다. 그야말로 '루틴 덕후'였다. 하지만 이렇게 계획을 다양하게 짠다는 것은, 그야말로 이전 계획이 '통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8시간의 근무, 2시간의 야근성 육아 후 나의 심신은 그야말로 기진맥진해졌다. '해야 해! 해야 한다고!' 마치 빚이라도 진 마냥 운동길(?)에 올랐지만, 그마저도 웬만한 정신력으로는 오래가기 힘들었다. 나의 운동은 꾸준했지만, 한결같진 못했다. 일주일에 네 번을 하다가도, 일주일에 두 번만 하게 될라치면 나는 그 주의 패잔병이었다.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르지? 나는 왜 이렇게 의지력이 부족하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소파에 눅진하게 들러붙어 있는 남편에게 나는 스스로를 불평했다. 그런 나를 남편은 늘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나는 그래서 스스로를 이해시켜야만 했다. '너는 매일 운동을 할 수 없는 멘탈'이라고(이에 대한 글은 다른 브런치 매거진에도 글로 남긴 바 있다). 강제력이 없으니 나를 이끌 사람은 나뿐인데, 그런 내가 나를 끌어가지 못하니 나는 '약한 사람'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왜 그렇게 매일 하려고 해? 왜 그렇게 규칙적으로 하려고 해? 사람이... 좀... 땡땡이 부릴 수도 있지...!!! 착실하고 반듯한 내 모습은 그 속에서 욕심이 되어 갔다.


어쩌면 그것은 내 의지의 문제가 아닌, 상황의 척박함 때문이었을 거라고


나는 운동 강박이야. 스스로가 정한 루틴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 잦아지자, 나는 나를 '강박이 있는 사람'으로 인정했다. 하지 않으면 힘들어하고, 해야만 안심을 하는. 하고 많은 인생의 활동 중 왜 하필 운동이지? 내가 그렇게 다이어트 중독자였던가? 그렇기엔 딱히 목숨 걸고 하는 운동도 없는데, 그저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는 모든 활동을 '운동'으로 정의하는 나로서는, 말 그대로 '움직일 힘'도 없는 자신을 무수히 책망했다. 나는 운동 강박이 있어. 이걸 깨려면 나는 실패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야 해. 그렇기 때문에 몇 번이나 '매일'을 포기했다. 매일이라는 옵션을 넣는 순간, 하루라도 빠뜨리면 그것은 루틴에서 벗어나는 일이 되어버리니까. 본능적으로 일과에서 '매일'을 뺐다. 일주일에 두 번 하면 뭐 어때, 일주일에 세 번이면 또 어때? 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좌절을 불러왔다. 그것은 '겨우 일주일에 두 번도 못하는 나!'가 되어 돌아왔고, 결국 나는 항상 계획을 세우고 계획을 실패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때와 상황이 단 하나도 개선되지 못한 지금의 마음가짐이 좀 달라진 것은, 그만큼 내가 힘든 입장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오늘 하기로 한 운동이, 내일 하기로 한 공부가, 돌아오지 않을 다음날로 미뤄지는 것에 대해서 나는 항상 모든 것은 내 문제로 생각해 왔다. 상황과 주변을 탓하지 않은 것은, 그것이야말로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일이 너무 힘들었는데 기운도 없으니 어떡해? 오늘은 남편이 야근해서 애들을 재우느라 너무 늦어버렸는데 어떡해? 어쩌면, 그것은 정말 사실이었을지도 모른다.


다시금, '매일'이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고


'매일매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난다면, 굳이 매일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거 아냐? 하루는 공부, 하루는 명상... 하면 안 돼?'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앞서 말했듯, 새벽의 운동은 내가 그 꼭두새벽에 일어나게 하는 동기이고, 그로써 누구보다 빨리 침대를 박차고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오늘은 운동을 했는데, 내일은 공부를 해야 한다고? 그럼 아마 난 아주 빠른 속도로 새벽 기상을 멈출 것이고, 이 글도 더 이상 쓸 수 없을 것이다. '매일 운동'이 나의 강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맡은 뒤에서야 알았다. 어쩌면 나는 정말 운동을, 땀을 흘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야 나는, 이 마음가짐을 '강박'이 아닌 '습관'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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