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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작희작 Aug 16. 2023

감탄으로써 욕의 역할.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아름다운 장면을 봤을 때 이 ‘너무’의 반복을 짧고 굵게 표현하기에 ‘욕’만 한 게 없다. 몰상식해 보이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러한 무의식적 ‘욕 감탄’은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라 감히 장담한다.


 사람마다 비속어를 듣고 쓰는 경험이 다양하기 때문에 욕도 세상에 각양각색이다. 놀랍고 대단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나의 경우에는 짧고 굵게 “와! 미친!”을 외친다. 정말 소름 끼치는 것을 보면 닭살 돋는 그 찰나의 시간처럼 그 경이로움을 표현할 어떠한 미사여구를 생각해 낼 틈이 없다.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은 무의식의 짧은 감탄뿐. 그 감탄의 도구로써 욕은 꽤나 유용하게 쓰인다.


욕의 어마어마한 마음 침투력.

 사실 욕은 부정적 마음을 표현할 때 쓰는 것이 제맛이라고 생각하는 게 보편적이다. 특히 타인을 향한 불만과 비난을 할 때 주둥아리 따발총을 비장하게 꺼내 사정없이 쏘아댄다. 사실 이 인정사정없는 공격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아무리 튼튼한 갑옷을 입어도 쉽게 뚫어 ‘마음’ 공격에 성공하고 생각보다 깊게 상처를 남긴다.


 특히 공격자가 자신과 친할수록 그 아픔은 배가 된다. 공격자가 나와 덜 친한 사람이라면 욕배틀에서 더 화려한 욕 기술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지만, 친한 친구로부터 욕 공격을 받는다면 역공하기는 쉽지 않다. 상처는 자기만 받으면 된다. 소중한 관계를 지키고 싶으니까. 지키고 싶은 우정과 사랑의 링 위에서는 승자와 패자의 의미는 없다.


가치가 있는 곳에서 가치 있게 쓰이길.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말로 표현이 불가한 좋은 경험을 했을 때 나오는 욕은 살면서 몇 번 경험해 볼 수 없는 ‘소중한 탄사‘ 아닌가? 이렇게 희소하고 가치 있는 탄성을 가치 없는 사람이나 상황에 더 이상 남발하고 싶지 않아 졌다. 그 어떤 멋진 구구절절한 표현도 “미친!”이라는 욕 한마디에 허무하게 제 기능을 상실할 만큼 욕은 가볍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힘이 있다.


그동안 욕은 단순히 불량한 자들의 소유어라고 생각했던 이들이여! 언어적 고상함을 모두 내던지고 무심결에 튀어나오는 이 투명하고도 본능적인 감탄사를 쉽게 남용하지 말자. 특히 싫은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가볍게 뱉어내지 말자. 그들에게 ‘들려주기에‘는 그대의 욕은 너무 아까울 정도로 찰지다.


   욕은 진심이다.
그 진심, 아무에게나 뱉지 말자.

아껴놓고
진심으로 멋진 상황에
진심의 ‘감탄사’로 뱉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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