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깨작희작 Sep 26. 2023


괜히 조용히 앉아 무엇인가를 하고 싶게 만드는, 오늘은 비가 오는 날.


괜히 창가에서 따뜻한 차 한잔 하고싶고, 가볍게 노트를 꺼내 글을 끄적이고 싶고, 괜히 창가에 맺힌 빗방울을 오래 보고 싶고, 예전 추억들을 가볍게 떠올리고 싶은 그런 날.  


괜히 드는 생각이라고 해서 절대 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괜한 마음으로 마주하기에는 아주 오랜만에 찾아오는 반가운 감정들이니까. 친구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나도 오롯이 홀로 멍 때리고 싶게 만드는 유일무이한, 오늘처럼 비 오는 날.



수분 잔뜩 머금고 있다가 조금씩 잔잔하게 비를 뿌릴 때, 그 구름은 가장 여유로워 보인다. 반대로 갑작스럽게 굵은 소나기 빗방울을 뿌리는 구름은 왠지 모르게 무엇에 쫓기는 듯 성급해 보인다. 그런 소나기에 시원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오래 걸려도 여유 넘치는 잔잔한 가랑비가 좋다.


창가에 맺힌 빗방울은 눈앞의 시야를 방해해도 그 나름이 갖는 일그러짐의 美가 있다. 가끔은 뚜렷함이 부담이 돼서 조금 희미하고 일그러진 모습에 안정감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런 모호한 형상이 편하게 느껴져 가끔 안경을 벗는다.


한 곳에 자리를 잡아 도무지 움직일 생각이 없던 빗방울 한 개는 옆에 있던 빗방울 하나 또르르 떨어지자, 어느새 합체하여 더 큰 물방울로 함께 흐른다. 그것은 사라짐이 아니라 또 다른 만남이자 마치 더 큰 존재로의 성장처럼 느껴진다. 작은 물방울이 준 큰 선물 같은 메시지다. 감동의 또르르.


역시 노래도 하나 틀어본다. 비와 관련된 노래면 모든 좋다. 평소 흘려듣던 노래가 오늘은 마음과 귀에 추억을 싣고 흘러 들어온다. 이 노래의 끝엔 추억이란 3분짜리 여행이 끝나고 난 뒤의 여독 같은 작은 아림이 남았다.


오늘은 이런 모든 감정들이
사랑스럽고 소중한 그런,
비 오는 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