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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 Nov 28. 2022


뽀로로의 하루

03. 호주의 휴일

보통 나의 휴일은 월요일이다. 일주일 중 6일을 열심히 일하고 찾아오는 하루, 온전한 휴일이다. 호주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소중한 하루를 알차게 보내려 여기저기 돌아다니곤 했다. 관광지로 유명하다던 곳도 가고 동네 사람들만 아는 숨은 바닷가도 갔다. 이 순간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호주 생활의 한 부분을 채워 줬다. 일주일 중에 6일을 일만 하다 보니 슬럼프도 왔고, 호주가 더 이상 외국처럼 느껴지지 않는 순간들도 많이 있었다. 그렇게 시나브로 호주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월요일만 되면 호주의 반짝이는 부분을 느낄 수 있었다. 반짝이는 바다와 푸르른 공원, 그리고 여유로운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오히려 일주일에 하루만 봐서 더 깊게 느낄 수 있었다.  


자연이 주는 반짝임을 좋아했다.


월요일에 느끼는 이 감정들은 익숙해지고 싶지 않다.


가끔은 주말에도 휴일을 받을 때가 있다. 휴일을 신청하거나 월요일에 부득이하게 일할 경우 대체휴일을 일요일에 받았다. 그날은 마켓 구경을 다녔다. 시드니에 유명한 마켓들이 몇 군데 있는데, 나는 토요일에 열리는 glebe market과 주말에 열리는 the rocks market을 자주 갔다. 매주 열리는 큰 마켓이기도 하고 볼거리랑 먹을거리가 많다. 특히 더 락스 마켓은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크리스마스 컨셉으로 꾸며놔서 더 예뻤다. 매주 열리진 않지만 kirribilli에도 마켓이 열렸다. 원래 마켓(길거리 시장)을 좋아해서 휴일을 신청해 다녀왔다. 시드니에서 가장 오래된 마켓으로 어느 정도 인기가 있는 곳이었다. 규모는 glebe market과 the rocks market사이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시드니의 대부분의 마켓들이 그러듯 주로 음식이나 옷, 액세서리, 직접 만든 도자기, 향초 등을 가장 많이 팔고 있었고, 직접 그린 시드니의 명소나, 엽서 같은 것도 팔았다. 


나는 시장을 다니는 걸 좋아한다. 나라별로 정말 다양한 특징과 매력들을 가지고 있어서 언제나 여행을 하면 그 나라의 시장은 꼭 찾아간다. 어느 곳은 아침부터 오후까지 열고, 또 다른 곳은 늦은 오후부터 밤에 활기를 띤다. 파는 물건도 나라별로 크게 차이가 있다. 하지만 어느 시장을 가던지 꼭 파는 인기 상품이 있다. 바로 음식이다. 시장에서 파는 음식을 보면 그 나라의 문화와 트렌드도 한눈에 파악이 가능하다. 그리고 한국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를 가도 시장에서 파는 음식이 가장 맛있고, 전통적이다. 그래서 나는 시장이 좋다 :) 


크리스마스 시즌의 마켓


내 소중한 휴일에 쇼핑만 하진 않는다. 쇼핑도 좋지만 가끔은 여유를 즐기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그럴 때는 작은 돗자리를 들고 피크닉을 떠난다. 집에서 전철 타고 10분 정도 가면 예쁜 공원이 나온다. 때론 멀리 떠나고 싶을 때, 대중교통으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곳도 갔다. 그냥 예쁜 풍경이 보이는 자리에 돗자리 깔고 앉아서 멍 때리면 어느새 마음이 평온해졌다. 피크닉은 항상 친구랑 같이 갔었기 때문에 서로 소소한 이야기를 하거나 아무 말 안 하고 멍 때리면서 그 순간을 즐겼다. 


공원 피크닉




나에게 휴일은 일주일 중 하루라 더 소중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6일간의 스트레스를 하루에 다 풀어낸다. 정말 다행인 건 나는 스스로 스트레스를 어떻게 컨트롤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 나의 해결법은 스트레스 종류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스트레스를 스스로 조절하는 건 살면서 중요한 부분이다. 나는 휴식을 가질 때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스트레스 해소에 많은 도움이 된다. 사람마다 각자 다른 걱정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고, 그 해결방법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 스트레스를 컨트롤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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