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사보다 PPT 작업이 많을 줄이야
대행사 AE로 일하는 동안 제안서부터 기획안, 결과보고서까지 PPT 문서 작업은 원 없이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데요. 브랜드 마케터로 이직하면서 이제는 PPT 문서 작업이 줄어들지 않을까 잠깐이나마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B2B 브랜드 마케터는 생각보다 PPT로 자료를 만드는 일이 많더라고요. 그동안 깔끔하고 가독성 좋은 제안서를 만들기 위해 피, 땀, 눈물을 흘렸던 경험들이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B2B 마케터로 일하면서 만드는 PPT로 만드는 마케팅/세일즈 자료는 크게 3가지입니다. 세미나 또는 웨비나에서 우리의 제품을 홍보하는 발표 자료, 우리 제품을 도입한 고객들의 사례를 담은 화이트 페이퍼 (흔히 ‘백서’라고 불리는), 마지막으로 영업팀에서 고객을 직접 만나 세일즈를 할 때 사용하는 세일즈덱이 있습니다.
B2B 마케팅을 하면서 전시회만큼이나 자주 참가하는 이벤트가 있다며, 바로 세미나 & 웨비나입니다. 세미나의 경우, 전시회에 주관하는 세미나도 있지만, 고객들이 요청하면 직접 방문하여 고객사 내부에서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또, 온라인에서는 웨비나를 진행하여 고객들에게 우리의 제품을 알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발표 자료를 만들 때 가독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발표를 하는 동안 보이는 자료이기 때문에 자칫 내용이 너무 많고, 정리가 되지 않으면 자료를 읽느라, 정작 중요한 연사의 말에 집중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발표 자료에서 최대한 중요한 내용만 명확하게 제시하려고 합니다.
B2B 산업에서는 고객 사례가 굉장히 중요한 콘텐츠인데요. 단순히 우리 제품이 좋다고 홍보하는 것보다는 실제로 어떤 기업에서 우리 제품을 사용해서, 어떤 가치를 얻었는지 좀 더 설득력을 얻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B2B 기업에서는 고객 사례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B2B 마케팅을 하면서 고객 사례에 대한 효과를 직접 확인하였고, 더 이상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하에 올해부터 고객 사례를 소개하는 자료를 만들고 있습니다. 고객 사례 자료에서는 고객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었고, 우리 제품으로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고, 이로 인해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를 하나의 잘 짜인 스토리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화이트 페이퍼는 보통 PDF 파일로 고객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고객이 이 자료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합니다. 예를 들어 해당 화이트 페이퍼를 내부에 보고한다면, 디자인 측면에서 예쁜 것보다는 신뢰감을 줄 수 있는 폰트, 구성들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세일즈덱은 영업 사원분들이 직접 고객들을 대면하는 자리에서 우리의 제품을 소개하고, 어필하여 구매하도록 설득할 때 사용하는 자료입니다. 그래서 세일즈덱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영업팀과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입니다. 현장에서 세일즈덱 자료를 가장 많이 활용하고, 고객들의 반응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사람도 영업 사원이니까요.
세일즈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무엇일까요? 바로 내용의 구성과 플로우입니다. ‘어떤 흐름으로 만들어야 닫혀있는 마음을 열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보면 페이지의 순서를 정하는 것조차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마음을 설득시킬 수 있는 플로우와 구성을 찾아내는 것이 세일즈덱의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적게는 30~40장, 많게는 50장이 훌쩍 넘는 PPT 자료를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있듯이 저 역시 제안서부터 결과보고서, 세일즈덱, 발표 자료 등 다양한 문서를 만들다 보니 저만의 팁이 생긴 것 같습니다.
일단, 저는 먼저 작업을 하기 전에 최대한 기획 내용을 최대한 탄탄하게 정리합니다. 예를 들어, 이 자료를 통해 얻고자 하는 공동의 목표가 무엇인지, 어떤 구성으로 플로우를 구성할 것인지 등 방향성에 대해 유관된 사람들과 사전에 논의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꼭 거치는데요. 처음에 이 과정을 탄탄하게 하지 않으면 자료를 다시 만들어야 되는 일이 꼭 생기더라고요.
이제 기획이 나왔다면, 이에 맞춰 살을 붙이는 작업을 합니다. 이 소제목에서는 어떤 내용과 이미지를 사용할 것인지 세부적으로 나눠 자료의 형태를 잡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소제목 아래에 어떤 내용을 넣을지 불렛포인트나 불렛 포인트로 나열합니다. 그다음에 나눈 내용을 PPT에 옮긴 다음 각 장표에 어떤 내용과 이미지를 넣을지 구상합니다.
(예시)
이 작업까지 끝나면 비로소 자료를 만들기 시작하는데요. 어떤 내용을 넣을지가 정해지면 자료화하는 것을 생각보다 쉽더라고요. 여기서 또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자료를 최종으로 완성하기 전에 내부에 공유함으로써 초기에 기획했던 방향대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함께 확인하는 과정을 가지면 더욱 효율적으로 만드실 수 있습니다.
사실 B2B 마케터가 만드는 자료 중에서 PPT 문서는 (과장 조금 보태서) 새발의 피라고 할 수 있겠지만, 모든 자료는 최종적으로 산출되는 형태만 다를 뿐 같은 과정을 거쳐 기획된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마케팅/세일즈 자료를 만들어야 되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분들이 있다면 제가 말한 방법을 한 번 사용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