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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결국 거짓말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를 찾아보자.

by 당신들의 학교

인터넷상에서나 언론에서 다뤄지는 교사, 즉 집단으로서의 교사들은 피해자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책임을 피하고 의무나 본분과 상관없이 교사를 도덕적 비난에서 자유롭게 만드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도덕적 비난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교사를 비판하거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교사들(단체로서의 교사들)이 대응하는 태도는 그야말로 '아니, 우리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왜 이러냐'는 억울함이 진지하게 느껴진다.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도
거짓말도
감정적인 대응과
상대를 비하하고 조롱하는 공격까지



현실에서 보는 교사들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물론 현실에도 '교사가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좀 있었다. 하지만 그 밀도 차이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다)


예를 좀 들어보면,



해당 사건은 인솔교사가 학생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정도가 '심대하여' 유죄로 판결난 사건이다. 같은 교사라는 이유로 이정도로 감싸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교사의 41조 연수규정 개정을 건의한 토론에 달린 댓글. '부럽냐'는 말에서 스스로 충분히 '혜택이자 특혜'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옹졸하다는 비하는 덤.


학기중 '절대' 연가를 쓰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바로 이어서는 '연가를 쓴다'고 하는데 무슨 소린지도 모르겠다. 보결수당에 대해 알고 있다면 모를 수가 없는데,



12개월로 쪼개서 받는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뜬금없는 에너지 낭비를 들먹이며 화제를 전환하는 것도 좀 이상한데. 교사들이 요구하는 수당인상의 폭을 생각하면 에너지 낭비는 우습다.


뭐랄까... 나는 왜 이런 사람들과 토론을 하려고 했나..하는 생각이 드는 댓글이다. 한편으로는 교사들이 얼마나 다른 직업에 무지하며, 자기 연민에 심각하게 빠져 있는지 보여준다.




1. 왜 이리 서로 감싸는가? - 내집단 편향과 침묵의 나선


집단에 속한 구성원을 '무조건 감싸는 행위'는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지만, 정도를 넘어서면 '손절'하는 것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교사집단은 그것이 잘 되지 않는 모양인데, 전문용어로는 내집단 편향(In-group bias)이라고 한다.


동질감이 깊고 (비슷한 학력, 경험, 업무 등) 외부와의 교류가 적은 집단에서 강하게 나타나곤 하는 내집단 편향은

같은 동료이기만 하면 도덕성 판단이 느슨해지면서 무조건 편드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집단을 보호하는 것이
정의보다 우선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이상한 일이다. 일상에서 만나는 교사들이 내집단 편향에 빠진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는데 (댓글창 등에서 만나는 그들의 행동은 때로는 광신도처럼 보이니까)


교사의 수는 아주 많고, 대부분은 교사 집단의 발전이나 집단에 대한 위협과 같은 부분에 관심이 없을 것이다. 교사는 폐쇄적이고 동질성을 강하게 가지는 집단이긴 하지만 너무 규모가 크고 수직관계도 아니어서 응집력이 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렇다면? 침묵의 나선효과(Spiral of silience)가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집단 내에서 비판을 하는 사람이 소수일 경우, 비판을 하고자 하는 동력은 더욱 낮아지고 마침내는 거의 없다시피 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사람들의 성향을 생각해 보자.


모험을 하거나 도전을 하거나 역경을 겪어가며 신념대로 살아가고 원대한 목표를 이루겠다는 타입이 아니라


순종적이고 집단의 일부로 조용하게 살아가며, 어지간한 불만은 참고 인내할 줄 아는 사람이 확실히 더 많지 않을까? (공무원들이 어느 정도 그렇듯이)


침묵의 나선효과는 너무 당연해 보인다.





2. 거짓말은 왜?- 뻔뻔한 거짓말과 집단적 자기기만


폐쇄성이 강한 집단에서 나타나는 내집단 편향 현상과 조직 내부에서 비판을 하려는 동력이 낮아지는 침묵의 나선효과로 인해, 교사집단은 '교사라면 무조건' 감싸고 방어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데 거짓말은 왜 하는 걸까?


학기 중 연가를 사용하지 못한다

교사는 연봉에 해당하는 급여를 12개월로 나누어 받는다

점심시간에도 식사지도를 하느라 바쁘다

CCTV 업무로 온 학교를 돌아다니며...

회계업무나 계약 관련 업무로 수업준비할 시간도 부족...

시설관리를 하느라...


거짓말이거나 거짓말에 가까운 과장인데, 금방 들킬 거짓말인데 이걸 왜?


뻔뻔한 거짓말 전략 (Brazen Lying)이란 것이 있다.


들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거짓말인데, 거짓말 자체가 힘의 과시 수단이 되는 것을 말한다.



내가 이렇게 말해도
너는 반박하지 못한다.



즉 교사집단은 강하고, 교사집단에 반발하는 사람은 매우 소수이고 힘이 약하기 때문에 (나처럼) 뻔뻔한 거짓말 전략이 통할 수 있다.


일반인들은 거짓의 사실 여부와 관련 없이 비판하는 쪽과 편드는 쪽으로 확연히 갈린 상태이고, 폐쇄적인 집단에 대한 내용이라 거짓말의 검증도 쉽지 않은 데다, 이 거짓말 자체가 내집단의 지지를 강화한다.


즉, 이런 거짓말에 반박하는 목소리가 작으니 들키기도 쉽지 않고, 설령 들킨다고 해도 검증은 불편하고 반박하는 사람의 힘이 적으니 오히려 집단의 결속력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교사 집단 내부로 보면 이것은 집단적 자기기만 (Collective Self-deception)인데 당당하게 거짓을 주장하며 서로 주장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는 연봉제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렇게나 많은 사람이 한 거였다.


이것은 굉장히 무서운 일이다.


교사집단은 이미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런 '선생님들의 모임'이 아니다.




3. 부러우면 교사하라고? - 투사기반의 자기 방어기제


그 와중에 재미있는 것은,


교사와 관련된 비판에서 늘 나오는 얘기. '교사가 부러워서 그러냐. 너도 교사해라.'라는 것이다.


이것이 왜 재미있냐면



찔릴 때(?) 나오는
방어기제이기 때문이다




상대를 열등하다고 (옹졸하다던가 질투한다던가 피해의식이 있다던가) 공격하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지적받을 때 심리적 불안을 줄이기 위함인데, 아마도 교사들이 본인들의 도덕성을 공격받아 이를 만회하는 방어기제로 나온 표현이 아닌가 한다.


어지간히 서투른 사람이 아니라면, 모두들 저러한 표현이 스스로의 잘못을 언급하고 싶지 않을 때 사용하는 방어기제임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사용하는 것이 어떤 '부도덕의 인증' 역할을 한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울컥 저런 생각이 들더라도 '내가 켕기는 것이 있다고 여겨질까 봐' 일부러 하지 않는 표현인데, 저런 류의 댓글이 엄청난 것으로 보아서는



교사집단이
다른 사람들과는
교류하지 않는

생각보다 더
폐쇄적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이렇게 진단을 해보았으니, 해결책도 한번 생각해 보자.


공교육을 잘 굴러가게 하기 위해 이것저것 생각해 보는 와중에 '소결론'이랄까.


다음 시간엔 여기에 대한 해법을 생각해 보겠다.







덧.


관련 자료를 찾다 보니 교사들이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내가 약해서'였다.


그 말은 내가 (또는 우리가) 강해지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여러분은 교사들의 거짓말이 정말 괜찮으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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