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의식과 자기 연민이 양립하는 것이 가능할까?
보통은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데, 교사들에게는 (일상에서 만나는 교사가 아닌, 언론에서 다뤄지는 모습이나 커뮤니티 등 온라인에서 만나는 교사) 이 두 가지 모습이 모두 보이는 것이 참 신기하다.
특권의식과 자기 연민은 보통 반대방향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만, 한 가지에서는 동일한 방향성을 가진다.
비판을 수용할 수 없다
나는 교사들이 어떠한 비판도 수용하지 않는 이유가 이 두 가지 축에 있다고 생각한다.
20년 전에 돈을 내지 않고 식사를 한 사람이 다시 돌아와 큰돈으로 갚았다는 미담은 있어도, 촌지를 받은 것을 반성하여 돌려준 예는 없었다.
방학의 41조 연수가 지침과 다르게 휴가로 이용되는 현실에 대해 인정하고 반성하는 교사는 극히 드물고, 오히려 '교사는 연봉제라서 방학은 무급이다'라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평일에 조퇴를 너무 많이 해서 학교 운영에 지장이 있다는 민원을 소개하는 시의원에게는 몇 시간 만에 수천 건의 항의를 쏟아내어 결국 발언을 무마했으며
학원강사보다 실력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학원 총 연합회 회장의 발언에도 불같이 달려들어 결국 사과를 받아내었다.
특권의식과 자기 연민. 하나씩 짚어보자.
1. 특권의식은 어디서 왔는가.
대다수 사람들은 특권의식이랄 게 없기 때문에 이것이 무엇인지 상상하기도 쉽지 않다.
사회ㆍ정치ㆍ경제적으로 특별한 권리를 누리고자 하는 태도.
특권의식의 정의를 보고서도 이것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생각하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가벼운 예시를 가져왔다.
어떤 교사 개인의 생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전교조등 교원단체에서는 교원을 제외한 교직원을 '선생님'이라 호칭하는 것에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교사들이 특권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증명했으니, 이제 이것이 어디서 왔을지 생각해 보자.
어려울 것도 없다.
군사부일체
우리나라의 유구한 전통이 이어진 것.
또한 '교육=성공'이라는 방정식이 오랫동안 성립해 오면서 교육에 높은 가치를 부여해 온 역사가 교사를 '특별하게' 만들었다는게 내 생각이다.
2. 특권의식은 어떻게 강화되었나
김영란법으로 촌지가 사라지고, 오장풍사건을 필두로 교사의 폭력이 사회문제가 되기 전.
교사들은 그야말로 '교실의 왕'이었다.
교사의 관심과 칭찬에 목마른 어린 자식들을 가진 부모들은 아이가 발표 한번이라도 할 수 있도록 촌지를 바쳐야 했고 (말 그대로 강요였다) 입시에 목매는 조금 큰 아이를 위해서도 촌지와 굽신거림은 필수였던 시절이 있었다.
'때려서라도 가르쳐 달라'라는 교육에 무지한 부모의 부탁과 '내가 엄청나게 패서 그놈 사람 만들었지'라는, 역시나 교육에 무지한 교사의 자랑이 드물지 않던 그 시대는 말 그대로 특권의식을 자라게 하는 양분이었고
빠른 시간에 웃자란 그들의 특권의식은 급기야 촌지를 주지 않거나 자신에게 굽실거리지 않으면 학생을 괴롭히는 게 정당하다는 생각까지 이르러, 실제로 학생을 괴롭힌 교사도 많았었다.
게다가 교원지위향상 특별법은 어떤 한 직종을 우대하는 내용이 담긴 매우 드문 법령으로, 교사는 이 법에 의해 사회, 경제적 특혜를 입고 있음이 사실이다.
3. 그런데 갑가지 자기 연민이요?
특권을 오랫동안 유지해 온 집단에게 있어 어느 날 특권이 무너진다면?
피해의식에 사로잡힌다.
원래 누려왔던 특권이 불합리하고 과도하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었다는 것은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피해의식이란 게 그런 거니까
그럼 어떤 특권이 사라진 걸까?
녹화가 가능한 휴대폰이 보급되면서 교사의 폭력, 폭언에 제동이 걸렸다. 폭력과 폭언은 물론이고 성추행까지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던 시절이 정말로 있었다. (그럴 리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여학생의 허벅지 안쪽을 때리는 체벌이나 남학생의 젖꼭지를 꼬집는 행위 등등 보통 훈육과 지도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김영란법을 시작으로 촌지가 사라졌다.
학교회계 담당을 교육행정직이 맡으면서 회계의 투명성이 증가했다.
무언가 더 좋아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싫을 수도 있겠다. 어쩌면 교사들의 주장처럼 행정업무가 많아졌다던가, 수업 외에도 할 것이 많아졌다는 변화가 있었을 수도 있다. 업무가 늘어난 것을 특권이 무너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듯.
지금까지 이야기는 근거를 대기 어려운, 순전히 나의 뇌피셜이긴 하지만, 이러한 교사집단의 인식흐름을 상상해 보는 이유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기 때문이다.
왜 거짓말까지 하면서
피해자 행세를 하는 걸까.
교원의 41조 연수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토론에 달린 댓글이다 (비슷한 댓글이 수천 건에 달한다)
1. 병가를 마음대로 못쓴다
교원의 병가를 막거나 방해하는 규정은 없다. 참고로 수 천명에 달하는 교사들이 '병가'를 내고 '공교육 멈춤의 날' 시위에 참여했다.
2. 연가를 마음대로 못쓴다.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것은 모든 직장인이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교사는 연가의 상당 부분을 '조퇴'로 소진하며, 경기도에서만 수천 명의 교사들이 학기 중 조퇴사용을 '매우 많이'한다고 이미리 경기도 시위원이 밝힌 바 있다. 경험적으로도 교사는 비교적 자유롭게 연가를 사용하며, 연가사용이 극히 적다는 근거는 없고 오히려 일반 공무원보다 연가사용이 조금 낮은 수준이라는 통계청의 자료는 찾을 수 있다. (국공립교원 한정)
3. 연봉을 12개월로 나누어 받는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하도 주장하는 교원이 많아서 교육부와 기재부 확인까지 해봤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교원이 굉장히 많은데, 진짜로 연봉제라고 스스로 믿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까지 든다. 연봉협상을 해본 적이 없을 텐데 이걸 믿을 리가.
어쨌거나 교사들은 '사기 저하', '누가 교사를 하려 하겠나', '교권추락', '교사의 행복이 학생의 행복'과 같은 말로 마치 교사가 차별받고 무시당하는 불쌍한 존재인양 행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이것을 '병적인 자기 연민'이라고 부른다.
'교사가 피해자'라는 프레임이 머릿속에 가득 차면 거짓말도, 거친 언행도, 불법 행동도 모두 자기 방어를 위한 것이라는 '심리적 면죄부'를 얻는 게 아닐까.
4. 특권의식과 자기 연민이 양립하게 되면
이런 결과로, 교사(단체로서의 교사, 개인으로는 멀쩡하고 좋은 사람도 많다)들의 심리상태를 예상해 보면 매우 혼란스러운데
1. 자신이 가진 위치·지위·조건이 당연한 권리라고 믿기 때문에
2. 변화의 필요성이나 직업적 책임은 보지 않고,
3. 그에 대한 비판은 '약자를 괴롭히는 것'으로 인식하고
4. 대우와 존중, 배려는 조건 없이 자동으로 받아야 한다고 느끼는 것이 아닐까 한다.
다음 시간엔 자기 연민이 강화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생각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