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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웰브져니 Mar 03. 2022

<스토리 창작자를 위한 빌런 작법서> 리뷰

당신의 이야기를 빛내줄 악당 키워드 17

 차무진 작가의 <스토리 창작자를 위한 빌런 작법서> (부제: 당신의 이야기를 빛내줄 악당 키워드 17)를 읽었다. 탁월한 분석력과 소설가다운 해석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족집게 과외 선생님같이 17가지를 일목 요연하게 목차로 정리해주신 점부터가 이 책의 비상함을 보여준다.

 

1. 그림자 _ 빌런은 주인공을 투영한다

2. 각성 _ 주인공을 각성시키는 빌런

3. 절대성 _ 절대 악은 그저 피해야 할 뿐

4. 신념 _ 빌런은 자기만의 신념이 있어야 한다

5. 시기 _ 질투심이 많은 적은 가진 것도 많은 자다

6. 광기 _ 미친 짓, 없으면 시시하다

7. 시스템 _ 체제도 강력한 적이다

8. 인정욕망 _ 누구도 그들의 아버지가 되려 하지 않는다

9. 지척 _ 적은 멀리 있지 않다

10. 전능 _ 전지전능과 원죄

11. 양면성 _가면을 쓴 악당, 본질에 가까워지다

12. 카리스마 _ 권위, 행동할 수 없다면 사용하지 마라

13. 이인자 _ 세대 교체인가 반역인가, 이인자의 반란

14. 여성 _ 한을 품지 않고 악을 뿌린다

15. 자연재해 _ 인간의 탐욕이 이끈 결말, 천재지변

16. 외계 _ 미지의 생명체, 낯선 의문과 공포

17. 어린아이 _ 헤어날 수 없는 어린 악의 공포


 최근 들어, 악인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서사에 대해 논쟁이 되기도 하였는데 빌런이 주인공의 그림자 역할을 하는 서사에서는 빌런의 존재가 동등해야 매력적인 서사가 될 수 있다. 

"빌런의 상처와 주인공의 상처를 테이블에 함께 펼쳐놓아야만 둘은 동등하게 한바탕 놀아볼 수 있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비로소 빌런은 주인공을 가지고 놀 수 있으며 주인공 역시 빌런을 받아 들일 수 있다" ...

"스토리텔링에서 '빌런에게 상처가 있어야 한다'는 법칙이 존재하는 것은 비단, 빌런의 악행에 관한 개연성을 살리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빌런과 동질성을 가진 주인공이 자신의 아픔을 깨닫게 하고 또 한편으로는 빌런이 주인공의 그런 아픔을 이용해서 완벽한 악을 저지르게 하기 위함이다"


 심지어 주인공보다 더 뛰어난 빌런을 만드는 것에 성공하면, 그 작품은 꽤 성공한 작품이 된다.

"악당은 비겁해도 좋다. 변죽을 울리거나 쓸데없는 것에 집착해도 좋다. 그러나 시시각각 상황에 따라 자신의 원칙을 바꾸는 악당은 하급이다. 진정한 악당은 자신이 정한 원칙을 장업하게 지켜야만 한다. 이런 악당은 주인공보다 더 철학적이다. 신념이 탑재한 악당은 신과 같으며, 주인공을 단번에 하수로 만들어버린다. 주인공은 그저 운과 발악으로 그를 상대할 수밖에 없다(원래 주인공은 다 그런 것이 아닌가). 신념을 지닌 악당을 만들 수 있다면 주인공이 좀 유치하게 행동해도 스토리는 괜찮은 작품이 된다."


 주인공의 거울같은 빌런은 주인공을 질투함으로써, 주인공을 돋보이게 한다. 

"적은 모든 것을 가진 자다. 그 모든 것을 가지고도 주인공이 지닌 하나를 빼앗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사랑, 정의, 희망, 그 어떤 보편적 요소라도 좋다. 그것은 주인공에게는 소중한 것이어야 하되, 빌런에게는 콤플렉스 요소여야 한다. 그래야 빌런이 지녀야 하는 사악함, 비열함, 악랄함이 입체적으로 두드러질 수 있다... 질투하는 자는 질투의 상대가 되고 싶은 법이다. 이것이야말로 악당을 돋보이게 하는 지름길이다."


 때론, 체제가 강력한 빌런이 된다.

"주인공은 몹시 하찮은 일로 시스템을 거부한다. 예를 들면, 아내의 쪽지, 몰래 쓴 일기, 통행증이 필요한 소녀 등이다. 주인공은 시스템 빌런 앞에 용감하게 칼을 들고 서서 고함치지 않는다. 그들은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 한쪽 눈을 조금 찔끔거릴 만한 일에 운명처럼 엮이며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적과 맞닥뜨린다. 그리고 시스템의 모순을 깨닫는다."


 인정욕구가 강력한 빌런을 만들기도 한다. 

"우산 없는 실력자가 분노라는 용액을 들이마시면 무서운 악당이 된다. 그들은 아버지를 원망하는 힘으로 산다. 노련하고 전지전능한 그들의 아버지는 그런 점이 두려워 애초부터 그들을 물렸지만, 그들은 기어코 자신의 힘으로 밀고 들어와 아버지에게 자리를 요구한다."

 

 적은 멀리있지 않다. 

"금기든 배신이든 작가는 '치명적'이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간이 금기시하는 것에는 치명적인 서사가 존재한다. 금기는 다른 누군가를 결국 배신하게 만든다" 


 전지전능한 존재가 빌런이 되기도 한다.

"신은 관문 수호자로서 주인공을 시험에 들게 하고 단련시키는 존재가 아니다. 관문 수호자라고 하는 적들은 주인공을 성장시킬 뿐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주지는 않는다... 신은 빌런으로서의 역할을 하며 주인공에게 트라우마를 준다. 1차 고난을 경험한 주인공이 주로 괴팍한 성격을 지니거나 반영웅이 되는 경향은 바로 이 때문이다. 신과 부모라는 적은 전지전능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지저능에 대항하면 반드시 상처를 입게 마련이다"

"신은 이유를 대지 않는다. 그래서 신이 적이 되면 주인공은 고달프다. 명심하라. 강력한 존재는 무조건 이기적이다."


 빌런 같은 주인공?

"조건 하나, 작품 속 주인공이어야 한다. 조건 둘, 정당함(선)을 상실한 자여야 한다. 보너스 하나, 결핍된 성격을 가지면 더 좋다. 반영웅이란 빌런은 아니지만 빌런의 조건을 가진 주인공을 말한다. 반영웅의 특징은 선의가 없다."

"반영웅은 선의도 없지만 악의도 없는 자로 상정된다. 그들은 악당이 아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악행을 저지르는 중립 악의 부류도 아니다. 그들은 오직 결핍되어 있을 뿐 선악에 관심 없다... 이런 반영웅은 사회에 무관심하고 친구에게 냉담하며 연인에게는 무심하지만 결정적일 때 선을 선택한다."


 빌런의 카리스마란?

"빌런에게 카리스마를 부여하려면 그만한 실행하는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카리스마가 강할수록 그것에 걸맞은 사고를 쳐야만 한다. 그러지 못하면 지질이가 되어 외면받는다. 

카리스마는 캐릭터를 강화하는 장치이며 신의 선물답게 보는 이가 한껏 기대감을 갖게 하는 힘이다. 따라서 극 후반에 그만한 힘을 보여야 한다. 빌런의 행동과 선택이 구차해도 되지만, 파급력은 커야 한다."


 서문에 쓰여있는 "주인공이 매력적이지 않더라도 빌런이 매력적이면 그 이야기는 최소 실패하지 않는다."라는 말에 백분 공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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