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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재덕후 공PD Aug 09. 2020

달고나 커피와 다루고나 코히(ダルゴナコーヒー)

#한국과일본 #Z세대_초연결사회

Z세대 연구소     


  일본은 앙케트 천국이죠.      


  무슨 무슨 10선. 상반기 무슨 무슨 트렌드 조어 20선

  시부야 20대를 강타한 트렌드 10선     


  일본인은 앙케트를 정말 사랑합니다. 패션잡지, 방송, 신문 등 레거시 미디어만 아니라 뉴미디어에서도 앙케트를 마구마구 생산합니다.     


  2017년을 기점으로 일본의 Z세대 트렌드에 한국 관련 콘텐츠가 중심으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BTS나 블랙핑크 같은 글로벌 탑티어급 아티스트 그리고 최근 무섭게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드라마 이야기가 아닙니다.     

  ‘치즈 핫도그’ ‘한국식 치킨’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카카오프렌즈’     


  우리의 스트리트 푸드와 일상식, 그리고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일상 디자인 용품 등이 일본 Z세대 트렌드 인기어로 떠오른 겁니다. K-pop의 높은 인기에 힘입은 잠시의 유행이라 분석하는 일본 전문가가 대부분이었죠. 그 잠시의 인기가 무려 3년을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9년 하반기부터 한일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는데도요.      


  한일 간의 문화역전, 적어도 문화의 수위가 동등해졌다는 강력한 증거겠죠. 201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일본에서 유행하는 아이템이 빠르게는 수개월 늦어도 2년이면 한국에서도 유행했거든요.

  일본 유행을 선도한 그룹은 한국의 미디어와 유행에 민감한 기업이었습니다. 평소 일본의 트렌드를 주의하여 살펴보다 한국에서도 통하겠다 싶은 아이템을 발 빠르게 수입해 선점하는 형식이었죠. 실패한 아이템도 많았지만 성공한 아이템이 더 많았습니다.


  일본에는 트렌드를 조사하는 단체가 참 많죠. 분명 민간기업인데도 기업명을 “OO연구소“라 붙이길 좋아합니다.

  그중 하나가, Z종합연구소(제토소고겐큐쇼;Z総合研究所)입니다. 일본인도 줄여 말하고 부르기를 참 좋아하죠. Z종합연구소를 줄여서 ‘Z종연(제토소켄;Z総研)’이라 부릅니다.      

  ‘Z종합연구소’라 하니 무언가 무시무시한 권위를 지닌 사회경제연구소 같지만, 어디까지나 민간기업입니다. Z세대, 1995년 이후 출생한 청년층에 영업력을 집중해 트렌드를 조사하는 마케팅 회사입니다. 작명 센스가 좋은 탓에 일본 언론 여기저기서 자주 인용합니다.      



달고나가 일본 청소년 트렌드 1위?     


 Z종합연구소, 일변 ‘제토소켄’이 7월 초 2020년 상반기 트렌드 랭킹을 발표했습니다.

출처 https://prtimes.jp/main/html/rd/p/000000027.000020799.html

  그런데 눈에 띄는 특별한 아이템이 있습니다.  

    

  Z종합연구소의 유행 음식과 음료를 조사한 결과입니다.

 ‘치즈 핫도그’는 여전히 강세입니다. 2020년 상반기에도 여전히 트렌드 4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1위가 뭔가 이상합니다.      

  ダルゴナコーヒー? (다루고나 코히)

  달고나 커피? 


  네! 맞습니다. 우리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했던 그 ‘달고나 커피’가 맞습니다.

 



  달고나 커피는 정작 한국에서는 "그게 뭐지?"라고 고개를 갸웃할 기성세대가 더 많을 것 같습니다.


(달고나 커피는 인스턴트커피에 설탕과 우유 또는 연유를 추가해 거품이 몽글몽글 나올 때까지, 팔이 빠져라 저어야 하는 노동집약형 가내 수공 커피입니다)     

  

  한국 청년층에서 일시적으로 유행했던 달고나 커피가 어떻게 일본 Z세대 식음료 트렌드 1위에 랭크될 수 있었을까요? 정답은 SNS. 정확히 인스타그램 덕분입니다.


  대부분의 SNS 시스템은, 키워드만 잘 검색하면 외국의 인플루언서를 직접 팔로우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 한류 붐이 일상으로 확장되고 있고, 한국 음식이나 화장품 등 아이템을 자주 업로드하는 일본인 인플루언서가 증가했죠. 일본 청년들은 처음에 그들을 팔로우하다, 한국인 인플루언서나 일반인의 게시물까지 팔로우하게 된 겁니다.


  ‘Z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한 자택 대기 동안 인스타그램에 달고나 커피 게시물이 많았음. 아오야마(도쿄 중심의 세련된 카페 거리 밀집지)에 달고나 밀크티 가게가 생겨났을 정도"라고 합니다.     


  대체 ‘달고나 커피’는 일본 청년의 인스타그램에 얼마나 많이 노출되고 있을까요?



인스타그램, 놀라운 결과      


  인스타그램에 #ダルゴナコーヒー    #달고나 커피. 이렇게 두 가지로 검색했습니다.      


  #ダルゴナコーヒー 게시물은 총 12만 4천. 

  놀랍게도 한국어 #달고나 커피 게시물도 총 18만 4천으로 거의 비슷합니다. (8월 4일 기준)

  일본어 해시태그에 [#커피스타그램] [#예쁜커피]는 한국어 해시태그 콘셉트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달고나 커피가 한국에서 먼저 시작했지만, 일본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는 증명입니다.      

  이런 현상은 일본뿐만 아닙니다. 달고나 커피는 아시아의 커피 대국인 베트남으로도 퍼져나가, 호찌민의 일부 카페에서 달고나 커피를 한정판으로 출시했다고 합니다.      

  일본의 달고나 커피 인기에 힘입어, 우리 20대를 사로잡았던 홈카페가 그대로 일본 20대의 트렌드 상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한국인이 되고 싶어(韓国人になりたい)     


 #한국인이_되고_싶어라는 뜻의 #간코쿠진니_나리타이(韓国人になりたい)등의 해시태그 게시물도 제법 됩니다.  

 #한국인이되고싶어 해시태그는 역시 한국 메이크업 관련이 대세를 이루는 모양입니다.

  

  특히 우리의 "얼짱"이란 단어를 그대로 일본어식으로 읽은  #オルチャンメイク(오루짱_메이크)가 눈에 띕니다.         


  요새 한국화장품 특히 10대 후반~ 20대 초반 여성들의 한국 화장품 패키지를 보신 적이 있나요?

  미치도록 귀엽습니다. 한국화장품은 품질로도 그만이지만 패키징이 대호평이에요. 특히 인스타에 올릴 감성 사진을 찍는데 특화되어 있죠. 이들이 사용하는 제품을 판매하는 일본 가게는 10~20대 여성들로 금세 가득합니다.      

  화장품이 단순 화장품이 아니라 인스타 감성 뿜!뿜! 아이템이 된 거예요.

  화장품만이 아니죠. 캐릭터 상품.

  일본에는 라인이 대유행이니까, 라인 캐릭터는 말할 것도 없고 카카오 캐릭터가 또 귀염귀염 하잖아요. 이것도 덩달아 대인기입니다. 정작 일본인들은 카카오톡 서비스를 사용하지도 않는데요.      


  일본 10~20대에게, 한국이란 이미지는 러블리한 핑크 핑크입니다.      

  격세지감이죠?

  과거 일본에서 유행한 아이템은, 늦어도 2~3년 안에 한국에서 다시 유행했죠. 이제는 우리 유행이 시차 없이 일본에 퍼져갑니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문화역전이예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양국 청년세대의 갈등의 골은 깊지 않습니다.      

  우리는 일본의 혐한 기사와 댓글을 보고 분노하지만, 정작 일본의 미래세대는 우리의 미래세대와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즐기고 있습니다. 어쩌면 청년세대는 이미 한국과 일본을 넘어선 초연결사회를 살고 있는지도 모르죠.      


  우리는 현재 이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한국인에게도 일본인에게도 낯설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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