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무례한 선생님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방법

by 건우

나는 정색을 하고 선생님을 빤히 쳐다봤다. 화가 치솟았다. 입을 닫고 눈으로 말했다. 당신 참 무례하다고.

초등학교에는 직원체육 시간이 있다. 직원체육은 교직원이 함께 체육 활동을 하는 시간을 말한다. 예전에는 필수였다가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서 원하는 사람만 참여한다. 보통 배구를 한다. 적당히 움직이고 적당히 안 움직일 수 있어서 나름 합당한 운동이다. 사건이 발생한 그날도 직원체육을 하는 날이었다.


배구를 시작하려는데 한 학부모님께 연락이 왔다. 업무 관련 이야기였다. 짧지 않은 전화를 끝내고 체육관으로 돌아가니 벌써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체육 부서의 업무 담당 선생님을 찾아가 이야기를 전했다. 학부모가 전화가 왔고, 그 일을 이렇게 저렇게 처리해야 한다고. 그러자 오늘의 주인공 선생님께서 나에게 말하셨다. 말 걸지 말고 오라고.


성함도 모르는 선생님에게 이런 말을 듣다니. 정확한 문장이 기억나지 않아 억울하지만 확실한 건 말을 듣자마자 기분이 나빴다. 정말 무례했다. 그래서 사고할 시간을 감정에게 뺏긴 채 정색을 하고 그 선생님을 쳐다보기만 했다. 왜 그렇게 말하셨을까. 말한 사람은 그냥 지나쳤을 그 말을, 듣는 나는 몇 번이고 곱씹고 있다. 어떻게든 이해해 보겠노라며 글을 쓰는 내가 웃프다. 그래. 어디 한번 이유를 분석해 보자.


첫 번째 이유, 내가 배구 경기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나는 경기를 하는 도중에 들어갔다. 그리고 경기를 하는 선생님에게 말을 걸었다. 가장 가장자리에 계셨던 선생님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경기 흐름을 방해했을 수 있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배구를 하다 보면 많은 선생님들이 자리를 비우신다. 전화가 온다. 그냥 전화면 모르는데 업무 전화면 받아야 하지 않나. 또 교감 선생님께서 오시거나 하면 잠깐 자리를 비워서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돌아온다.(못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이전 사례들과 비교하여 내 행동이 통상적인 흐름에서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첫 번째 이유? 탈락.


두 번째, 승리욕이 강하기 때문이다. 같이 편으로 경기를 해보니 선생님께서는 많이 이기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인지 같은 편까지도 조금 차갑게 대하셨다. 나는 공격수에게 공을 올려주는 세터(?) 역할을 맡았다. 선생님께 공을 올려줄 때면 꼭 한 마디씩을 덧붙이셨다. 뒤로 주면 나는 못 받는데. 어머 여기로 올려주시네. 이쪽으로도 공을 주세요.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존댓말로 알려주셨는데 기분이 참 나빴다. 같이 하기 싫어지는 말들이 난무했다. 내가 선수가 아니라 초등 교사인 걸 아실 텐데. 상대편에게 차가운 건 당연했다. 두 번째 이유는 나름 맞다고 본다.


세 번째 이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기에 참여하면서 느낀 건 ‘너무 자신만 생각하는 거 아닐까’였다. 선생님께서는 스파이크를 있는 힘껏 날리시면서, 상대편에서 강하게 하면 너무 강하게 한다는 식으로 말하셨다.(누구도 대답은 하지 않았다) 또, 받기 힘든 서브를 넣으라고 계속 이야기하셨다. 하하호호 시작했던 직원체육이 어느 순간 진심으로 변해가며 괜히 뜨거워지고 있었다. 자신이 내뱉은 말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이 갈지 생각하지 못하는 듯 싶었다.(알면서도 그랬다면 더욱 실망이다) 건네는 하이파이브도 엄청 따가웠다. 그래서 손바닥이 마주칠 때쯤 회초리를 피하듯 손을 뺐다.


세 게임 정도를 한 후, 나는 그 자리를 벗어났다. 부정적인 감정을 애써 피했다. 내가 옷을 들고 나가고 있으니 우리 부장님 나가신다면서 한 마디를 덧붙이셨다. 고개를 숙여 애써 웃으면서 체육관을 나갔다. 하지만 나 또한 더 지혜롭게 행동해야 했다. 내 행동으로 또 다른 선생님들이 불편했을 테니까. 아무렇지 않은 척 넘어가지 못했다. 아직 그 정도로 마음이 넓지는 않다. 꾹꾹 누르고 살았지만 사실 내 몸에는 저항이 담겨 있다! 악에 받쳐서는 “그런 말은 듣기 불편하네요” 하며 말할 거라고 마음을 먹어버렸다. 그나저나 그 선생님은 내 이름을 아시려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