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두 번의 백수 통보를 받았다
나를 돌보기 시작하다
"충격적인 소식이 있어요"
그 말에 불안감과 안 좋은 예감이 머릿속을 스쳤다
"회사 내부에서 프로젝트를 중단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역시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이럴 때만 좋은 촉을 어디다 갖다 버리고 싶었다. 그동안의 경험에서 생긴 기가 막힌 촉. 참으로 슬프다.
몇 개월 동안 애정을 쏟은 걸 하루아침에 거둬들이기란 참 쉽지 않다. 다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음이 없어져버린 그 순간 밀려오는 외로움과 씁쓸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더군다나 새해가 아닌가.
30대를 넘긴 이후 새 해가 밝아온다는 것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 지 오래이지만, 그럼에도 새해부터 슬픈 소식을 듣는 건 참으로 슬픈 일이다.
프리랜서인 나는 늘 고용 불안과 빈 통장의 압박에 시달리며 살아왔고 살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간헐적 백수가 되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올 초엔 진행하기로 한 프로젝트가 수개월 미뤄졌고, 그 씁쓸함이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프로젝트가 어그러졌다.
다른 걸로 함께 갈 수 있게 얘기해보겠다지만 그것을 결정하는 것 또한 또 다른 사람의 권한이니..
마음을 감사하게 받겠으나 온갖 희망을 쏟지 않는 것이 내가 덜 상처 받는 나만의 방법이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세상 누구보다 예민해져 온갖 짜증의 기운을 내뿜고 다녔을 텐데,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커피를 내려 마시면서 커피의 향을 음미해보고, 입 안 가득 머금어지는 은은한 탄맛이 섞인 커피를 마시며 오늘 내 인생처럼 씁쓸하네 탄식한다.
그리고 책 한 권을 집어 들어 머릿속에 온전히 들어오지 않는 글귀를 두 번, 세 번 그리고 또 한 번 보며 마음을 다독여본다
그리고 오늘 해야 했던 일을 다시 시작했다. 소소한 용돈 벌이로 시작했던 알바였다. 시간 대비 최저임금이 안 나오는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지금 이 일을 할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가.
잠시나마 내려놓고 싶은 마음을 잊고 타이밍 소리에 몰두하며 일에 집중해본다. 타닥타닥 타이핑 소리가 온갖 잡념이 올라올 때마다 차분히 가라 앉혀준다.
자기 연민에 빠져 내 인생에 대한 한탄을 하지 않고 차분히 일을 지나쳐가는 내가 스스로 대견스럽다. 또 좋은 일이 생길 거라 생각하며 그저 일분 일분을 흘려보낸다.
파도의 물결이 일렁이는 것처럼
내 삶의 물결이 일렁인다
거센 파도 너울이 잔잔해지니
내 삶의 풍랑도 지나갔으리
깍지 못할 바위도 땅도 온몸을 부딪혀 깎듯이
지금 이 순간을 참고 참아 못 이기리라
생각에 슬퍼했던 그 꿈을 이겨내리라
문득 떠오른 이 글귀처럼 이 또한 지나가리니 나는 흔들리지 않고 꿈을 위해 앞으로 전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