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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sty 묘등 Apr 06. 2021

봄의 한 복판에서 겨울을 만나다

봄은 봄이지만 벚꽃 나무는 겨울

봄은 봄이지만 벚꽃나무는 겨울


아직 봄이지만 눈꽃 잎이 내린다.

나무는 눈, 즉 벚꽃이 활짝 피었다.

사람들은 겨울인 줄 알고 털옷을 입겠다.

여러분도 느껴보고 한 번 나랑 얘기해봐요.

알겠죠?

[8세, 2019.08.12]

                                                   



무더위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여름 한가운데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던 2년 전 8월 12일, 초등학교 1학년 딸의 스케치북에서 이미 지난 버린 봄을 떠올리는 시時 한 편을 발견합니다. 한여름 무더위에 겨울 한파를 떠올리기에는 계절 간의 거리감이 멀어서인지, 딸은 여름과 가까운 봄을 끄집어내어 겨울의 따뜻한 차가움과 만나고 있습니다.  


'눈꽃 같은 하얀 벚꽃을 보고 겨울인 줄 알고 털옷을 입겠다'는 딸의 직관 어린 시선이 하얀 벚꽃처럼, 하얀 눈꽃처럼 순수하게 다가옵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후드득 떨어지는 장면을 보면 고작 '이쁘다, '아름답다', '멋지다'라는 표현밖에 못하는 단순한 엄마의 감정에 촉촉함을 더합니다. 


딸은 시를 통해 뒤늦은 봄을 추억했지만, 봄의 절정 한가운데 있는 지금의 나는 오롯하게 딸의 시를 온몸으로 느껴보렵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 느낌에 대해 딸과 얘기해 봐야겠네요(같이 얘기해보자는 딸의 시에서 단호함이 묻어나네요...^^). 


2021년 4월 어느 날, 절정을 향해가고 있는 봄의 한 복판에서 아직은 떨쳐내지 못한 겨울 눈의 포근함을 다시금 꺼내어보며 조금은 더 풍성하게 봄과 벚꽃의 기운을 눈꽃처럼 맞아봅니다. 벚꽃의 낙화가 아직 끝나지 않은 오늘, 겨울 털옷을 장롱 속 깊숙이 보관하려던 계획을 잠시 미뤄야겠습니다.       




점심을 먹고 양채천을 산책합니다. 벚꽃이 절정인 지금 봄을 스쳐 보낼 수 없기에, [벚꽃 엔딩]의 가사처럼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딸의 겨울 눈꽃을 생각하며 걷습니다. 벚꽃의 눈부신 아름다움 때문인지, 눈꽃의 순백의 웅장함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몸을 잠시 움츠려 봅니다.

그러던 중 나의 인생 곡인 [벚꽃 엔딩]이 습관처럼 머릿속을 스쳐갑니다. 


[2021년 4월 3일, 눈이 쌓인 듯 벚꽃이 쌓인 양재천 어느 길]



[벚꽃 엔딩],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 시기에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노래입니다. [벚꽃 연금]이라 불릴 정도로 봄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곡인데, 저에게는 더욱 특별하게 기억되는 노래라 올해 벚꽃길에서 어김없이 그 시절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벚꽃 엔딩]은 딸의 탄생 3일 후인 2012년 3월 29일에 발표되어 출산과 육아로 빼앗긴 2012년의 봄을 기억하게 하는 곡입니다.  


[벚꽃 엔딩]에 얽힌 사연이 궁금하시다면  <[벚꽃 엔딩]의 봄에 대한 위로>에서 확인해주세요.


https://brunch.co.kr/@mysticlamp/10



[타이틀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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