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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in wonderland Jun 12. 2024

Go? or Stop? 결정하기가 어려울 때

 관찰 예능의 주인공이 되어보자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내가 살던 곳에서 계속 살아야 하나,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하나

운동을 나가야 하나, 집에서 보던 드라마를 계속 보아야 하나

몸에 맞지 않는 커피를 계속 마셔야 하나, 말아야 하나 

출출한 밤 시간 냉동실에 있는 아이스크림 하나를 꺼내 먹어야 하나, 참아야 하나

 

인생은 작던 크던 우리에게 끊임없는 선택을 요구한다. 

커피를 마시는 습관,  야식을 먹는 습관, 운동을 하는 습관 등은 당장 내 인생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는 큰 결정은 아니나 오랜 시간에 걸쳐 삶의 질을 결정짓는다. 

이와 다르게 관계를 정리하고,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이사를 하는 등의 큰 결정은 짧은 시간에 삶의 방향을 바꾸어버린다. 그러니 이런 결정들을 내리기 위해서는 누구나 오랜 시간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된다. 


어느 책에선가 아무리 고민해도 Go 인가 Stop인가를 결정하기가 어려울 때는 동전 앞면에는 GO, 뒷면에는 STOP을 적어놓고 던진 후 나오는 대로 결정하면 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하나의 문제에 대해 그렇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오랜 시간 고민을 하게 된다는 건 분명 GO와 STOP 양쪽을 결정했을 때 장점과 단점이 50:50 정도로 비슷하다는 뜻이니 결국은 그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무방하다는 거다. 물론 그 선택을 내린 후에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 되도록 만드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나에게는 인생의 방향을 틀 수 있는 이런 큰 결정 앞에서 나의 선택을 도와주는 하나의 툴이 있다.  

그건 바로 남들이 찍은 사진 속 내 얼굴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 사진은 내가 카메라 앞에 의도적으로 포즈를 잡은 사진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사진들 속에 배경으로 우연히 찍힌 내 얼굴을 보거나 사진을 찍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남들이 몰래 찍은 내 사진을 보는 것이다. 가끔은 주변 사람들에게 부탁하기도 한다. 나와 있는 동안 내가 모르게 내 사진 몇 장을 찍어달라고. 요즘은 핸드폰을 이용해 비디오를 찍어달라 부탁하기도 한다. 부탁을 하는 것이 부끄럽다면 카메라 스탠드를 이용해  일을 하는 동안, 또는 일상생활을 하는 내 모습을 스스로 촬영해 볼 수도 있다.  

사진이나 영상을 찍은 후엔 그것을 노트북이나 커다란 스크린, 스마트 티브이 등을 이용해서 본다. 

다른 사람의 인스타그램을 훔쳐보거나 요즘 유행하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 속의 주인공을 보듯이 말이다.   

그것들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보듯 바라보고 있으면 이런 것들을 알게 된다. 


" 아~내가 걸을 때 왼손보다 오른손을 많이 흔들며 걷고 있구나, 왼쪽 어깨가 많이 올라가 있네. 뭔가 몸의 균형이 맞지 않아 불편해 보여."

"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나의 눈은 웃고 있는데, 입은 아래로 쳐져 있구나. 가식적인 웃음은 저렇게 티가나는구나."

" 내가 많이 지치고 힘들어 보인다. 직원들한테 왜 저렇게 무뚝뚝하지?"

" 나도 모르게 한숨을 많이 쉬는구나. 사람들의 눈을 잘 쳐다보지 않는구나, 잘 웃지 않는구나." 

" 나는 이 일을 하는 것이 행복하지 않구나" 

 

내가 9년간의 교사 생활을 그만 두기로 결정하는 것을 도와준 것은 수학여행 아이들이 찍어주었던 내 사진들이었고, 열정과 에너지를 갈아 넣었던 8년간의 케냐 생활을 멈추어야겠다고 결정한 것은 직원들이 찍어준 동영상 때문이었다. 케냐에서 커피 사업을 하는 멋진 커리어 여성의 모습을 담은 유튜브를 만들어 보겠다고 찍기 시작한 동영상 속 내 모습이 내가 봐도 지쳐 보이고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행복해 보이지가 않았던 것이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 눈에 내가 이런 모습으로 비치고 있었다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왠지 조급하고 인색해 보이고, 기분이 가라앉아 행복해 보이지 않은 내 모습은 계속 쳐다보고 있기가 힘들었다. 그 모습은 내가 상상했던 내 모습도 아니고, 내가 바라던 내 모습도 아닌 낯선 사람 같았다. 

그때 결심했다. 더 이상 이런 모습으로 살아선 안 되겠어. 너~무 매력이 없어. 일단 멈추자! 



좀 더 나다운 나로, 매력적인 나로 살기 위해서 하던 일을 멈추었다

케냐에서 한국, 통영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왔다. 


' 아니 지금껏 벌여 놓은 사업은 어쩌고? 가족들은 생각 안 해??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야?'

물론 이런 결정이 나 하나의 행복만 생각한 이기적인 결정이라고 누군가는 비난할 것이고 누군가는 안타까워할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보통 자기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남들을 비난하게 된다.

자기가 자기답지 못한 이유가 내가 아닌 남들에게 있다는 듯이 말이다. 

그 핑계와 비난의 대상은 대부분 가장 가까운 배우자이거나 애꿎은 자식들이다.

"내가 당신이랑 결혼해서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 다 포기하고 이 모양 이 꼴로 살고 있다고!"

" 내가 너희들 때문에 내 직장도 포기하고 이렇게 애쓰며 살고 있는데, 너희가 나를 이렇게 실망시킨다고?"

이런 식이다. 

하지만 잠시라도 멈추어서 자신의 얼굴을 다시 잘 들여다보면 보인다. 

내 인생을 이렇게 만들었고, 또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남편도, 자식도 아닌 나 자신이란 것을 말이다. 

그러니 내가 행복해지는 것은 온전히 나 자신의 문제이고,  내가 행복해지는 것이 결국에는 가족의 행복을 돕는 가장 빠른 길이란 것이다. 

통영에 멈춘 지 한 달 남짓. 

다행히 케냐의 커넥트 커피는 남편과 직원들이 나 없이도 잘 운영해 오고 있고,  9살이 된 딸아이는 가끔은 케냐의 친구들과 학교를 그리워하긴 하나 한국 학교에서 금세 친구들을 사귀어 적응하며 다니고 있다. 

무엇보다 나는 지금의 내가 너무 마음에 든다. 

있어야 할 곳에 있는 느낌, 제대로 살고 있는 느낌, 뭔지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든다. 

엄마가 밝아지고 행복해지니, 아이도 훨씬 더 밝아 지고 행복해졌다. 




지금 내 삶에 위기의 경고등이 깜빡이고 있다면, 내가 들여다본 내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일단 하던 일을 멈추어 보라. 

그리고 남편이 아닌, 아이들이 아닌 나 자신과 더 자주 이야기를 나누고 많은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할 것이다. 


"@@아~ 너 괜찮아?"

"@@야~ 지금 너 뭘 하고 싶어?"  

"@@야~ 뭐 먹고 싶어? 어디 가고 싶어? 너 지금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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