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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NECT WITH PARK Jun 06. 2024

살던 대로 살고 싶지 않아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통영에 터를 잡고서 옛 동사무소인 주민자치 센터에서 매주 화요일, 목요일에 한 시간씩 요가를 배우고 있다. 

주민자치센터인 만큼 8회 수업의 월 강습료가 15,000원으로 아주 저렴하고, 평일 오후 2시 수업이라 동네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예전 같아선 40대 중반을 넘어선 나도 어르신으로 취급받는 것이 마땅했겠으나 우리 요가클래스에서 나는 "젊은 사람"에 속한다. 언뜻 보아도 강습생의 평균 연령이 70대는 되는 듯하고, 가장 고령의 어르신은 88세이시다. 놀라운 것은 요가 경력이 몇 년씩 되시는 70~80대 어르신들의 유연성이다. 웬만한 동작은 "젊은 사람"들 못지않으셔서 나도 긴장을 바짝 하게 되는 것이다. 여전히 건강하시고 여전히 활기차게 몸을 쓰며 요가 동작을 쭉쭉해 나가시는 어르신들을 보고 있자면 내 남은 삶이, 어쩌면 나의 지나간 삶보다 결코 짧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가 닿으며 깜짝 놀라게 된다. 


인간의 삶이란 것이 당장 내일이라도 어떤 이유로도 마감이 될 수 있는 가벼운 것이란 사실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내일,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에도 별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나는 30년 후에 70대로, 40년 후엔 80대로, 50년 후엔 90대로 삶을 이어가게 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것은 상당히 희망찬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굉장히 두려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나는 다짐하게 되었다. 

"앞으로 나는 지금까지 살던 대로 살지 않겠다!" 

물론 이 다짐이 지난 내 삶을 부정하거나 후회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살면서 경험하고 배워 온 것들의 바탕 위에 앞으로의 내 삶이 펼쳐질 것임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던 방식대로 그 패턴으로, 내가 나라고 믿어오던 나의 모습 그대로 앞으로 쭉~ 살아가는 것은 왠지 지루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뭐 대단히 거창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내가 한 번도 안 해 본 것에 도전해 보겠다는 것인데, 사람에 따라서는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남들 다 하는 걸 이제 하면서 뭐 거창하게?"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그런 단순하고 평범한 일들일 것이다. 

단지 내가 살면서 한 번도 도전해 보지 않았던, 나에게 맞지 않고 어울리지 않아서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렸던 그런 것들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첫 번째 도전으로 나는 "달리기""를 시작했다. 

산책도 좋아하고 걷기도 하루 종일 할 수 있을 만큼 좋아하는 나이지만 달리기는 정말 죽을만큼 싫어한다.

큰맘 먹고 조금만 달리려고 치면 몇 분도 안돼서 바로 숨을 헐떡이게 되면서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장이 꼬이는 느낌까지 들어 내가 내 몸을 이렇게 괴롭혀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에 닿아 달리기를 멈추었으니 내 평생 "달리기"와는 친해질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도우미가 필요했다. 

폭풍 검색 끝에 달리기 초보자들에게 이미 많이 알려진 Runday라는 어플을 깔았다.

체 과정은 8주 차, 매주 3회 25분 정도의 프로그램을 꾸준히 따라 하다 보면 8주 후에 쉬지 않고 30분 달리기가 가능해진다고 했다. 설마 설마 하면서도 후기가 하도 좋아 시작해 보았다. 

무엇보다 25분의 프로그램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안내 멘트와 응원 멘트(잘하고 있어요~ 반 지났어요. 거의 끝나가요)와 신나는 음악이 나오며 함께 해 주니 이게 참 힘이 되더라. 

안내 멘트에 따라서 월요일에 1회 차 도전. 1분 달리고, 2분 걷는 패턴으로 약 25분을 운동했다. 

수요일에 2회 차 도전. 같은 패턴으로 1분 달리고 2분 걷는 것을 반복하면서 도전에 성공. 

Runday 30분 달리기 도전 

단 2회 도전했을 뿐인데 이 성취감은 말로 할 수 없다. 나도 이제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지금까지 살던 대로의 내가 아닌, 뭔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느낌이랄까? 

8주간의 도전을 마칠 때 즈음이면 통영의 아름다운 바닷가 산책로를 쉬지 않고 30분 달릴 수 있는 체력과 지구력을 갖게 되기를!  

달리기 2일차, 통영 세자트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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