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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민 Oct 26. 2023

사진 찍으면 안 돼요

참 많이 컸구나

"엄마, 교육과정 발표회하는데 엄마는 못 오지?"

"그래, 일하는 엄마라 미안해"

나는 아이들 학교에 발표회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자녀 돌봄 시간을 쓰고 가면 되지만, 내 마음이 신랑만 보내고 난 직장을 지켰었다.


나도 우리 아이들 학교 생활이 궁금한데, 혹시나 날짜가 언제야? 확인해 보니 여행학습 후 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엄마, 이 날 갈 수 있어!"

나도 너무 기뻤지만, 엄마가 올 수 있단 말에 아이들은 너무 기뻐했다.


잠 자기 전부터, 몇 시까지 와야 한다.

자기 교실은 여기다. 몇 번이고 종알거리며 설명해 주는 아이들, 엄마 늦지 않게 도착하겠다고 신신당부하며 겨우 재웠다.


교육과정 발표회, 리코나 중주 시작 전

둘째는 2교시, 첫째는 3교시

저마다 자기가 준비한 것을 열심히 보여준다. 떨리기도 했을 텐데 의젓하게 잘 해내는 모습이 대견하다.


사진을 찍으려니

손사래 치며, "사진 찍으면 안 돼!"

선생님이 하지 말아라고 하면, 절대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첫째이다.


엄마가 유포하지 않을게, 이렇게 얼굴을 모두 가릴게.


유치원을 몇 번 옮기고, 1학년때는 코로나가 터지고,

엄마가 일해서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미안함 가득한 첫째,

그보다도 더 못 챙겨 주고 있는 둘째지만, 학교에서는 각자의 자리에서 잘하고 있었다.


의젓하게 앉아서 다른 친구 하는 모습 경청하는 아이

자기 역할은 척척해내는 아이


엄마의 손길 부제가 스스로 하는 아이로 크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며칠 전 출장을 길게 가야 해서, 친정엄마 찬스를 쓴 적이 있었다. 그때 친정 언니도 잠시 집에 머물며 우리 아이들의 생활을 지켜보며 아이들이 스스로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었었다.


매번 못 챙겨줘서 미안했던 나였는데, 못 챙겨줌이, 엄마의 빈자리가 스스로 설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되어주었음을 느끼고 감사했다.


오늘은 쉴 수 있어 아침에 물통을 챙겨주니

"엄마가 집에 있으니 너무 좋다."


존재할 수 있어 감사하고

또 존재할 수 없어 또 감사하고

그렇게 또 하루 커가고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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