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쿤스트할레 쉬른
역시 모든 것은 처음이 어렵다.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 이틀쯤을 게으르게 보내고 국립미술관을 다녀온 날 이후부터 드디어 이 도시를 걸어다니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이날의 아침도 역시 커피 한 잔과 간단한 베이커리
뢰머광장에 위치한 쿤스트할레 1층에 있는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과 아보카도 샌드위치 하나로 아침식사를 했다. 여행와서 이렇게 커피 한 잔에 간단한 빵 하나로 시작하는 아침 시간이 너무 좋다. 시간도 너무 이르지 않은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쯤이 가장 좋다.
아침식사 후에는 당연히 쿤스트할레쉬른
무슨 전시든 상관없었는데 이날의 전시는 모로코 예술학교의 역사와 그곳 출신 예술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의 작품은 아니었지만 색다른 자극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엇보다 미술관의 건물 자체의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중앙에는 천창이 뚫려있었는데 이 날은 특히나 볕이 좋아서 복도에서 중정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매우 좋았다.
어릴때 배낭여행을 할때면 꼭 하나쯤은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산토리니 3개의 종탑 앞에서 사진찍기, 이집트 사막의 모래 한 줌 가져오기, 터키를 갔을때는 피데, 고등어 샌드위치, 홍합밥 먹어보기 같은 것들.
그만큼 열심히 여행가는 지역에 대해서 공부도 열심히 했고,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도 열심히 탐독했다.
이번엔 그런 사전 스터디나 탐색이 전혀 없었다.
출근과 퇴근까지의 시간이 늘 너무나 길기도 했고 어쩌다 일찍 퇴근을 하고나면 너무나 지친 탓에 씻고 자기 바빴다. 주말은 평일동안 자지 못한 잠을 몰아서 자는 날이었기 때문에 여행을 간다라는 감각 자체가 무뎌져있었다. 그러니 여행 정보 찾기는 커녕 설레임도 챙겨오지 못했다.
그런데 아니 그래서 완전한 백지 상태로 시작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한다.
기대와 설렘이 없었기 때문에 쌓이는 시간 전체가 새로웠다. 또한 완전히 잊고있던 나란 사람이 그동안 갖고 있던(하지만 잊었었던) 취향, 새로운 것을 만날때의 느낌, 기분, 감정, 생각 같은 것들이 더 깊게 다가왔던 것 같다.
저녁을 식당에 가서 먹기로 결정하고 이날은 일식집으로 향했다.
첫 레스토랑이었던 곳에서 토마토스프와 파스타의 적당하지 못한 맛에 놀랜 탓이었을까. 좀 익숙한 맛이 필요했다. 프랑크푸르트에도 한식집은 많았지만 딱히 그게 땡기는 날은 아니었기 때문에 일식집으로 정했다.
실패할 수 없는 교자와 맥주로 저녁식사를 했다.
일본인은 아니고 베트남 사람들이 하는 일식집이었지만 음식은 꽤 먹을만 했다.
이제 곧 동생과 만난다.
그녀는 프라하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프라이부르크로 돌아갔고, 우리는 중간지점인 하이델베르그에서 조우하기로 했다. 당일치기로 하이델베르그를 돌아보고 같이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온 후 함께 프라이부르크로 간다. 그리고 나는 프라이부르크에서 1개월을 머물 예정이다.
그동안 영상통화는 몇 번 했지만 실제로 만나는 것은 무려 3년만이다. 기대되고 반가운 마음도 물론이지만 느낌이 매우 묘하다. 마치 다시는 실물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현실감이 떨어진달까.
게다가 독일 입국 후 처음으로 근거리로 떠나는 여행이기도 하다.
예전 배낭여행을 다닐때는 이런 일정이 많았지만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과연 내가 무사히 갈 수는 있을런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동생이 몇번 플랫폼에서 어떤 열차를 타야하는지도 알려주었지만 긴장이 멈추지 않는다.
#프랑크푸르트 #여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