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시계가 세상 팝한 컬러를 만났을 때

[구잘트, 굿즈로 읽는 아트] 지샥(G-Shock) x 파라(Parra)

by 아보퓨레
G-Shock x Parra 'DW-5600RP'


튼튼한 시계가 세상 팝한 컬러를 만났을 때


군인 시계의 대명사 지샥(G-Shock). 사실 튼튼하기만 할 것 같은 이 무기 같은 시계를 제작하는 브랜드 지샥은 의외로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다수의 예술가, 브랜드와 폭넓게 펼쳐지는 콜라보 상품이 바로 그것. 다양하게 펼쳐지는 콜라보는 MHL, 디스이스네버댓과의 콜라보처럼 지샥 팬들은 물론 지샥과 콜라보를 하는 아티스트나 브랜드의 팬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지샥의 콜라보 중 몇몇은 솔직히 좀 밍밍한 맛이었다. 시계 다이얼 어딘가의 빈자리에 로고만 얹어놓는 다소 무성의한 프로젝트들은 지금 생각해도 아쉬움이 남는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아무리 열심히 다른 그림을 입히려 해도 지샥의 존재감은 모든 걸 다 지우고도 남았을 터. 지샥의 존재감과 적어도 대등해지는 것은 이리도 어려운 법이었을지도 모른다.


G-shock x MHL, 다소 심심해 보이는 것은 나 뿐인 걸까.


하지만 미(美)친 색감으로 지샥의 정체성마저 지울만한 콜라보가 있었으니, 그 주인공은 바로 2011년 아티스트 파라(Parra)와 콜라보 한 'DW-5600RP'다. 학창 시절 많이 사용했던 포스터컬러 물감이 떠오르는 이 컬러웨이는 요즘 대세인 레트로 감성 한 스푼이 묻어나 더욱 강렬하다. 풍선껌 같기도 하고, 팔찌 같기도 한 이 녀석을 보면 단번에 지샥 시계인지 구별해내기 어려운 정도다. 그리고 그 사실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DW-5600의 명확한 선을 파라의 색으로 소위 '인-유어-페이스' 해버리는 느낌.


파라의 컬러웨이는 파랑, 빨강, 핑크, 살구 정도로 미니멀한 색채 사용을 추구한다. 이 시계에도 찬찬히, 고스란히, 그런데 과하지 않게 색감들은 얹어냈다. 파라의 특징인 매혹적인 윤곽들도 들어갔으면 좋겠지만 색을 쟁취한 대가로 선은 양보했다. 돋보이는 존재감으로 무수한 콜라보 상대들을 슬프게 만들어왔던 지샥이 드디어 맞수를 만난 느낌. 젠더리스한 특성을 살려 커플 템으로 활용해본다면 어떨까? 이 커플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Parra <Lounge for the weak>

곤조 있는 꼬마, 취향 저격 아티스트로 거듭나다


파라(Parra)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팝 아티스트다. 아트워크는 물론 음악, 라이프스타일, 아트토이까지 경계를 무시한 짬뽕식 작품 활동으로 자신의 입지를 천천히, 그러나 두텁고 단단하게 다져오고 있다.


삼청동에 위치한 아트토이 스토어'MGFS100'에서 그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을 생각하면 아직도 감각신경이 아릿하다. 전위적인 라인과 그래픽적인 색감들, 마침 스토어 사장님의 센스가 더해져 이 작품은 한껏 새까만 벽에 걸려있었다. 마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듯 작품 속 그녀의 엉덩이를 바라봤던 그 순간의 나른한 오후가 지금도 선명하게 그려진다.


Parra, <Pierced, zeefdruk>, 2009


그는 스케이트 보더였다고 한다. 어느 날 이 청년은 스케이트보드를 타다 문득 자신의 길이 나무판자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우연히도 당시 그는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금전적 혜택을 받기 위해 일종의 그래픽 디자인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디자인 학교에서 인턴십을 수행하라는 요구를 받게 되고, 이런저런 회사를 찾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작은 인터넷 회사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게 됐다고 한다.


우연히. 이게 바로 현대 아트 씬에서 잘나가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디자이너 파라의 영광의 서막이다. 그의 작품과 행보를 보면 성공한 작가가 흔히 갖는 가식과 위계가 없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그의 흥미로운 성장 과정이 즐겁게 예술 하는 그를 만들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Parra x Nike, 멋진 콜라보 이미지다.


대한민국 정부 취업장려 프로그램으로 성공한 디자이너쯤 되는 그는 어릴 적부터 가져왔던 취향을 진득하게 발전시켜 왔다고 한다. 노랑, 초록 등은 별로 안 좋아하고, 파랑은 언제나 좋아하는 그런 본능들. 그의 작품에는 아이러니, 유머, 그리고 섹슈얼한 포인트가 있다. 그리고 새의 머리와 하이힐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새의 머리가 항상 궁금했다. 새는 일종의 가면 같기도 한데, 사람의 얼굴이 아니어서 우리가 작품을 조금은 더 편안하게 볼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작가가 넌지시 숨겨놓은 배려인 듯싶다. 그의 아버지도 예술가며, 부자지간에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사이라고 한다. 기브앤테이크 하는 관계. 수평에서 건강히 자라온 느낌이다. 어찌 됐든 그렇게 완성된 그의 색과 새와 전위와 라인들은 오늘도 나를 일종의 판타지 세계로 안내한다.


상업과 예술의 경계를 무척 흥미롭게 넘나드는 줄타기 곡예사와 같은 파라. 나이키, 하이네켄을 비롯한 수많은 브랜드가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보내고, 보낼 예정이니 위선 떨지 않고 만민 평등하게 예술을 설파하는 그의 내일을 주목해보자.


아티스트 Parra


*사진 출처

http://asq.kr/JzWnUUnue22A

http://asq.kr/IvrKHDS0Ra0o

http://asq.kr/WPldCy2uzvBC

http://asq.kr/JzWnUUnue22A

MHL x G-Shock DW-5600 Black & White Pair – G-Central G-Shock Watch Fan Blog (g-central.com)

https://www.kunsthal.nl/en/plan-your-visit/exhibitions/parra/

Parra x Nike SB Dunk Low "Friends And Family" First Look | HYPEBE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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