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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Aug 21. 2021

방황은 글을 탄생시키고 시간은 아이에게 유산이 된다.

하루하루 쌓이는 글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유산이다.

글 쓰는 게 취미가 된 시점은 꽤 오래전이다.


대학 입학 전까지 대학 가는 게 전부였다. 그냥 한 가지 목표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 학교지만 꿈꾸고 희망했던 대학이 이런 곳인가라는 혼자만의 상실감이 밀려왔다. 소위 대학생활의 낭만도 나에게는 느껴지지 않았다. 낭만을 찾는 게 어리석었던 것이다. 어찌 보면 현실을 너무 모르고 목표 하나만을 위해 달려왔던 것이다. 모든 문제는 나의 가슴속에 있는데 자꾸 학교 생활의 답답함만을 탓하는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냥 전공 공부보다는 고등학교 때 읽지 못했던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답답함을 해소하는 방법이었다. 도서관에서도 벤치에 누워서도 많은 시간을 혼자 책과 보내며 방황을 했다.


 그때는 책 향기가 나의 동반자였다. 읽었던 책이 잘 기억도 안 난다. 읽고 싶은 책을 그냥 닥치는 대로 읽었다. 학교생활의 아웃사이더로서 그렇게 방황하며 2년을  보냈다. 한심한 학교생활이었고 학사경고를 받는 건 당연한 순리였다. 그리고 군대를 갔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군대 생활이 즐겁지는 않았다. 구타와 군기잡기 놀이, 의미 없는 작업등 그래도 살기 위해서는 겪어 내야 한다. 하지만 군대가 준 선물은 달라져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대학생활을 아무 생각  없이 나태하게 보내고 있다는 걸 군대는 알려줬다.


학교 복귀 후 학점과 전공과목에 매진하며 뒤떨어진 학점을 끌어올리고 많은 원서를 제출한 후 직장을 얻게 되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기대했던 회사 생활이 즐겁지만은 않았다는 것이다. 힘들게 입사하게 된 회사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과 나와의 교감이 자주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다. 늘 방황의 연속이었다.


입사초부터 적응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그때부터  짧게 짧게 글을 쓰게 되었다.


 이 또한 내가 회사에서 아웃사이더라는 걸 스스로 반증하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하루하루 쓰인 글들을 모으니 한 권의 책 정도는 되었다. 그리고 글쓰기를 놓지 않았다. 하루하루 느끼는 감정들과 방황들을 놓고 싶지 않았다. 대학에서도 회사에서도 인생의 방황은 계속되었다. 그 방황이 책과 글을 내 곁에 두었다. 방황 동안 책과 글을 통해 얻은 생각 근육이 조금씩 커져간다는 것을 느꼈다. 혼자 보내는 방황의 시간이 없다면 글 쓰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게 사는 것 자체가 방황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방황은 지금도 계속된다.


 인생을 살아가며 방황은 멈추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보면 방황은 나를 성숙시켜주는 효모와도 같다.


회사생활을 그만두고 자전거 여행을 떠나고 싶어 회사를 그만둘 생각으로 선배에게 말을 건네었을 때 선배는 나를 말리며 "자전거 여행은 꼭 지금이 아니라도 나중에 할 수 있지 않겠니 아직 회사의 맛도 못 느끼고 가면 후회할 텐데 같이 잘 만들어 보자"라는 말에 지금까지 회사를 다닌다. 요즘은 후배들의 성장에 보탬이 되는 선배로 도움을 주고 싶고 훌륭한 선배들이 있다면 힘이 되는 후배가 되고 싶다. 그런 역할을 하며 기여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실천하고 행동하면서도 나에 대한  방황은 계속 찾아 온다.


지금도 회사생활은 방황의 연속이다. 글 쓰는 것이 방황의 폭풍 속에서도  중심을 잡아주고 평정심을 유지시켜 준다.


남들 자는 새벽에, 남들 출근시간에, 점심시간에, 퇴근 후 밤 시간에, 주말 시간에 나만의 짬짬이 시간에 글을 쓴다.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는 글쓰기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라  매일 글을  쓸 수 있도록 독려해 준다.  일일작이라는 나와의 약속을 지켜나간다.  하루의 글이 365일 지나면  365개가 되고 10년이 지나면 3,650개가 된다. 책으로 계산하면 300페이지짜리 책이 10권은 나오는 것이다. 20년이면 20권이다.

블로그와 브런치에 있는 하루하루의 글들이 쌓이면 역사가 되는 것이다. 내가 사라져도 아이에게는 작은 유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유산으로 본인의 콘텐츠로 각색하여 상품화하고 부모의 시절을 회상하며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가이드가 될 수도 있다.  고통스러운 난관에서도 버틸 수 있는 정신적 주춧돌이 될 수도 있다. 나의 일일작은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에게는 유산이 된다. 삶의 사계를 전달할 수 있는 인생 책이 될 수도 있다.  유산이 될수있다는 생각에 글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한다.


방황은 우리 곁에 글을 남기고 시간은 글을 유산으로 만들어준다. 젊음의 방황도 노년의 쓸쓸함도 모든 시간이 축척된 글은 후세의 유산이 된다.


https://brunch.co.kr/@woodyk/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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